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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생활자의 기쁨과 슬픔
정희원.전현우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정의원과 교통 철학자인 전현우는 '지옥 같은 이동'을 겪고 있는 도시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이동을 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다. 매일 같이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 생활자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어떻게 하면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나 역시 대학 시절부터 20여 년간 매일 같이 교통지옥을 경험했었다.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며 오가던 생활은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며 끝이 났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지옥 같은 이동을 꿋꿋하게 버텨낸다.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문제에 공감하며 대중교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인문학 연구자는 교통지옥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분석하고 노년내과 의사는 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을 빼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동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좁은 이동 수단에 갇혀 있게 되면 근력이 상실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한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건강은 서서히 악화된다. 따라서 더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만성 적자라는 뉴스를 볼 때면 과연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두 저자는 이동 문제를 기후 위기 문제로까지 확대시킨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 싱가포르의 대중교통을 예로 들어 도시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 문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거대 도시 안에서 살아가면서 내 삶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도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경험이 유쾌한 경험으로 바뀔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변화가 절실하다. 행복한 도시와 건강한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동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동의 편리함을 대가로 매우 비싼 집값을 치르기도 하고, 이동이라는 이슈로 선거 결과가 좌우되기도 한다. 사람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이 이동성이다. 이동에 몸을 쓰지 않으면 이동성을 잃고, 잃어버린 이동성은 자립에서 멀어진 삶을 만든다.
P. 29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