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속담사전을 펼쳤습니다.
작년에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읽기를 1년 목표로 세웠는데
반도 못 읽었지요. 속담사전은 장장 700여 쪽이나 되는지라
기한을 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읽은 게 31쪽이라니,
너무했지요?
아무튼 드디어 32쪽을 넘겨 읽는데,
“게으른 년이 삼가래 세고, 게으른 놈이 책장 센다”는 속담이 딱 나오는군요.
게으른 년이 삼(麻)을 찢어 베를 놓다가 얼마나 했나 헤아려 보고
또 게으른 놈은 책을 읽다가 얼마나 많이 읽었나 얼마나 남았나 헤아려 본다
함이니 일에는 마음이 없고 빨리 그만두고 싶은 생각만 함을 이름.
(이기문 편, 《속담사전》, 일조각, 32쪽)
책장 세는 거, 그거 제가 곧잘 하는 짓이지요. ^^
그런데 책장 세는 게으름은 ‘놈’만 부릴 수 있고 ‘년’은 그럴 수도 없나 봐요.
게다가 손끝이 다 갈라지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베를 짓다가
삼가래를 세는 ‘게으른 년’을
자리에 편히 앉아서 책장이나 넘기는 ‘게으른 놈’과 동류로 취급하다니,
이 속담, 은근히 괘씸하네요. 글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