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 제1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6
박지숙 외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김홍도에 대한 책을 읽은 것은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서 '그림그리는 아이 김홍도'를 읽은 것이다. 그 기에 나오는 김홍도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어머니께서 외삼촌에게 보내 그림을 배우게 한다는 내용인데, 하늘을 도화지로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등 그림을 너무 좋아하는 김홍도의 어린시절이 나온다. 이번에 읽은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는 김홍도가 그린 작품가운데 [무동]이란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의 배경이 된 '광대아이 무동'과 김홍도 사이에 일어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김홍도는 과히 천재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지 만석지기 유부자의 부탁을 받은 '강세황'이란 당시 유명한 화가가 어린 제자인 '김홍도'에서 그 부자의 그림을 대신 그려줄 것을 부탁한 것만 봐도 알 수있다. 그러기에 만석꾼 유부자는 처음에는 강세황이 어린제자를 시켜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 못마땅했으나 막상 김홍도가 그려온 그림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얼마나 그림을 잘 그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릴 때 잘한다고 지나치게 칭찬받다 보면 자칫 자기 재주만 믿고 교만해 질 수있다. 그런 김홍도 앞에 나타난 광대아이 '무동' 과의 만남은 김홍도의 그림 인생을 뒤바뀌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무동이 김홍도에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그 따위를 그림이라고 으스대기는." 하고 무심코 던진 이 한 마디는 실로 김홍도에는 충격이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그림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김홍도가 무동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날에 길이 남을 멋진 풍속화들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아니 김홍도가 단지 무동의 말을 '일개 광대 녀석이 그림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지껄인담.'하고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으로 계속 무시했다면 자기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천재라는 자부심, 그리고 자신은 놀고 먹으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므로 어쩌면 사람들의 칭송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김홍도였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도화서의 화원이 되어 임금님의 어진(임금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나 사진)을 그리겠다는 꿈을 가졌던 홍도...... 그러나 무동의 말을 들은 이후에는 자신의 그림에 없는 알맹이를 찾고자 애를 썼다. 무동의 누이 순님과의 만남을 통해,  또 무동인 '들뫼' 가 순님을 위해 추는 춤을 보면서 드디어 홍도는 들뫼의 가슴에는 자신에게 없는 사랑이 넘치는 표정을 보면서 들뫼가 자신을 껍데기라고 비아냥거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한 그림본에는 없는 꿈틀거리는 삶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디어 홍도는 화첩을 꺼내 <춤추는 소년>을 그리는데......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후, 들뵈와 순님이를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김홍도는 들뫼의 슬픔이 깃들은 웃음을 그려낸 '무동'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1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가운데, 박지숙 작가님이 쓰신 첫 번째 단편이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를 읽으며, 푸른문학상 작품을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익히아는 화가인 김홍도 이지만 하나의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단편으로 읽고 보니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진한 감동도 있는 작품이었다. 

김홍도의 그림인생을 바꾼 것은 광대아이 '무동'이다. 그 아이의 당돌한 한마디가 비록 처음엔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쓴 약이 몸에 좋은 것 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효과있던 쓴 약이었던 것이다. 나도 이런 쓴 소리를 해 줄 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무엇을 안다고 나에게 이렇게 찌걸인담.....'하고 무시하지 말고, 귀를 기울일 수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이미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무시하고 지나친 것은 아닌지.....

이 책에는 박지숙작가님의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외에 오시은 작가님의 [컴맹엄마], 김정 작가님의 [자꾸 뒤돌아보는 건 부엉이 때문이야]와 태미라 작가님의 [솔롱고스, 안녕!]까지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컴맹엄마]는 컴맹인 엄마와 아들 기웅이 사이에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기웅이 "너는 엄마 아빠보다 게임이 더 중요하니?"하고 잔소리하는 엄마, 컴퓨터 게임을 신나게 하고 픈 기웅이의 마음을 엄마가 몰라주는 듯하여 기웅이는 섭섭해하고, 친구인 건우엄마는 웹디자이너라서 가족신문을 컴퓨터로 멋지게 만들어줘서 건우의 기를 살려주는데, 그런 것도 친구엄마보다 못하는 중학교도 졸업못한 무식한 엄마에게 기웅이는 반항만 하고 싶은데....어느 날 '김옥분'이란 이름으로 보낸 엄마의 메일을 통해 기웅이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가슴뭉클한 이야기이다.

[자꾸 뒤돌아보는 건 부엉이 때문이야]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간 윤수가 시골에서 건강하고 싱그러운 여자아이 선애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춘기 소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이다.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오던 날, 소녀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면서도 "윤수야, 똑바로 앉거래이. 인자 고마 뒤돌아보고." 하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께 "자꾸 뒤돌아보는 건 부엉이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하며 중얼거리는 윤수의 모습이 사춘기 시절의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끔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구수한 사투리도 일품이다.

[솔롱고스, 안녕!]은 몽골의 4학년 아이'따시카'가 우리나라 3학년 교실에서 청강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사건으로 학교 동상유령과 징기스칸의 후예라는 자긍심을 지닌 아이와의 교감이 주요 소재이며, 동상이 살아나서 몽골아이와 대화를 하고, 아이가 동상의 말을 타고 몽골의 고향동네인 솔롱고를 향해 달리는 것을 끝으로 판타지하게 처리한 작품인데, 몽골의 성인식과 불법체류자인 이주 노동자의 삶을 주인공 아이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소재의 작품이다.

제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이 책의 모든 작품이 다 훌륭하지만 역시 대상작품인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의 감동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든다. 오늘날까지 이름을 떨치는 조선시대 천재 풍속화가 김홍도가 광대아이 들뫼 '무동'을 만난 그림인생이 변한 것처럼 나의 주변에서 비록 아프지만 충고해주고, 나를 성장시켜 줄 나의 '들뫼'는 없는 지 귀 기울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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