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녀의 시간 여행 문지아이들 92
배미주 지음, 양정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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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남아시아 일대를 덮친 지진 해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조금만 일찍 경고가 주어졌다면, 파도로부터 달아나 높은 곳으로 피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으리라. 새들과 코끼리들과 물소들과 원숭이들은 아침이 오기도 전에 높은 곳으로 달아났고, 줄에 매인 가축들은 울부짖으며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p 177 쪽 <문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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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위해 다시 읽어보니  아주 특별한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땐 잘 몰랐는데......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여러 단편 가운데 쓰나미와 관련된 '문을 열면' 같은 경우 너무 무거운 소재를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생각은 그 작품이 있기에 이 책이 가치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이 그저 장미빛 환상같은 아름다운 일들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며, 왕따, 성폭력,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난 등......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려주기 보다는 알 것은 알려야겠다는(?)생각이 들어서다.

<우정빌라에 이사왔다>를 읽으면, 우리집도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전학을 가거나 할 때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참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경민이가 주변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터 자신이 이사 온 빌라가 따뜻한 곳임을 느끼기까지 겪는 재미난 이야기는 저학년이 읽기에도 무난한 내용이다. 경민이가 " 우정빌라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 취소다." 하고 말한 것처럼 나도 이 동화책에 대해 한번 밖에 안 읽고 처음에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 취소다.! 책은 자꾸자꾸 읽을 수록 새로운 것 같다.ㅎㅎ

<웅녀의 시간여행>은 이 책의 대표적인 단편이라 할 수있는데,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한마디로 '단군신화 뒤집기'라는 기발한 소재로 이야기를 엮은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우리가 잘아는 단군신화에서 내용이 각색된 '하늘신과 웅녀의 사랑이야기'이지만 웅녀님이 시공을 초월해서 오늘날의 인간세상에 왔다가기도 하면서 사랑하는 하늘신과 잠시 작별을 하고 그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둘이 만나 사랑을 이루려고 할 때 프로포즈는 하늘신이 하지만 웅녀가 곰의 모습을 벗지 않으려고 결심하는 장면이다. "그러니 당신이 곰이되세요."라고 표현한 것은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표현인가? 여기서 하늘신을 남성의 상징으로 본다면 여성의 상징인 웅녀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요즘은 여성이 적극성을 많이 띄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내가 여자인데.....' 하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양성평등에 대한 수업을 할 때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동근 씨, 학교에 가다>는 산책로에서 신기한 옹달샘을 마신 나동근씨와 아들 세종이가 각각 역할이 바뀌어 아빠는 아이로 아이는 아빠가 되면서 겪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나동근씨는 아들이 되어 학교에 감으로써 아들 세종이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놀림을 받고 무시받는 것을 알게되어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며, 세종이 또한 아빠가 되고 보니 빨리 어른이 되려고 했던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과 함께 훈훈한 부자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로 아빠와의 관계회복을 원하는 아이에게 권하기에 , 또 부모와 자녀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딱인 책이다. 

<문을 열면>을 다시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엔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을 까 생각했지만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열 세살 나이로 '한국 초능력 연구소 원격투시 분과'라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 '이진하'와 초능력을 가진 동생 '승아'...... 승아는 초능력으로 아빠가 무서운 폭풍과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했다. 아빠가 탄 배가 침몰했을 때, 승아는 흠뻑 젖어 비린내 가득한 몸으로 베란다 문 저편에 쓰러져 있었다.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아빠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렇게 아빠를 보내고 세월이 흘러 다시 겨울이 온 어느 날, 승아의 비명소리에 놀라 일어나서 승아와 문을 열고 나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있었는데,  12월 26일 아침 여덟시에서 여섯 시인 곳으로 왔던 것이다. 그 때 다시 무서운 해일이 일었는데 바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쪽 바다 밑에서 두 개의 지각이 서로 충돌한 태풍 '쓰나미'였던 것이다.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졌던 승아......

