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제프 멀건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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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과학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과학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가? 과거에는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되어 왔다. 그러나 인류는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문제에 직면해있다. 인류가 재앙과 위기에 처할 때 과학은 정치와 서로 협력했다. 가까운 예로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수많은 과학자와 제약사들은 백신을 만들고 배포하기 위해 각 국가와 협력하였다. 하지만 통제불능의 과학과 이를 관리할 역량이 없는 정치는 점차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정치과 과학이 충돌하는 다양한 논리를 보여주며 국가가 과학에 개입하게 된 역사를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의 이익을 얻으면서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중요성을 지적하며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깊이 파고든다. 과학이 순수학문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이 되면서 정치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가 점점 많아졌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과 관련한 예산 편성이나 규제를 위한 관련 법률 제정 등 정치과 과학이 부딪히게 되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는 과학 발전을 통해 국력 향상을 도모한다. 과학에 기반한 군사력은 가장 좋은 예다. 또한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서도 과학과 정치는 국가 간의 이익에 따라 충돌한다. 과학은 어디에나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므로 정치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저자가 주장은 정치의 과학화와 과학의 정치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은 학문으로서 본연의 위치에서 고도화된 기술 개발을 통해 국익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치는 예측할 수 없는 과학 기술의 혼란을 규제하고 통제할 기관을 만들어야 하며 과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코로나19,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기후 위기 등 수많은 문제에 직면한 현실에 과학과 정치가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과도한 규제나 간섭은 지양해야 하지만 공익을 위해 과학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과학이 위협하고, 과학이 실패하고, 과학이 새로운 규제 마련 명분의 근거가 되는 만큼, 이제 과학은 모든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P. 36

과학은 정치에 지식을 '공급'하고 정치는 그 지식을 '수용'해 전파함으로써 주변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을 미디어와 시민 사회가 감시하고 조율한다.

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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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이 건강해지는 식습관 상담소 - 30년 내공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식사 관리의 모든 것
박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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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심한 위염을 발견한 후로 꽤 오랜 시간 치료 중이다. 나은 것 같으면서도 또다시 아프고 벌써 몇 번째 반복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챙겨 먹는 약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약 먹는 일에 거부감이 생기고 약 없이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30년 내공의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건강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식사 관리라 말한다. 따라서 식사 관리만 잘 한다면 건강한 삶과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단, '잘 먹는다'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명심해야 한다.

저자는 영양제와 같은 건강관리 식품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지부터 과일은 얼마나 먹는 게 좋은지, 탄수화물은 무조건 줄여야 하는지 등 평소 궁금했던 건강 상식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바로잡아준다. 또한 외식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 음식을 접하는 횟수가 많아졌는데, 이를 활용하여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질적인 위장병 때문인지 식습관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꼼꼼하게 읽었다. 역시나 내가 평소 먹는 식단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나마 요즘 혈당 관리에 신경 쓰느라 당분 섭취를 최소화하고 야채를 평소보다 많이 먹으려 했던 점은 다행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건강 관리의 시작은 '먹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에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잘 먹는 식사 공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직접 해 먹는 것도 좋지만 여건 상 힘들다면 이 책에 소개된 팁을 통해 가공식품과 외식 등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무너진 식습관을 바로잡고 건강한 식단을 꾸려가야 한다. 음식과 영양에 대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해 주는 책이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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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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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라고 하면 추운 겨울, 이케아, 휘게(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와 감정)와 라곰(적당하고 충분한 상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얀 눈밭과 대자연이 공존하는 북유럽 화가들의 작품은 어떤 분위기를 보여줄까.


25년째 유럽 현지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북유럽 4개국의 41명의 화가와 작품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니 내가 아는 이름은 딱 2명이었다. 칼 라르손과 에드바르 뭉크. 낯선 화가들의 이름처럼 이들의 작품 또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북유럽 미술 세계에 들어가기 앞서 북유럽의 역사와 신화를 소개하고 휘게와 라곰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문화를 이야기한다. 개인의 소소한 행복은 중시하는 그들 특유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앞으로 만나볼 화가들의 그림을 좀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북유럽 그림의 특징을 들자면 빛과 대자연이라 할 수 있겠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작가 칼 라르손을 시작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햇살이 집안을 비추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추운 나라의 특성상 빛을 통해 그림에 생기를 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작가들은 이러한 빛을 통해 따뜻함과 행복,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한다.

