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현대미술 - 진짜 예술가와 가짜 가치들
뱅자맹 올리벤느 지음, 김정인 옮김 / 크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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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낯설고 이상하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가끔은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어디까지가 예술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 책에서는 현대미술의 정체에 의문을 품었던 이들과 현대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고자 하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미술사를 탐구한다.



​대중이 찬사를 보내는 작품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작품을 이해한 척한 적이 있다면 저자의 과감한 비판이 꽤 달가울 수 있다. 내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건 모든 걸 이해해서가 아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과감한 시도가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가의 배설물이 작품이 되거나 벽에 붙인 바나나와 같이 예술과 무관해 보이는 행위가 작품이 된다는 그들만의 세계관은 늘 신기하면서도 놀랍다. 따라서 저자는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싫어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 말한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미술사에서 현대미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중이 현대미술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면 무조건 외면해야 할까. 예술에 대한 판단은 역사가 심판한다는 주장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현대미술에 대해 가진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저자는 고전 예술이 정말 고리타분한 낡은 것인지 묻는다. 예술의 가치는 역사와 무관하게 판단되며 새로운 20세기 미술사를 제시한다.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진화하면서 생겨나는 과정으로 진정한 예술가들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더불어 주류 미술계에서 외면받은 현대 프랑스의 진정한 예술가들과 작품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책 곳곳에 그려진 QR 코드였다. 책에 소개된 예술가의 작품을 직접 보며 감사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현대미술 자체도 쉽지 않은데 프랑스 역사를 바탕으로 이를 비판하는 저자의 생각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자세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는 점을 되새기며 진솔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어딘가에서 태어난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태어난 예술가이기 때문에, 나아가 그곳을 자기 예술의 주제로 다루었기 때문에 미술 시장을 정복한 것이다. 이 모든 예술가는 옛것을 양분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의 한 부분이자, 그 유산에 새로운 부분을 더한 이들이다. 그들은 과거를 바라보았고, 그럼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사랑할 만한 작품을 창조했다. 그들은 스스로가 계승자임을 알았기에 새로운 개척자가 될 수 있었다.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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