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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이 전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제안을 담고 있는 책이다. 과거에 비해 묻지마 범죄 발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타인에 대한 불신과 공포감 또한 더욱 커졌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가짜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랑은 이성 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라 여겼는데 사랑을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의식으로 인해 생존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 때문에 가짜 사랑이 만연하다고 말한다. 즉, 불안이 깊어질수록 이기주의가 강해지고 더 나아가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적 사랑을 맹신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진짜 사랑을 잊어버린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법을 설명하여 모두가 조건 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진짜 사랑을 권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가짜 사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SNS와 대중매체를 꼽았다. 가끔 SNS에서 타인의 호화로운 삶을 보게 되면 부럽다는 생각과 과연 사실일까라는 의심이 동시에 든다. 한때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만 빼고 다들 풍족한 것 같아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의 한없이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을 볼 때면 나의 어려움과 아픔은 숨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서서히 진짜 사랑을 잊게 된다.
저자는 현대 한국의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체제로 인해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개인의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타인을 오로지 경쟁자로만 인식하여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랑에 실패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진짜 사랑을 권하는 사회로 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조건들을 보장하는 '기본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대의 사랑 문제는 결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각자도생 사회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존중받는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하루빨리 '진짜 사랑'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더 잘났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자존감은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증거로 간주된다. 즉 높은 자존감이 내가 남들보다 더 잘났다거나, 내가 남들보다 더 높은 서열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징표로 간주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자존감 하락을 몹시 두려워하는 까닭은 낮은 자존감을 곧 낮은 서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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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연애 기술을 습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본성적인 생활방식이다. 사랑의 능력이란 다른 능력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그 어떤 특수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만 하는 사회적 존재의 생활능력과 활동 능력, 혹은 그런 능력에 포함되는 일부분이다.
P.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