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속담사전을 펼쳤습니다.
작년에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읽기를 1년 목표로 세웠는데
반도 못 읽었지요. 속담사전은 장장 700여 쪽이나 되는지라
기한을 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읽은 게 31쪽이라니,
너무했지요?

아무튼 드디어 32쪽을 넘겨 읽는데,
게으른 년이 삼가래 세고, 게으른 놈이 책장 센다”는 속담이 딱 나오는군요.

게으른 년이 삼(麻)을 찢어 베를 놓다가 얼마나 했나 헤아려 보고
또 게으른 놈은 책을 읽다가 얼마나 많이 읽었나 얼마나 남았나 헤아려 본다
함이니 일에는 마음이 없고 빨리 그만두고 싶은 생각만 함을 이름.
(이기문 편, 《속담사전》, 일조각, 32쪽)

책장 세는 거, 그거 제가 곧잘 하는 짓이지요. ^^
그런데 책장 세는 게으름은 ‘놈’만 부릴 수 있고 ‘년’은 그럴 수도 없나 봐요.
게다가 손끝이 다 갈라지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베를 짓다가
삼가래를 세는 ‘게으른 년’을
자리에 편히 앉아서 책장이나 넘기는 ‘게으른 놈’과 동류로 취급하다니,
이 속담, 은근히 괘씸하네요. 글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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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가랑비 2007-01-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는 절대, 편히 앉아서 책장 넘기는 게으른 이가 아니어요. 열심히 치열하게 읽는 리뷰어지요.

날개 2007-01-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3333

어머! 3333 이어요~^^*


클리오 2007-01-0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말 하나 배웠습니다. ㅋㅋ 따로 인사도 못드렸네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

가랑비 2007-01-0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감사. *^^*
클리오님, 저 역시... 예찬이와 함께 복 마니마니 받으소서!

조선인 2007-01-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님이 새 책장 산 줄 알았어요. ^^;;

가랑비 2007-01-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새벽별님, 조선인님! 책 꽂아두는 책장이 아니라 책의 낱장인 책장인데!
아무튼 새벽별님, 조선인님, 새해 복 마니마니!

푸하 2007-01-1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댓글 남깁니다. 반갑습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속담이군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의 경과 목적의 성취, 이런 거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가랑비 2007-01-1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어서 오세요. 고맙습니다. 그게 그래도 저는 시간의 경과 목적 성취, 이런 게 중요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