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시공아트 47
샬럿 코튼 지음, 권영진 옮김 / 시공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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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진'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예술작품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찍은 사진을 일반적으로 의미한다. 자료나 기록을 위해, 기사나 책을 위해, 광고나 홍보를 위해 등등 다른 목적을 갖고 실용적 용도로 찍은 것이 아닌, 그리고 그저 취미나 소일거리, 연습이나 숙제로 찍은 것도 아닌, 오로지 예술작품이 되고자 하는 목적만으로 찍은 사진이 예술사진이라고 정의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영어로는 'Fine Art Photography'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순수사진'이라고도 하지만 대체 뭐가 순수냐 하는 논란만 일으키기 좋은 명칭이라고 본다. 

이런 류의 사진은 사진이 발명된지 얼마 후부터 있었다. 없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스스로 예술이고자 하는 사진의 몸부림은 끝없이 이어져왔다. 때로는 그림을 흉내내고, 때로는 그림과 어떻게든 다른 길을 모색하고, 또 때로는 그림과 영상과 글과의 경계를 묘하게 침범하거나 뒤섞기도 하면서 (어떤) 사진은 집요하게 예술로서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애써왔고, 이제 이런 노력은 거의 완전히 결실을 맺은 듯도 하다. 요즘 시대에 "사진 따위가 무슨 예술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려면 어지간한 용기로는 어렵게 됐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꽤 어려워졌다. 그저 예쁘고 아름답게, 멋지고 절묘하게 찍은 사진은 예술 축에도 못 낀다. 대체 이따위걸 뭐하러 찍었나 싶은데 알고 보면 사진 한 장에 수백 수천만원이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이상의 <오감도>를 읽고 20세기 초의 한국인은 욕을 해댔다. 지금은 인상은 찌푸려도 감히 욕을 하지는 못한다. 딱 그런 상황이 사진계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무시하고 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만약 궁금하다면 이제는 책을 들고 공부를 할 차례다. 이쯤부터는 대충 어떻게 되지가 않는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현상학, 포스트 모더니즘 등 별의별 예술적, 학문적 경향들로부터 다 영향을 받아들인 현대 예술사진은 이제 마음껏 느끼는 것만으로는 독해가 불가능한 지경에 들어서버렸기 때문이다. 

추천할 만한 책이 두 권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것이 이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이다. 설명도 딱 적절한 분량과 수위이고 수록된 사진도 분량이 상당하다. 책값도 부담이 없으며 번역에도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현대 예술사진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이 한 권은 읽고 나야만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추천할 만한 것이 [예술사진의 현재]다. 설명을 곁들인 사진모음집 같은 성격이라 더 비싸고 크고 고급스럽다. 

그밖에도 수많은 자료가 있겠으나 일단은 첫걸음만 소개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예술작품이기를 작정한 사진과 사진가들에 대한 이론서(별로 어렵지는 않지만)이니만큼 수위조절은 필요하다. 이제 막 사진을 찍는 데 취미를 붙인 이들에게는 다른 많은 참고서들이 준비되어있다. 참고로 두 책 모두에 한국 사진가도 몇 명 소개가 되고 있으니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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