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단어를 찾아주는 꼬마 마법사
다니엘 시마르 지음, 안지은 옮김, 쥬느비에브 꼬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주는 꼬마마법사'....

잠자리채 같은 걸 들고 들판을 쏘다니는 예쁜 여자아이가 꼬마마법사라는 건지 표지그림만 봐서는 알 수없는 제목의 그림책이지만, 소녀가 뭘 찾고 싶어하는지? 소녀가 꼬마마법사인지?  호기심이 당기는 서정적인 표지그림을 살짝 들춰보니...

"어머니를 위해 단어를 찾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라고 씌어진 작가 '다니엘 시마르'의 짧은 서문과 함께.

"노엘라가 살아있다면 단어뿐 아니라 무엇이든 찾아주고 싶어요."

라고 한 이 책의 삽화를 그리신  "쥬느비에브 꼬떼" 님의 글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어보신 독자라면 이 두 분과 비슷한 고백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꼬마마법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신 독자가 계시다면, 바로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가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엘리즈'이란 소녀가 꼬마마법사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있을 것이다.  

엘리즈에게는 할머니가 참 특별한 존재셨다.  엘리즈의 할머니는 흔히 말하는 치매에 걸리신 분인 것 같다.  
자꾸 건망증이 심해져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할머니이지만 꼬마마법사인 엘리즈의 눈에는 할머니의 건망증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엘리즈는 할머니가 단지 단어를 잃어버리셨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할머니가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주고 싶을 뿐이다. 엘리즈는 할머니가 자주 잃어버리시는 '열쇠'라는 단어를 찾아주기위해 열쇠를 찾는 시늉을 해드리고, 할머니가 잃어버린 화장지라는 단어를 찾기 위해 일부러 단어놀이를 해드린다. 엘리즈는 슬프다. 할머니의 입술에서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떠나고 만 단어들을 커다란 그물로 잡아서 원래자리로 갖다 놓아드리고 싶다. 할머니가 단어를 다 잃어버리기 전에 서둘러서 제자리로 돌아가게 찾아드리고 싶기만 하다. 그러다 엘리즈는 할머니가 자기에게 단어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손녀에게 단어를 빼앗겨도 화내지 않는 할머니, 그 할머니의 미소만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엘리즈는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이 책에 나오는 귀여운 꼬마소녀 엘리즈는 정말 꼬마마법사같은 아이이다.
책을 읽는내내 꼬마마법사 엘리즈로 인해 마음이 흐뭇하고, 따스했다. 
엘리즈는 배려심이 많은 소녀였다. 할머니가 늙고 주책이라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할머니의 치매증상을 이해하며,  안타까워하며, 할머니의 건망증이 오히려 자신에게 단어를 빼앗겼기에 단어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엘리즈의 아름다운 눈,  변하지 않는 할머니의 미소를 볼 수있는 눈, 그런 엘리즈와 같은 마음을 나의 아이들도 가졌으면 좋겠다.


핵가족시대를 살아가면서 할머니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지는 아이들, 치매라는 것이 가족에게 귀찮거나 짜증스런 병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쳐줄 수있는 정말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책으로 할머니에 대한 이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우수한 그림책이기에 책 표지에 씌인 '2008년 몬트리올 아동 도서관협회상 수상', '태나다 어린이 TD 문학상 최종후보작' 이란 글에 눈길이 간다. ^^


"우리 할머니는 치매가 아니에요. 단지 단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에요. 아니 저한테 뺐겼어요." 
어디선가 엘리즈가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