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임진모 지음 / 창공사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부제가 '음반으로 보는 팝과 록의 역사'인 이 책은 정확하게는 5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영어권 대중음악을 다루고 있다. 이런 구역짓기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일견 불순하다. 대상을 락으로 한정짓는다면 마땅히 50년대 중반이 출발점이 되겠지만, 아레사 프랭클린도 나오고 엘튼 존도 나오고 마돈나도 나오는 이 책이 분명 락만을 다루는 것은 아닐진대 왜 하필 50년대 중반인가 하는 물음이다. 또 하나, 어디까지나 영어권으로 한정되어있다는 것도 이제는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럴싸한 근거는 아마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이 책은 영어권 팝/락에 대한 한 권의 좋은 소개서로 별반 손색이 없다.(세부적으로 시비를 걸려 들면 세상에 음악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음반 한장 한장의 해설에 있어 가급적 해당 시대의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담겨있는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지속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외국의 대중음악이 오직 '멜로디와 리듬'으로만 수용되었던 치명적 문제점을 감안할 때 실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책이 나온 때가 94년이라는 묘한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주관으로 선정된 100장의 음반들은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높이, 혹은 중요하게 사주는 음반들이다. 물론 저자 자신도 밝히고 있듯이 한국적 취향도 고려되고 있지만. 부록으로 해외의 명반 목록도 여럿 첨부되어 있어서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단순히 어떤 음악이 듣기에 좋더라는 차원을 넘어 어떤 음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안내서는 여타의 '명반 몇선'류와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각종 기초정보와 여담들의 값어치도 헐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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