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시읽는 가족 13
이정환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하필이면
다른 아홉 그루는 다 놔두고
 

어쩌면
저기 저 느티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언제쯤
그 둥지 아기 새에게
그걸 물어볼 수 있을까?

동시조집이다.
푸른책들에서 출판한 <시읽는가족 13>으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있다.
 

1부. 봄날의 휘파람
2부. 바람의 편지
3부. 친구야, 눈빛만 봐도
4부, 복사꽃 마을 어귀
 라는 제목만 봐도 감성적인 향기가 물씬풍겨난다.
어린이를 위한 글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시조집이다.
특히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는 우리 고유의 시조를 살려 담았단다.
'시인의 말'에서 이정환시조작가님께선 " 아, 나도 이렇게 느낀 적이 있었지1."
" 아니, 이것 봐, 이거 내 얘기잖아." , '이 정도쯤은 나도 얼마든지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라고 하셨는데... 글쎄?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감성적인 동시를 쓰려면 시인님처럼
긴긴 겨울밤 아버지의 등에 업혀 옛이야기를 듣던 추억이 있다거나, 신비의 소나무가 있는
두메산골이 고향인 추억, 초등학교 교사로 서른다섯 해를 아이들과 생활한 추억이 있었기에
불타오르는 시심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간혹 나같은 사람도 용기를 갖게 해주는 글이 있다면
'검정 비닐봉지 하나' 정도 일 것 같다.

   - 검정 비닐봉지 하나 -

 앙상한 나뭇가지에 찢긴 채로 걸려 있는
 검정 비닐봉지 하나 쉴 새 없이 펄럭인다.
 머잖아 다가올 봄에 새가 되고 싶은 거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비닐봉지를 보면서 한번쯤은 이런 생각해봤으니까...
어쨌든 책에 있는 시조를 보니 시인님은 무척 푸근하고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고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 대한 정이 넘치는 분 같다.
산길에서 못물을 보시고 지은 시, 밤이면 때로 산도 몰래울고, 길도 잠을 잔다는 표현이나
온 세상 사람이 함께 받아 볼 수있는 바람의 편지라는 시, 길들여지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시,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무슨 걱정이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읽으신다는 분이시니 말이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이런 엄마인가 반성해 보기도 했다.
오늘 방과 후 퇴근 길에 거리의 나무에게, 바람에게 나도 한번 쯤 말을 걸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