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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우렁이 각시 ㅣ 보물창고 북스쿨 1
이금이 글,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9월
평점 :
아빠의 새로운 모습과 만나는 책
저녁에 남편과 현관에 나란히 들어서던 며칠 전 우리집 풍경... 아이들이 평소처럼 아빠에게 달려와 인사를 하기보담 낮에 내가 시킨 공부량을 다 하지 않은 탓인지 슬슬 나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잠깐 여기서...저는 절대 공부를 닥달해서 시킨 엄마가 아니랍니다. 며칠 전부터 정해진 공부량을 주고 스스로 해낼수있는지 훈련하는 프로젝트 중임. 절대 오해없으시길...)이내 남편의 서운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이그~ 어째 아빠한테 인사하는 놈은 없고, 그저 엄마 눈치보기 바쁘노. 그래 우리 집은 너그 엄마가 왕이지!" 조금 무안해진 내가 "너희들 아빠한테 인사안 해!" 하고 큰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얼른 달려와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왠지 미안해진다.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 내가 남편의 자리를 불쑥불쑥 차지해버린 것은 아닌지.......
딸이 셋이다 보니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딸이 많아 좋겠다고... 요즘엔 역시 아들보다 딸이 났다나 ~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만큼 현 시대에서 남자들이 위상이 많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리라 . 특히 가정에서조차 아빠의 권위가 사라져가고, 엄마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는 집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뭐 꼭 남의 집이 아니라 실은 우리 집만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남편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릴 때가 많다. 부끄럽게도...... 점점 일하는 여성이 늘어가다보니 그저 집안에서 손 하나 까닥하지 않던 아빠들도 가사일을 분담하게 되거나, 경제가 어렵다 보니 실업자인 아빠가 늘어나고 그러인해 가장의 위치가 축소됨과 동시에 왠지 아빠에 대한 존경심마저 사라지고, 무능한 (?)아빠에 대한 불평을 쉽게 하거나 심지어 아빠를 은근히 무시하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있다면 너무 가장된 표현일까?
아빠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던 요즈음 읽게 된 동화책이 <우리집 우렁이각시>이다.
책표지 그림에 보면 아빠를 째려보는 여자아이의 불평스런 모습과 그 원인처럼 보이는 쇼파에서 신문을 보다말고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빠의 태평스런 모습이 나온다. 바로 <우리집 우렁이각시>의 주인공 지수와 실업자인 아빠의 이야기다. 지수네는 아빠가 직장을 잃어 엄마가 동네 할인매장에 취직을 함으로써 집안일은 지수와 동생 현수 몫이 되다보니 두 아이에게 비쳐지는 아빠의 모습은 그저 한심하기(?)짝이 없었던 것이다. 맨날 쇼파에서 잠만자고,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물까지 엄마한테 떠 달라고 하는 집안에서는 손 하나 까닥안하는 아빠...... 그래서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두 아이는 집안일이 힘들기만 한데, 어느 날인가 마치 우렁각시가 나타난 것처럼 집안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어, '설마 아빠는 아니겠지'하고 모든 가족이 뜨아해 하는 사건이 생기고, 어느 날 지수는 아파트 계단에서 아빠가 피우시던 수북한 담배꽁초를 발견하면서 그동안 아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나는 생각하게 되는데...... 지수나 현수에게 따뜻하고 환한 방을 갖게 해 준 아빠, 그 아빠를 진정으로 위로해주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비상계단으로 내몬 것만 같아 미안해지면서, 가족을 향한 아빠의 우렁이각시와 같은 아빠의 사랑의 마음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시어머니의 방문으로 인한 가족관의 갈등을 통해 가정에서 아빠의 선 자리는 어디인지? 아빠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있는 '십자수' 와 어린시절 살던 시골 집을 그리워하는 아빠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 낸 '할머니의 집' 두 편의 단편을 통해 작가는 또한 아빠들의 가족을 향한 내면의 사랑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바로 '아빠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빠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푸른책들에서 나온 '아빠 좀 빌려주세요.'란 단편도 있다. 전에 그 책으로 아이들과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떤 고학년 남자아이가 아빠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표하면서 울먹거리며 아빠한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가슴 찡했던 기억이다.
내가 알기로 시중에 아빠에 대한 동화책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빠 좀 빌려주세요'를 읽으면서 아빠에 대한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랬기에, 우리집 우렁이 각시가 나와 참 반가웠고, 부디 이런 동화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화를 읽고 나니, 오늘 밤은 왠지 남편에게 한 통의 편지를 쓰고 싶다. 조금 있으면 곧 남편의 생일도 다가오는데, 아이들에게도 이번 생일에는 꼭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씩을 꼭 쓰라고 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