그 때 만난 넨과 힘을 합해 넨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넨 아버지의 배를 향해 뛰었고, 날개를 펼친 익룡처럼 시커먼 파도의 벽이 흰 거품을 문 채 솟구치면 해변을 치고, 배를 삼켜버렸으며, 순식간에 부서진 잔해와 죽은 사람이 뒤엉킨 공포의 물바다속에서 승아는 그 들의 목숨을 구하고 죽어갔던 것이다. 승아에 의해 살아난 넨과 넨의 아버지를 보면서 진하는 조금만 일찍 경고가 주어졌다면, 사람들이 파도로 부터 달아나 높은 곳으로 피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아시아 일대를 덮친 거대한 지질 해인 쓰나미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은 신문기상에 톱 뉴스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9.11테러를 기억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듯이.....

여러 단편가운데 '우정빌라에 이사왔다' 와 ' 나동근씨 학교에 가다' '웅녀의 시간여행' 은 저학년이 읽기에도 무난하며 재미있고 참신한 동화이다.  '문을 열면'은 고학년에게 지진해일 쓰나미를 상기시켜 주기에 유익한 동화같다. 그 외에도 '내 로봇 친구의 장례식' ' 물고기 도둑' 등의 단편이 실려있다.

재미있고 참신한 동화들이 대부분이지만 쓰나미 사건을 다룬 '문을 열면'의 내용을 내가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그 내용을 소재로 하는 동화를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가족도 우리나라에 '태풍 매미'가 발생했을 때 그 현장에 있어야 하는 위험한 일을 겪은 경험이 있다. 거제도 바닷가가 친정이었던 나는 우리가족과 함께 그 해 추석 명절 날, 바다로 부터 갑자기 불어온 태풍과 해일로 인해 친정 집이 물에 잠겼을 때 그 현장에서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극적으로 살아난 장본인들이다. 꼭 이맘 때 쯤이었을게다. 그 땐 올해처럼 추석이 빠르지 않았으니까.... 추석을 맞아 고향인 거제도 친정에 갔던 나와 가족들은 바로 그 뒷 날 예기치 못한 태풍 매미를 겪어야만 했다. 119를 부르고, 구조를 요청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이 책의 쓰나미 사건이 조금만 경고가 빨랐어도 사람들이 피할 수 있었다고 주인공 진하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족도 면사무소나 경찰서에서 조금만 빨리 경고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어른 허리만큼이나 불어난 물 속에서 아이들을 옆집으로 대피시켜 극적으로 살아난 우리가족은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동화의 내용처럼 쓰나미의 교훈 역시 우리가 늘 재해와 안전을 조심하는 자세를 가지는데 필요하기에 아이들에게 동화로서 들려주면 유익할 것 같고, 재해나 안전에 대한 신문기사를 활용하여 NIE(신문활용교육)을 독후활동으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다른 <웅녀의 시간여행>이나, <문을 열면>만 보더라도 다른 동화책에서는 볼 수없는 전혀 새롭고 신선한 소재를 작가의 뛰어난 창의력으로  잘 표현한 동화이며, 고학년 뿐 아니라 저학년에게도 꼭 한 권 독서논술지도 활동으로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다. 

이 동화를 활용하여 할 수있는 독서논술 활동을 제안해보면,

1. <웅녀의 시간>여행에서 웅녀가 '당신이 곰이 되어주세요'라고 한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내가 만약 하늘님이라면 웅녀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인가? 

2. <나동근 씨, 학교에 가다>이야기에서 만약 내가 나동근 씨처럼 어른인데, 아이가 되어 학교에 갔다면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 까 상상해서 적어보세요.

3. <문을 열면>의 배경이 된  태풍 쓰나미에 대해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고 정리해보세요. 

4. <문을 열면>과 같은 태풍이 생겼을 때, 내 가방에 챙겨넣고 싶은 물건 목록을 10가지만 적어보세요.

5.  학교에서 지진이나 재해발생시에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그 다음은? 순서대로 5가지를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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