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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펠에게 책 좀 읽게 해주세요! ㅣ 한림 저학년문고 15
사스키아 훌라 글,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주인공 무펠은 책읽기를 아주아주 싫어하는 남자아이이다.
나도 학교나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던 중에 무펠같은 남자아이를 더러 만났다.
사실은 우리 남자아이들 가운데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보다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만나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의 부모님은 마음이 어떨까? 이 책의 무펠엄마랑 같은 심정일 것이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지혜를 짜낼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무펠처럼 지독하게 책읽기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무펠의 엄마와 같은 잔소리를 하기가 싶상이다.
"무펠, 너 책 좀 읽어야겠어. 엄마는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겟다. 앞으로 날마다 30분씩 책 읽거!"
네가 책 읽는 동안 엄마가 옆에 앉아 있을거야. 한쪽씩 너하고 내가 번갈아 가며 읽는거야. 알았어?"
이 말을 듣고 무펠이 ’ 내 알았어요. 엄마" 라고 고분고분 대답한 후에 자기 방으로 가서 얌전히 앉아 30분씩 책을 읽는다면
아마 무펠엄마는 회심을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펠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혀오고, 생각만으로도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무엇이든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꼬박꼬박 하는 아이가 바람직할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진심으로 읽고 싶어 마음으로 부터 우러나서 읽어야지 누가 억지로 읽게 해서 읽는다면 눈만 활자를 따라갈 뿐 그 내용이 과연 그 아이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인가 말이다.
진지한 엄마의 협박에 가까운 잔소리도 통하지 않자 무펠의 엄마는 극단의 대책을 세워 나름대로 아이디어 내어 아파트 입구게시판에 광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디어 급구!"
무펠이 책을 한 권이라도 읽게 해주신 분께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메뉴은 수프, 요리, 후식으로 이어지는 정식코스 요리입니다. 특별히 드시고 싶은 음식은 미리 주문하셔도 됩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파트 내에도 이런 광고가 좀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번 쯤은 도전해보고 싶기 때문이며, 만약 나에게 이런 과제가 주어졌다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란 생각이 결국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물론 현실에선 예외가 있겠지만 말이다. )
무펠 어머니의 광고를 보고 도전한 사람은 이웃의 2층에 사는 나호딜아저씨, 필츠아줌마, 헤르치히 아줌마... 등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잔뜩 안겨다 준 책은 무펠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럼 누가 무펠에게 책을 읽게 했을까?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무펠의 엄마가 범한 한가지의 오류는 오직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이를 아무런 생각이 없는 아이로 취급한 점이다. 나도 내 큰 아이를 영어학원에 등록시켰다가 단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하나도 울 아이를 문제아(?)취급하는 선생님땜에 그 학원을 확 그만둬 버린 적이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한가지를 못한다고 그 아이가 생각이 없는 아이나 문제아 심지어 바보취급한다면 그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못하는 이치와 같다. (울아이도 그당시 영어만 못했지 다른과목은 잘하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무펠의 경우도 축구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고, 잠수도, 밧줄타기도, 물구나무서기도, 롤러스케이트도.... 잘하는 것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관심있는 것이 많았는데, 딱한가지 못하는 게 있다면 바로 ’책읽기’ 였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책읽기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을 부모님들이 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서 그 걸 아는 사람은 바로 무펠의 친구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무펠이 물고기키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열대어기르기>에 대한 책을 사 줌으로써 무펠이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었다. 믈론 보고 계시던 무펠의 엄마는 너무 기뻐서 소피아를 당장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나도 며칠 전 아이친구 엄마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오빠가 책을 아주 싫어한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고민상담이었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역사책부터 시작해서 사주라고 했다. 그 엄마는 안그래도 역사책은 좀 보는편이라고 좋아했다.
예전에 독서지도를 하던 한 초등고학년 남자아이의 예를 들어보자면, 책을 지독히 싫어하던 그 아이에게 어느날 고정욱 선생님의 <경찰아저씨가 오지 않던날>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사 준 것이다. 그런데 얼마후 학부모로 부터 아이에게 이런말을 들었다고 한다. "엄마도 선생님처럼 이렇게 재밌는 책 사주면 내가 책을 잘 읽지!" 하더라는 것이다. 그 엄마는 그 전에는 아이 수준에 맞지않는 전집류 등만 잔뜩 사주었다고 했다.
사실 아이들이 일단 책에 흥미를 가지면 책읽기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문제는 어떻게 책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가인데, 내 아이가 책을 안 읽어서 고민이라는 부모님이 게시다면 이 책에 나오는 소피아의 방법을 이용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 흥미있는 분야의 책부터 자연스럽게 보여주라는 것이다. 개구리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개구리가 나오는 책을, 축구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축구에 대한 책을, 요리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요리에 대한 책을, 연예인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그 연예인과 관련된 책을......
머지 않아 이런 고백을 하게 되시리라 본다.
"우리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우리아이는 시험기간에도 책만 읽으려고 해요. "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