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17년 역사 초유의 ‘뒷구멍 기사 삭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6월15일 이후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 6월15일(목요일) - 오후 2시 30분경 : 이철현 기자가 삼성에 전화 이날 이철현 기자는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인 기사의 최종 확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삼성 전략기획실에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삼성 그룹의 공식 견해나 반박 논리 등을 물었다. (기사 내용 관련 기사 참조) 이에 대해 이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차장은 “윗분과 상의해 답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후 삼성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자 이철현 기자는 15일 오후 3시 기사를 1차 마감하고 취재총괄팀장에게 넘긴다.
- 오후 4시 10분 경 : 삼성이 회사로 찾아옴 임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전무와 이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차장이 시사저널을 찾아와 인근 커피숍에서 이철현 기자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임아무개 전무는 “삼성에게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이므로 부탁드린다”라고 말했으며 해당 기자는 “삼성에서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기사가 아니다. 기사와 관련해 해명할 것이 있으면 추가 반영하겠다. 하지만 이미 기사가 데스크에게 갔으므로 기사를 뺄 권한이 나에게 없다”라고 답했다.
- 오후 4시 경 : 사장이 편집국장에게 기사 삭제 요구 비슷한 시각, 금창태 사장이 이윤삼 국장을 6층 사장실에서 면담했다. 금 사장은 이학수 관련 기사를 빼라고 요구했으며 이윤삼 국장은 “기사를 아직 보지 못했다. 기사를 보고 나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금 사장은 이철현 기자를 설득하겠다고 나섰으며 이 국장은 “그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통화가 끝난 뒤 금사장은 기어코 이철현 기자를 6층으로 호출해 “삼성이 회사 경영과 관련해 도움을 많이 줬다.기사를 빼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해당 기자가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고 답하며 사장실을 나왔다. 이 때 사장은 이학수 부회장이 자신의 학교 후배라는 사실도 언급했다.
- 오후 5시 경 : 국장 기사 게재 결심 장영희 팀장이 ‘기사 보내자 갈수있다’ 라고 하자 이국장은 ‘그러자’ 라고 말함.
- 오후 6시 경 : 삼성이 국장에게 전화 임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전무가 이윤삼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번 기사는 이건희 회장 관련 기사보다 우리에게는 더 아프다. 기사를 빼는 것을 부탁한다”라고 했고 이 국장은 “임전무 뜻은 알겠지만 기사는 빠지지 않는다”라고 통보했다.
- 오후 7시30분 경 : 편집국 내부 논의 이윤삼 국장이 장영희 팀장과 김은남 취재2팀장과 회의를 갖고 기사에 대한 판단을 나누었다. 김은남 팀장은 ‘파괴력 있는 특종성 내용을 담은 기사는 아니지만 다른 언론에서는 다루기 힘든 기사이다. 삼성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충분히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국장은 김 팀장의 의견을 경청했다. 오후 8시 삼성그룹 임아무개 전무의 확인 전화를 마지막으로 이 국장은 더 이상 삼성 측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 밤 10시 : 삼성이 기자에게 전화 이아무개 삼성전략기획실 차장이 이철현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기사를 뺄 수가 없으면 미룰 수는 없나?”라고 부탁했으나 역시 기자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 6월16일(금요일) 기사 삭제 압력이 더욱 노골화되고 강해진다.
- 오후 3시 : 회장이 기자에게 전화 심상기 회장이 이철현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 내용이 인사 관련이라면 빼는 것이 어떠냐? 인사라는 것이 원래 잡음이 많은 것이고 사기업의 인사 내용이라면 기사화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 오후 6시 : 회장이 국장에게 전화 심 회장은 똑같은 내용의 요구를 이윤삼 국장에게 했으며 이 국장은 “회장 뜻은 알았으니 기자들과 상의해 보겠다”라고 답한다. 이 시각 이후로 국장은 심회장, 금사장, 삼성 그룹 측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고 5층 편집국에서 업무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 오후 7시40분~7시50분 : 삼성이 취재총괄 팀장 찾아옴 임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전무, 이아무개 삼성 전략기획실 차장이 장영희 취재총괄팀장을 방문한다. 임아무개 전무는 “(기사에 거론된) 당사자들은 명예훼손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수 있다. 삼성에게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이므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장팀장은 “내가 무엇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라고 말했다.
- 오후 8시 : 심상기 회장이 충정로 시사저널 본사에 직접 들어왔다.
- 오후 10시 6층에서 심상기 회장, 금창태 사장, 박경환 상무, 현병구 광고팀장 4인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자리에서 편집국장 동의 없이 인쇄소에 연락해 기사를 광고로 판갈이하자고 결의가 이루어졌다.
- 오후 11시 심상기 회장이 충정로 시사저널 본사를 나감.
- 오후 12시 이국장과 장영희 총괄팀장이 퇴근했다. 두 사람 모두 이 때까지 회사 상층부의 결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 6월17일(토요일)
- 새벽 1시 현병구 광고팀장(부국장)이 삼화인쇄에 전화를 건다. 그 시각 인쇄소에서 <시사저널> 인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양아무개 과장이었다. 양 과장에 따르면 현병구 팀장은 “이미 제작 부서와 다 이야기가 되었으니 기사를 빼고 대신 광고를 넣어달라”라고 요청했고, 양 과장은 별다른 이의 없이 기사를 뺐다고 한다.
- 오후 5시~6시 경 금창태사장이 안철흥 기협회장에게 집으로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 사실을 알렸고, 그 직후 기협회장이 국장에게 사태를 알림. 이 시각까지도 국장은 기사 날치기 삭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
▶ 6월19일(월요일)
- 오전10시 편집국 전체회의에서 이윤삼 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자협회 비상총회에서 심상기 회장에게 4대 요구조건을 제시했고, 수요일 10시까지 답을 달라고 결의했다.
▶ 6월20일(화요일)
-오후 12시30분 경 ‘이윤삼 편집본부장 의원 면직‘이라는 요지의 인사발령이 편집국 알림벽에 게재되었다. 오후 6시 기자협회 2차 비상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사태의 심각성과 긴박성을 인식하고 편집권 사수를 위한 전면 투쟁을 결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