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홈쇼핑 하청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던 여직원 '무라세 아즈사'가 며칠째 무단결근을 하고 콜센터에는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영리 목적의 납치라고 밝힌 의문의 목소리는 1억 엔의 몸값과 돈을 운반할 경찰관 100명을 요구한다. 전대미문의 납치 사건이 벌어진 와중에 경찰은 '퓨와이트'를 자처하는 범인에게 시종일관 농락당하며 사건은 점차 커진다.
2023년에 읽은 장르 소설 중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폭탄>의 오승호 작가가 쓴 소설이다. 기다리던 작가의 소설인 만큼 이번엔 어떤 짜릿함을 선사해 줄지 기대가 됐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납치 미스터리다.
콜센터 여직원을 납치하고 몸값 운반책으로 100명의 경찰관을 요구했다. 경찰관들은 각각 100만 엔씩 든 봉투를 들고 납치범의 요구에 따라 전국으로 흩어진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즈사의 목숨이 위협받는다. 설정 자체부터 보통의 스케일이 아니다. 납치범이 원하는 건 돈일까 자기만족일까.
광범위한 스케일만큼 페이지 수도 두둑하지만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사건과 연관된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을 교차로 보여주며 전개되는 소설은 끝까지 정교하게 이어진다. 이야기는 사건과 연루된 다양한 등장인물에서 시작한다.
먼저 무라세 아즈사가 몸담고 있던 기획사 사장 '아즈미 마시히코'는 불의의 습격을 당한다. 여기서부터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난다. 그를 습격한 인물은 누구인가, 왜 습격을 당해야만 했나. 앞으로 벌어질 납치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어서 휴일의 경정을 즐기는 생활안전과 형사 '나베시마 미치오'의 일상을 보여준다. 출세에는 연이 없고 함께 사는 딸과의 관계는 편하지 않다. 휴일에 걸려온 상사의 전화는 그를 납치 사건의 현장으로 불러온다.
협박 전화가 걸려온 콜센터에는 무라세 아즈사의 상사인 '시모아라치'와 후지모토가 있다. 시모아라치는 우연찮게 범인과의 소통 창구가 된다. 사라진 아즈사를 위해 수만 개의 통화 녹음 속에서 범인의 목소리를 찾는다. 콜센터 현장에 도착한 관료 느낌의 형사 아소와 미쓰미조는 사건을 빨리 정리하라는 윗선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납치극의 전말을 알기 위해 수사를 계속한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사연은 이야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현실과 이상에 흔들리기도 하고 범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범인을 뒤쫓는다. 각자가 지닌 속죄에 사로잡힌 인간적인 모습은 소설에 대한 흥미를 더해준다.
도대체 왜 경찰관 100명이 필요한 걸까. 사라진 무라세 아즈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이 모든 궁금증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알 수 있다. 벌써부터 오승호 작가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