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1 - 고우영만화대전집 18
고우영 지음 / 우석출판사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고전 재해석의 거인인 고우영이라지만, 항상 걸작만 양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작품이 바로 [서유기]가 아닐까 한다. 원작은 여느 고전에 별로 밀리지 않는 분량을 자랑하는 데 반해 만화는 그만 달랑 2권으로 묶여나왔다는 데서부터 의심증이 발동했건만, 불행하게도 들어맞아버리고 말았다.

서유기라면 그야말로 캐릭터 싸움이다. 마치 게임처럼 우리의 주인공들이 이런저런 적들을 물리쳐나가는 반복 변주의 구조를 갖고 있으니까. 이 변주를 하염없이 부풀린 만화들이 그 동안 참 많이도 나왔건만, 그 중 원작에 가장 충실하려 든 고우영이 가장 지루한 결과를 내놓고 말았으니 이 대목에서 정녕 누구를 탓해야 할지. 적어도 절반은 화백의 책임이라 본다. 캐릭터들이 전혀 살아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인공인 손오공의 모양새부터가 별달리 호감이 안 가게 생겨먹었다보니 반은 접어주고 들어갈 수밖에 없고, 벌어지는 사건들도 다 그게 그것인 듯 평면적 나열에 그치고 있다. 공을 들이지 않았든지, 들이지 못할 뭔가가 있었든지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다. '학도'라면 모르되 일반 독자에게는 추천하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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