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라고요, 곰! 책꾸러기 5
프랭크 태슐린 지음, 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 저 높이, 기러기 떼가 남쪽으로 날아가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던 나뭇잎들이  가지에서 떨어져내리고,
겨울이 와서 흰 눈이 온 숲을 덮어버릴 때면, 곰은 늘 그랬던 것처럼 동굴로 가서
겨울 잠을 잔다. 

어느 날,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의 동굴 주변에서는 곰이 모르는 사이 어떤일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이 설계도와 지도와 측량도구들을 가지고 숲으로 몰려와서 곰이 자는 동굴주변을 측량하고,
땅을 마구 파헤치더니, 열심히 일을하고 일을 해서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을 세웠던 것이다.

공장은 겨울 내내 검은 연기를 뿜어댔고, 다시 봄이 찾아왔으나....
겨울 잠에서 깨어난 곰의 눈 앞에는 숲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 어, 숲이 어디로 갔지?
풀은 또 어디로 갔어?
나무랑 꽃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기 있는 것들은 다 뭐야?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조금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레이첼 카슨이 지은 '침묵의 봄' 이라는 유명한 책에도 환경오염으로 봄이 오지 않아 
새가 노래하지 않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지만,  굳이 그런 두꺼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은 p63쪽의 분량만으로도 충분히 환경오염으로 인해 숲이 사라지고,  꽃들이 사라지는 어쩌면 봄이 오지 않을 것을 우리에게 경고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서 있는 곳은 바로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한가운데 였던 것이다.
곰은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공장감독 또한 곰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다.

"나는 일꾼이 아니에요. 곰이에요." 라고 주장하는 곰과
"일하기 싫어하니까 별 핑계를 다 댄다고 생각하는 공장감독..."

마침내 곰은 인사과장앞에서도, 부장, 상무, 부사장, 심지어 사장 앞에서도
자신은 곰이라고 큰 소리로 주장하지만,  그 들 역시 약속이나 한 듯이 
" 너는 곰이 아니야1" 라고 말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동물원에까지 가지만
동물원의 곰들조차 자신과 다른 차림으로 있는 곰을 곰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아픈 현실...

끝내 곰 자신조차도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리고, "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 가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며 얼어죽을 위기에 놓였다가  추위를 피해 자연의 품인 동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단지 동화로만 생각하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삶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의 세태가 너무나 심각하다.  그러기에 어느날 우리가 눈을 떴을 때, 우리가 사는 지구에 사는 나자신을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다지 길지 않는 동화를 읽으면서도 주제가 주는 의미심장함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굳이 400쪽 가까이나 되는 레이첼카슨이 쓴 '침묵의 봄' 같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초등저학년이 읽기에도 충분히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책이다.  
'곰' 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무시한채 힘있는 자에 의해 자꾸만 무시되어져가고 있는 환경파괴 등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현실가운데,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어른들과  미래의 지구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이기를...

 

   
  "이 봐, 여기서 뭘 해!
빨리 작업장으로 돌아가!"
그 사람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 나는 여기 일꾼이 아니에요.
나는 곰이에요."
곰이 대답하셨습니다.

"너는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야."

'아니에요. 당신이 잘 몰라서 그래요.
나는 곰이라고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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