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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평점 :
서초동 한복판에 잘나가는 죽 가계가 있다. 오직 마녀만 아는 레시피로 만든 '변덕죽'을 먹은 사람들은 원기가 충전된다. 마녀의 죽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 마녀에게 번아웃이 찾아온다. 온몸의 힘이 빠져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 마녀는 가게를 접고 떠돌기 시작한다.
요요가 조리사들을 내보내면 마녀가 주방으로 들어와 솥 세 개에 양념을 골고루 넣었습니다. 허공에 뭉쳐 다니는 인정욕구 한 움큼, 욕망 뭉텅이, 비교 한 덩어리, 욕심 세 줌, 우월감 세 줌, 불안 세 줌을 넣었습니다. 여기에 성과 한 줌, 칭찬 한 줌, 포상 한 줌을 추가했습니다.
p. 38
소설을 읽으며 '변덕죽'이 있다면 열 그릇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모두 내 모습 같았다. 또한 번아웃에 빠져 모든 걸 내려놓은 마녀의 모습에서도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주어진 현실에서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가엾은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변덕 마녀의 이야기는 지친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마녀의 모습에서 희망이 보인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변하는 마음에서 흔들리지 않는 진짜 마음을 찾기 위한 여정에 동행하고 싶다.
'내려가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거구나. 추락하는 거구나.'
쭉쭉 치고 올라가고 싶어 바득바득 오르는, 못 해 먹겠다고 남몰래 눈물 훔치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떨어질 땐 전속력으로 추락하는 이 세계의 규칙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p. 46
이 책을 읽으며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친구가 생각났다. 보통의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에게 마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를 건네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고 싶다. 힘내라는 말 한마디보다 이 책을 건네며 성과에 대한 강요와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어야겠다.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비 오면 맞고 거센 바람에 버티던 어느 날엔 그만 가지를 툭 놓아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고 저절로 떨어지다니... 충분해. 누군가의 무엇이 되지 않아도.
p. 139-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