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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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누구나 겪게 되는 가족과의 이별 후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이 따스하게 그려지는 소설이다. 췌장암으로 엄마와 사별한 후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자극 없이 평온하게 흐른다. 자연이 절기마다 달라지듯이 이별과 애도의 감정 또한 조금씩 달라진다. 작가는 그러한 과정을 물 흐르듯이 보여주며 상실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아픈 엄마와 이별이라는 주제 때문에 이 책을 피하고 싶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과 닮은 듯 다른 모습에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다. 지난 2년여 동안 엄마의 투병 생활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컸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이라지만 아직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선뜻 책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소설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잘하고 있다고, 걱정 말라는 다정한 말을 들은 것만 같다.



​작가는 엄마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홀로 남게 된 '나'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엄마가 남긴 털신과 옷이 있고 동생 미연과 목공소 남자 영준,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 '정미', 미용실 혜란 아줌마와 엄마가 남긴 가게까지 '나'의 곁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아직은 이별의 아픔을 떨치지 못했지만 곁에 있는 이들이 건넨 다정함이 힘이 되어 앞으로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현재를 살고 있기에 요란스럽지도 않고 너무 슬프지도 않은 과정들이 무척이나 좋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고 복잡한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작가가 보여준 상실과 애도의 순간들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혹독한 겨울조차 결국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안부를 물어본다.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건네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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