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문지 푸른 문학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생 딸아이 학교 추천도서라서 사주었는데, 함께 읽게 된 책이다.  알고 보니 여러 곳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꽤 이름있는 책이었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이란 제목에서도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선재라는 주인공 남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부터 3학년까지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형식으로 쓴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학교를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바른 가치관을 교육해야하는 것이 학교임에도 입시위주, 지식위주의 문화가 팽배하여 공부잘하는 아이가 대접받는 분위기이고,  공부와 거리가 멀수록 문제아 취급하거나, 무시하고 상대도 하지 않는  다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며, 이것이 비록 부정적인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청소년의 고민과 입시위주의 교육현장의 모습을 꼬집어 비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 보았다.

5월22일, 누나의 결혼 날짜가 잡힌 것으로 일기를 시작하는 선재는 고등학교에 떨어진 친구 순석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학교이야기를 해가는 것을 일기에 기록하고 있다.  선재는 늘 구름에 집착한다. 마치 뜬구름 잡듯이.....  학교 수학시간에도 구름 그림자를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의 결혼에  왠지 가슴 철렁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속한 학교라는 울타리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선재는 괜히 구름에 집착하며 순석이에게 자신의 학교 이야기를 마치 방관자적으로 적고 있다.  ’질서를 지키자’는 제목의 글짓기를 써오라는 선생님께 " 모든 학생이 짓게 해서 좋은 글을 한 편 뽑게 되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질서를 지키는 것 아닙니까?" 라는 말을 해서 따귀를 한 대 맞고, 도대체 누가 그런 질서를 세웠는지, 네가 글을 잘  지으니까 너만 지어오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대표로 쓰는 거니까 잘 써야하고, 뽑히면 상도 탄다는 선생님 말씀에 까닭없이 반항하고 싶은 우리의 선재는 바로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었던 것이다.


수업시간에 국어 선생님께 허생전을 배운다.  그리고 뒤 이어 아이들과 선생님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진다.  전교조였던 그 선생님은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지만, 선재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스승은 그 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은 평소 얌전하기만 했던 윤수라는 아이가 그 선생님의 영향을 깊이 받아 선생님의 사상에 동조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한다. 고3 수험생을 위해 전교생이 모인 ’기원의 밤’ 이란 행사에서 교장선생님의 우수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배출해온 명문학교로서의 ’빛나는 실적’  발표가 있었고, 3학년 담임선생님은 초에 불을 붙였고, 경수라는 아이가 나와서 "선배님들 그동안 먼 길 달려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임을 알았기에 우리도 선배님처럼 열심히 해서 승리자가 되겠습니다." 란 기원을 했는데,  이어 선구자 노래 뒤에 선재는 시를 낭송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윤수가 갑자기 나타나 확성기를 대고 부르짖는 것이었다. "우리는 마라톤 선수가 아닙니다." "모두 승리하면 누가 패배합니까?"  "각자의 촛불을 끄면 아무도 패배하지 않습니다." 하고 외쳤다. 선재는 윤수의 그 말이 그동안 자신이 찾던 말처럼 느껴졌다.학교 현실과 세상을 향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선재와 친구들은 어느새 문제 학생으로 몰리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여 그저 춤을 추고 싶어 춤을 추었는데, 반성문을 써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친구들 모두 가슴에 아픈 상처와 문제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었다.  모두 힘들어하는 아이들, 그래서 선재는 친구들이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섬으로 훌쩍 떠난 선재에게 윤수로 부터 온 한 통의 편지, 같이 섬으로 가려했던 윤수는 이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윤수말에 의하면 학교를 떠난)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부모이 강제로 들여보낸 학원을 뛰쳐나와 대안학교인 ’두레학교’로 가는 차표를 샀다고 했다. 선재는 대안학교에는 어떤 아이들이 올까 생각에 잠겼다.  아직 몸은 태풍이 치는 섬에 있는 선재의 삶은 현재진행형,  ’ 태풍이 이 섬을 덮치면, 거센 비바람 속으로 나가겠어. 파도가 으르렁대는 해변을 지치도록 달리겠어. 마음이 정말 경건해질거야. 외로운 노래, 외로운 이들을 위한 아주 간절한 노래가 샘물처럼 솟아날거야.’  선재는 오늘도 독백을 한다.  선재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저 지금 사는 곳에서 헤매이는 청춘의 낮은 고백이다.

세계에 대한 최초의 시선을 던지는 시기인 청소년기, 일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질풍노도의 시기.....
선재와 친구들의 욕망과 우정, 애정, 고독과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이 섬세하게 그려진 제목처럼 아름다운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을 읽으며, 무어라 답은 줄 수없지만 그 들의 삶의 현주소와 치열한 사춘기의 성장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프게 자라고 있을 우리들의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대안학교로 떠나던 윤수가 선재에게 보낸 편지 한 귀절이 귓가에서 자꾸 맴돈다.

기차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기차를 타면, 앞으로 나는 영영 전처럼 살 수 있을 성싶지 않다. 정해진 시간, 준비를 하도록 주어졌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으니까. 이제 준비 시간은 없다. 아니 본래부터 그런 시간은 없었다. 몇 살까지가 어린애고, 언제까지가 준비 기간이란 말이냐,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일 뿐이고, 내가 머무르는 데가 나의 집이며, 방황을 하더라도 그게 바로 내 삶이다. 내가 선택한 삶 때문에 용서를 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녕, 지나간 시간 동안의 내 친구. 오로지 믿음으로만 존재하는 앞날에, 우리 다시 뜨겁게 만나기로 하자.  p20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