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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평점 :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이쯤 하면 역사의 산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을 경험하면서 세상 좋아졌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려 애쓰며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해졌지만 가끔은 불편하지만 낭만이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 책은 잊혀간 것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저자는 100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롤로덱스(회전식 명함꽂이의 상표명)'나 '파일로팩스 다이어리(영국의 다이어리 브랜드)'처럼 고유 상표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키워드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 그땐 그랬지. 맞아, 그런 시절이었어.'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지만 어린 시절에 필름 카메라는 귀중품 중 하나였다. 귀한 필름을 낭비할 수 없기에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서 찍지만 인화한 사진은 번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사진조차 소중하였기에 커다란 앨범에 한 장씩 붙여 놓았다. 여전히 옷장 깊숙한 곳에는 그 시절의 추억을 담은 앨범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나 공연을 보려면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야 했고 가족과 친구들의 전화번호와 기념일은 몇 개씩 외우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땐 아빠 차에 있던 커다란 전국 지도를 펼쳐들고 길을 찾아보던 기억도 있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예의와 존중이 있었고 건네는 말에는 다정함과 배려가 있었다.
저자가 건넨 사소하고 심오한 100가지 유실물을 하나씩 찾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잊고 있던 것과 잃어버린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보다는 서로의 존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이유는 뭘까. 사람의 정이 그리운 것 같다.
지금 내 앞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스마트 워치까지 온갖 기계가 펼쳐져 있다. 인터넷 기반 세상에서 궁금한 건 바로 찾을 수 있고 필요한 건 터치 한 번으로 주문할 수 있다. 편리함에 익숙해서인지 가끔은 생각하는 법을 잊을 때가 있다. 사전이나 책을 찾아보고 직접 대면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제는 낯설어졌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한다. 어제의 기억이 오늘을 살아가는 바탕이 된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오늘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가까운 과거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먼지가 되어 뭉쳐지는 동안 우리는 이미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멈춰서 기억을 기록하고 기뻐하며, 감탄하거나 애도하거나 축하하자. 우리의 집단적 추억을 떠올리자. 그 기억 역시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맞서기 위해서.
옛날에는 모든 일에 때가 있었고 누구나 그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끔찍한 소식을 저녁 뉴스가 알려주려면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TV 앞에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 후에야 황금 시간대가 될 때까지 TV를 보며 쉴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