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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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고 여름의 문턱에 가까워지면 매일 기상청 예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과연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이 무더위를 무사히 이겨나갈 수 있을까. 특히 몸이 아프기에 여름에도 추위를 느끼는 가족과 함께 있다 보니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더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는 인식이 언제부턴가 깨지고 있다. 폭음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폭염으로 물가가 치솟는다. 가볍게 생각했던 기후 위기는 이제 생명의 위협하는 재앙으로 변질되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 앞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테지만 과연 에어컨 냉기가 폭주하는 더위를 영원히 이길 수 있을까. 에어컨조차 마음 편히 켤 수 없는 낙후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 폭염을 비롯한 기후 위기는 이제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기후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달궈진 지구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주며 폭염의 위험성을 알린다. 그는 극단적 폭염으로 인해 일가족이 사망한 현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건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흉기인 '더위' 때문이었으면 이러한 사건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더위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화석연료 과열은 지구를 조금씩 달구더니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산호초들을 하얗게 만들었다. 더위로 인해 생태계는 혼란에 빠졌고 계급을 나누는 새로운 지표로 변모했다.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은 더위와 싸우며 생존을 이어가고 가난한 지역에는 더위를 피할 나무조차 없다.

폭염으로 인해 일상,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 등이 붕괴되는 과정을 보면서 하루빨리 폭염에 대처하는 행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기상청의 2024년 여름 기후 전망을 보면 평년보다 더 덥고 비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부터 국가적 차원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폭염의 위험을 절실하게 느끼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이 말은 결국 2023년이 21세기의 가장 추운 해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될 것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할 때 즐겨라.

p. 14

도시들이 점점 커지고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수록 피닉스와 첸나이는 마치 온도 격리 정책이라도 시행되는 듯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시원한 결계를 치고 그 안에서 오싹 한기를 느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익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정말로 정의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했다고 할 수 있을까.

p. 133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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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생활자의 기쁨과 슬픔
정희원.전현우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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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정의원과 교통 철학자인 전현우는 '지옥 같은 이동'을 겪고 있는 도시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이동을 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다. 매일 같이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 생활자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어떻게 하면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나 역시 대학 시절부터 20여 년간 매일 같이 교통지옥을 경험했었다.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며 오가던 생활은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며 끝이 났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지옥 같은 이동을 꿋꿋하게 버텨낸다.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문제에 공감하며 대중교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인문학 연구자는 교통지옥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분석하고 노년내과 의사는 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을 빼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동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좁은 이동 수단에 갇혀 있게 되면 근력이 상실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한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건강은 서서히 악화된다. 따라서 더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만성 적자라는 뉴스를 볼 때면 과연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두 저자는 이동 문제를 기후 위기 문제로까지 확대시킨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 싱가포르의 대중교통을 예로 들어 도시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 문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거대 도시 안에서 살아가면서 내 삶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도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경험이 유쾌한 경험으로 바뀔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변화가 절실하다. 행복한 도시와 건강한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동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동의 편리함을 대가로 매우 비싼 집값을 치르기도 하고, 이동이라는 이슈로 선거 결과가 좌우되기도 한다. 사람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이 이동성이다. 이동에 몸을 쓰지 않으면 이동성을 잃고, 잃어버린 이동성은 자립에서 멀어진 삶을 만든다.

P. 29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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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 - 합리적 선택과 문제 해결력을 위한 수학적 사고법
오국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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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하지만 수학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실생활과의 연관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수학적 사고법이다.


이 책은 경제의 여러 원리를 수학적 사고법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예금과 적금 등 개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제생활을 수학과 연관시켜 일상 속 경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경제와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즉, 적금을 중간에 해지할 경우 이자율이라든지, 해외 직구를 할 때 환율이 왜 중요한지 등 내가 직접 경험하는 일상의 활동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나 '돈이 불어나는 원리'였다. 노후를 대비한 연금이나 적금, 현명한 소비 활동을 위한 경제관념 등 내 상황에 맞는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세금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적화 알고리즘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아는 만큼 돈이 된다'라고 말한다.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수학의 언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수학이나 경제는 복잡하다는 생각에 나와는 거리가 먼 학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두 학문 모두 알면 알수록 삶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팍팍해진 밥상 물가에 경제가 어렵다고 소극적으로 한탄만 하던 삶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경제 개념을 이해하고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경제적 자유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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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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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p. 13


엄마를 잃은 '이경'은 외갓집에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밥상을 차려 놓고 식구들을 기다리지만 이경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어두운 방에 남겨진다. 외로움에 둘러싸인 이경은 낯선 혈연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족을 꿈꾼다.

이야기 전체에 깔려 있는 우울함과 외로움에 몸서리를 친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각각의 처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견디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협소한 다락방이 딸린 단칸방에는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그리고 이경이 살고 있다.

이모는 은행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외국어 공부를 한다. 어느 날 검정고시용 학습지를 건넨 이모는 점심 식사를 함께한 후 사라졌다. 할아버지와 함께 무허가 블록 벽돌을 만드는 외삼촌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 학교조차 다니지 않는 이경은 식구들의 도시락을 챙기고 잡초를 뽑으며 하루를 버틴다.

이들의 모습에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사라져버린 이모를 탓할 수 없었고 살아가기 위해 벽돌을 찍어내는 할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었다. 이 가족의 모습은 시멘트보다 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벽돌 같았다. 언제든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관계가 아슬아슬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이경에게 말을 거는 건 삼촌의 여자였다. 가족들이 반기지 않은 그녀만이 이경에게 말을 걸고 반찬을 해들고 온다. 낯선 이는 그렇게 서서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들어서게 된다. 위태롭던 혈연관계는 떠남과 부재를 겪은 후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간다. 새 생명과 함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경은 단단한 가족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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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셋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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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가을, '아키코' 씨와 새로운 인연의 이야기가 따스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고 여름의 문턱에서 다시 마주한 아키코 씨의 소소한 일상은 단단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두 마리의 고양이와 시작된 동거는 아키코 씨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면서도 골칫거리가 된다. 여전히 샌드위치와 수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고양이 털은 민감한 문제였다. 깔끔히 청소하고 돌돌이로 문지르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평일에는 가게에 나가고 퇴근 후나 휴일에는 고양이 뒤치다꺼리를 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개인적인 여러 가지 일들로 평범한 날의 소중함을 깨닫고 난 후라 이런 일상의 이야기가 참 좋다. 물론 그 안에 웃음만 있는 건 아니다. 엄마의 옛 친구와 중학교 동창이 세상을 떠난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가게 직원인 시마 씨의 결혼 소식은 예상치 못한 기쁨을 건넨다.

아키코 씨의 삶을 볼 때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게 자신의 가게를 꾸려가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는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의 태도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하게 지켜가는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아키코 씨와 고양이 형제의 평범한 일상이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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