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장위의 고양이 ㅣ 문원아이 21
양인숙 지음, 장미영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자리를 참 좋아한다. 담 밖도 잘 보이고 담 안도 잘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담을 사이에 둔 이 집과 저 집을 다 볼수 있다. 집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집 마당엔 할미꽃, 애기똥풀, 매발톱, 민들레, 등심붓꽃 등 들꽃이 피어있다. 좁은 공간에 들꽃이 피어 있는 것은 이 집에 사는 사람의 정성 때문이다."
책의 처음 이야기는 담장위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마리의 고양이가 나온다.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담을 쌓고 살아가지만 담장위에 앉아있는 고양이의 눈에 담은 사람들이 그어 놓은 하나의 선에 불과하게 보인다. 담위에서는 모든 것이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그 담장위를 좋아했고, 주인아주머니의 성격이 촌스럽기까지한 어떤 집의 담장위를 무척 좋아했다.
'담장위의 고양이'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세상의 모습들을 그렸다. 조그만것을 두고 서로 다투는 인간들의 모습, 주먹다툼, 자리다툼, 치열한 경쟁, 마치 고양이가 생선뼈하나를 두고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대는 모습과 같았다.
사람들은 흔히 '도둑고양이' 라고 부르는 주인공 '동글이'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었다. 인간들의 세계와 닮은 고양이들의 세계에서 자리다툼, 먹이다툼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따라 어머니마저 독약이 든 생선을 먹은 듯이 피를 토하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동글이는 " 살아남아야 한다. 너는 살아서 꼭 너의 몫을 해야한다. " 라고 하신 엄마고양이의 유언을 잊지않고자 애썼다. 그리고 어머니가 늘 당부하시던 잔소리같은 말씀도 잊지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 사람들은 절대로 우리를 위해서 음식물을 내놓지 않는다. "
"눈에 보이는 곳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
부모님의 죽음으로 동글이에게 남은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말씀을 명심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이면서 어떻게든 살아나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먹이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때, 어머니가 꿈 속에 가르쳐주신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 곳에는 그래도 아직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는 인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서....
"개척해라. 스스로 개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하는 말씀과 함께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집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서 두어 블럭을 지나면 있고, 아주 오래된 집이고, 목련이 있고, 분홍빛 장미가 피어있는 집, 개가 살지만 늘 매여있다는 집이라고 하셨다. 동글이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세상을 버터나가고자 그 집을 찾아가다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누렁이, 모니, 얼간이를 말이다. 얼간이는 약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누렁이는 형처럼 따르는 강아지였고, '모니' 는 동글이가 만난 사랑이었다. 동글이란 이름도 모니가 지어주었다. 동글이와 모니는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까지 낳에 된다. 동글이는 비록 도둑고양이였지만 " 내가 이 다음에 가정을 꾸린다면 꼭 저런 가정을 만들어야지,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집을 만들어야지! 하고 늘 입버룻처럼 말하던 그런 꿈에 그리던 가정을 갖게 된 것이다.
동글이가 아이들에게 뜻이 있는 예쁜 이름을 짓고 모니와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어진고양이, 의로운 고양이, 예의바른 고양이, 지혜로운 고양이란 이름을 가진 동글이의 아이들은 인고, 의고, 지고, 신고였다.
동글이는 새끼고양이들은 강하게 키우고자 쥐사냥도 가르치고, 인간들의 세계 속에서 도둑고양이가족으로 꿋꿋하게 살아가고자 애썼다. 하지만 어느 날 약국정 할머니의 신경통치료를 위해 새벽집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잡아서 고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동안 남은 밥찌꺼기를 잘 주며 그래도 믿었던 얼간이네 아주머니 마저 동글이들이 다니는 담장위의 길에 '덫'을 놓은 것을 보고 동글이는 절망을 느꼈다. 그 덫은 길만 막은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조금이라도 믿었던 마음까지 막아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얼간이네 아주머니가 넣은 독약으로 친구이던 얼간이가 죽는 일이 생기자 얼간이네 아주머니는 쥐덫을 철거하게 되고 동글이에게는 하나의 자유의 길이 열렸던 것이다. 동글이는 스스로 개척하라는 엄마의 지혜로운 가르침 덕분에 다시 살아나게 됨을 감사하며 마음에 있는 인간을 불신하는 의심을 걷어버리고 다시금 아름다운 눈으로 담장위의 선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게 된다.
불신에 찼던 동글이가 그러했듯이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세상은 불신으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책을 덮으며 깨달아본다. 동글이가 자신을 배려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사는 작은 기쁨을 깨달앗듯이 우리도 우리곁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과 동글이와 같은 하찮은 생명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조그만 것 하나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고, 남을 이기기위해 나의 이익 챙기는 마음을 버리고,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보고, 이웃과 가족을 대하는 나자신이 되기위해 낮은데 마음을 두지말고, 우리의 눈이 담장위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눈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