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문학으로서의 삶 책세상총서 10
알렉산더 네하마스 / 책세상 / 199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광기의 철학자로, 생철학이라는 주장을 부르짖은 인물로 알려져있는 정도인 니체 사상의 핵심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는 개론적 연구서로 유명한 책이다. '개론적 연구서'라는 모호한 표현은 이 책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출발점이라 할 기존 철학들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인간관/도덕관까지를 개괄하는 소개서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결코 겉핥기 식은 아니다. 자신과 다른 해석들도 열심히 소개 및 논박하고 있다. 원전으로부터의 인용도 꽤 풍부하다. 난이도도 일반인에게는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가 있다. 니체의 사상 자체가 철저히 기존의 형이상학적 전통에 대한 안티테제로 출발하여 (내가 보기에는) 안티테제로 끝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유럽철학 전반에 대한 선이해가 없이는 도대체 둘중 누가 옳은지를 판별할 도리가 없다. 그저 니체의 얘기만 듣고 있다 보면 이전의 철학자들은 모조리 소탕해야 할 대상일 뿐으로 생각하기 딱 좋다. 과연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기존의 유럽철학 전반을 개괄한다는 것은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좌우간 니체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왜 했는지, 그 의의가 무엇인지를 이 그리스 출신 연구가는 상당히 정연하게 교통정리해주고 있다. 읽다 보면 20세기 후반의 포스트주의자들이 내놓았던 주장 대다수가 그 기본정신에 있어서는 니체를 따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니체의 현대적인 적용이라고 해야 할지, 과연 철학적 바탕에 있어서 니체로부터 빚지지 않은 게 뭐가 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결국 포스트주의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반포스트주의자에게조차 니체는 필수적인 통과의례 대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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