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반양장)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4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어릴적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가 지은 노래인지도 모른채 그저 좋아서...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동시 <눈 감고 간다>의 첫 대목이라는 것을요.



눈 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물론 내 어릴적 불렀던 노래와는 뒷 부분이 다르지만,  
어쨌든 그 노래의 한자락을 윤동주님의 동시책에서 발견하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는 민족시인 윤동주님이 쓰신 최초의 동시집이랍니다.
윤동주님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
<서시>를 지은 분이시죠. 일제 치하의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도 항상 아이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간직하셨던 분,  고백하자면 제 사춘기시절의 로망이었죠.


중학교 시절 ’카톨릭 소년’ 에 동시 <병아리>를 처음 발표했다는 윤동주님은
아이들을 위해 쓴 동시도 제법 많네요. 
그 중에서 제가 아는 동시라고는 <해바라기 얼굴>, <오줌싸개 지도>, <병아리>
<무얼먹고 사나> 정도 였는데....  

그 외에 <반딧불>, <참새>, <고향집>, <편지> , <조개껍데기>,<비행기>, <나무> .... 등  
시골정취는 느끼게 하는 친숙한 제목들도 있고, 

<햇비>, <거짓부리>등 순 우리말 제목이 참 예쁜 동시도 있네요.

하지만 윤동주 시인을 민족시인이라 부르는 까닭은 일제치하의 어둡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맑고 투명한 시를 통해 민족혼을 담고자 노력했으며,  그 분의 고운 성품에서
나오는 깨끗한 감성은 맑고 아름다운 동시로 엮어져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들려주고 싶었나봐요. 

윤동주님의 동시가운데,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많이 나오는데,
<편지>라는 동시는 윤동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간 누나를 그리면서
적었다고 하네요.  보지도 못한 누나얼굴을 그리워해서일까요? <해바라기얼굴>이란 
시에도 보면, 해가 뜨자 금방 일터에 가버리는 누나가 나오네요.
" 왜 떡이 쓴대도 자꾸 달라고 해요." 라고 아주 짧은 시로 표현된 <할아버지>라는
시에서는 할아버지에 대한 시인의 기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우리로 하여금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 같아요.

동생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는데, <오줌싸개 지도>에서는 동생이 오줌 싼 이불을
보면서 별나라에 계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만주로 돈벌러가신 아버지를 향한
마음 등을 읽으며 괜히 마음이 짠해지더라구요.


별처럼 아름다운 윤동주님의 동시책을 읽으면서 새삼 제 가슴을 두드린 글은
사춘기 시절, 이 분의 시를 읽으면서 눈물 콧물 쏟았던 제가 가장 좋아하던 
동시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바로 <눈 오는 지도> 라는 제목이랍니다.


순이라는 아이가 참말 윤동주님의 이웃에 살았던 아이인지,  상징적인 인물인지
저는 모르겠으나,  표면적으로는 눈오는 날 떠나는 순이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쓴 이 시를 가만히 읽다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사춘기 시절엔 나의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랬나보다고 하겠지만,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 다시 이 시를 읽어봐도
가슴이 짠해지면서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어쩌면 순이는 잃어버린 우리조국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면서  꽃다운 나이에 조국의 해방을 보지도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일본 감옥에서 잃어버린
윤동주님의  조국사랑에 다시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 분이 동시집을 쓴 이유는 바로 자라나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겠지요.
울 딸들도 이 동시들을 읽으며,  그 분의 고운 심성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눈오는 지도>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안에 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도 눈이 내리리라.  

* 하냥(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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