노르웨이 화가들의 특징으로는 자연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하랄드 솔베르그'라는 처음 알게 된 화가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산속의 겨울 밤>이라는 작품인데, 고귀하며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푸른색을 사용하여 현실을 넘어선 초월적인 겨울 밤 풍경을 담아냈다.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볼 때면 역동성과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곤 하는 데 책에 소개된 그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그의 또 다른 작품 <한여름 밤> 또한 오랫동안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이 밖에도 일상의 행복을 빛으로 표현한 덴마크의 화가들, 마치 사진을 보는 듯 물의 출렁임을 생생하게 표현한 스웨덴 화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려 낸 덴마크 화가 등의 작품을 통해 삶의 행복과 기쁨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작품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100여 점의 작품과 화가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미술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높여준다.

이름도 낯선 화가들의 작품에서 이토록 좋을 줄 몰랐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따스하면서도 평온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전문적이면서도 세심한 설명까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책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영혼이 느끼는 괴로움과 기쁨을 본능에 따라 빛과 분위기로 표현해야 한다.

p. 36

장엄한 대자연은 우리에게 인간 존재의 미미함과 한계를 알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모든 미움을 티끌처럼 만든다.

p.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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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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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됩니다.

오래전부터 오늘을 기다린 사람처럼, 서둘러 보내고 싶어

마음이 간질간질했어요.

저는 당신에게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요?

p.8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 책을 펼쳤을 때 오래 알고 지냈지만 소식이 끊기 이로부터 

다정한 안부 편지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봄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일부러 하루에 편지 하나씩 읽기로 했다.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편지에서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전하고 

계절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내밀한 마음을 고백한다. 


또한 시와 사진을 통해 따스한 시선으로 오랫동안 바라본 사물을

문장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삶에서 사라지는 방식을 고민해 본다.   

내가 놓치고 있던 일상을 다시 떠올려본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순간도 달라졌고 

훨씬 단조로운 삶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와 타인에 대한 다정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

버리지 못한 오래된 물건에 담긴 추억과 기억,

물에 대한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려는 용기 등

문장 여기저기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작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은 메마른 삶에 단비를 내려준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순간에 함께 하면 좋을 책이다.


퇴근길에는 아무 데나 서서 구름을 본다. 오랫동안 본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껍질은 흰색이고 군데군데 거뭇하게 벗겨져 있다. 아주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는 기분. 무언가 압도되고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몸과 마음이 많이 소진된 날에는 일부러 나무를 피해서 걸었다.

p.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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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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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즐기는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것을 창조한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지녔던 고민에 관해 한 번쯤 탐구해 봐도 좋을 겁니다.

p. 7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흥미진진하다. 나와는 다른 비범한 세계를 창조해 내는 이들의 삶에서 자극을 받고 활력을 얻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일 땐 더 깊이 빠져들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낸다. 이 책은 그런 천재 예술가 25인의 삶과 작품을 담고 있다.


먼저 익숙한 이름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아주 조금은 알고 있고 들어봤던 이들의 이야기라 조금 더 관심이 갔다. 학창 시절 엄마 몰래 보던 만화, 젊은 시절 빠져 있던 영화, 매일 듣는 음악 등 실제 내 생활에 가까이 있는 이들의 삶에서 연민을 느끼고 왜 예술가는 평탄한 삶을 살기 힘든 걸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는 예술가들의 삶을 당시 사회적 배경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역사의 한순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세상은 이들을 괴짜, 천재, 이단아 등이라 부르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 숨겨진 한 개인으로서의 슬픔과 고독, 아픔과 외로움에 묘한 동질감을 갖는다.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에게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는다.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를 설계하고 최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11개의 가명을 써야 했고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쇼를 보였으며, 최초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예술가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재능에 대한 질투 때문이었을까. 세상은 이들을 칭송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예술에서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는다. 사람들은 예술에서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는다. 나 역시 마음이 복잡할 때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매일 듣던 '빌리 홀리데이'와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가 더 구슬프게 들린다. 

한 배우의 실제 감정까지 끄집어내 영화에 갈아 넣은 큐브릭의 장인 정신은 섬뜩하다. 큐브릭은 예술을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져다 바칠 수 있는 부류였다. 덕분에 우린 그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혹은 체험하며 극한에 다다른 영화 미학을 맛본다. 동시에 예술의 냉혹한 얼굴을 보며 오싹함을 느낀다.

p. 91

비참한 삶을 견디다가 떠난 예술가의 이야기는 흔하다. 피아프 역시 그런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비극이다. 하지만 피아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1960년.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이때 피아프가 부른 곡이 〈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다. 마지막 남은 영혼 한 방울까지 다 끌어모아 노래를 불렀다. 눈물이 가득한 삶이었지만,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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