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녀의 시간 여행 문지아이들 92
배미주 지음, 양정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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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빌라 옥상에선 동네가 다 내려다보였다. 준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었다. 가장 큰 놀이터가 있는 아파트, 떡볶이 많이 주는 가게. 아이들만 아는 개구멍......     나한테 천체 망원경이 있으니까, 여기서 별을 보면 되겠다. 우정빌라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 취소다. 이제부터, 참 재미있겠다.     p 30 쪽 <우정빌라에 이사왔다>

 " 웅녀님이 돌아왔다!"

동굴 앞에 걱정스레 모여 있던 뭇 동물들이 기뻐서 소리쳤어요. 바깥세상은 그 사이 봄이 와 있었어요. 부쩍 자란 하늘신이 웅녀님을 꼭 껴안았어요. " 내가 꿈을 꾸었나? 꿈이 나를 꾸었나?" 웅녀님은 중얼거리며 아래 세상을 굽어 보았어요. 까마득한 아래 세상은 한결같이 아름다웠지요. "이제 나와 혼인해 주세요." 하늘신이 웅녀님에게 말했어요. 웅녀님은 슬픈 눈으로 하늘신을 바라보았어요. "네, 좋아요. 하지만." 웅녀님이 힘주어 말했어요. "나는 곰의 모습을 벗지 않겠어요." 조용히 귀 기울이던 어린이들이 입을 모아 한목소리로 외쳤다.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그러니 당신이 곰이 되세요!" 이야기를 드려주시던 선생님이 빙그레 미소 지으셨다.    p 86 쪽 <웅녀의 시간여행>

 

"세종아,"

"네?"

"이사......갈까? 전학도 하고."

"......아니요."

"왜......"

"아빠, 그 때요. 저 맘속으로 막 빌었어요.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좋겠다. 어서 어른이 되면 좋겠다. 하루하루 싫어 죽겠다."

"세종아....."

"이사를 간다고 ...... 어른이 된다고 ...... 더 쉬워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세종이가 동근 씨를 보고 씩 웃었어요.

"그러니까 힘내요, 우리."

세종이가 잡은 손에 꾹 힘을 주었어요. 그 힘이 동근 씨 손에서 팔로, 팔에서 심장으로 전해진 듯 짜르르해 왔어요.   p 144쪽 <나동근씨, 학교에 가다>

 

그날, 남아시아 일대를 덮친 지진 해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조금만 일찍 경고가 주어졌다면, 파도로부터 달아나 높은 곳으로 피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으리라. 새들과 코끼리들과 물소들과 원숭이들은 아침이 오기도 전에 높은 곳으로 달아났고, 줄에 매인 가축들은 울부짖으며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p 177 쪽 <문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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