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점심 시간 만세 - 3학년 2학기 듣기,말하기,쓰기 수록도서 ㅣ 시읽는 가족 6
동화읽는가족 초대시인 동시집, 안예리.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가정에서 '바른 동시교육' 을 위한 참 좋은 동시집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동시쓰기이다. 일기는 많이 써보고, 독후감도 그럭저럭 써보지만 동시숙제가 나오면 아이들은 힘들어하면서 이런저런 동시책을 뒤적이고 흉내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백일장 대회같은 곳에 나가서 <운문>부분을 써려고 하면 마땅히 참고할 동시책이 없다. 작년에 내 아이가 동시대회에 나갈 때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다.또한 그만큼 평소에 동시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동시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푸른책들에서 펴 낸 <점심시간만세>는 <동화읽는 가족>의 초대시인(신형건, 이묘신, 이옥용, 이준관, 이해인수녀님......)들이 공들여 쓴 동시 모음집인 만큼, 한 편 한편이 귀하고 수준이 있으되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으로 잘 표현해놓은 참 좋은 동시집이다. (이미 푸른책들 동시집의 매니아가 된 탓인지, 푸른책들의 동시집이 모두 다 마음에 들지만......) 진작 이런 동시집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방학을 맞은 나의 아이에게 이 동시집에 나오는 동시를 하나씩 공책에 옮겨적게 하고 있다. 아이의 동시교육을 위해서.......
<점심시간만세>의 특별한 점은 우선 세련되고 감촉이 좋은 종이질로 된 표지와 글씨 하나하나, 삽화하나하나까지 정말 생각을 많이 하여 편집한 흔적이 보여서 내 마음에 꼭 든다.
내용은 총 4부로 주제를 나누었는데, 제1부 '내 꿈은 트로트 가수'에는 아이들을 둘러싼 집과 학교 등 주변환경과, 제2부 '도깨비뿔을 단 감자'에는 도시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제3부 '할아버지 동네'에서는 시골에 사는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제4부 '꽃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면'에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이야기를 실었는데, 각각을 통해 평소 우리 아이들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독자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엄마,
마늘이 개구리처럼
풀쩍 뛰어 달아나요.
이녀석아,
너랑 똑같아
살살 좀 찧어 봐. - [마늘 찧기]전문-
동생이 눈깔사탕을 먹는다
방울 같은 사탕을 입에 넣으니
떼쓰지도 못한다.
울지도 못한다.
웃지도 못한다.
눈깔사탕아, 작아지지 마라.
엄마가 일할 수 있게.
내가 잘 놀 수 있게. -[눈깔사탕] 전문-
위의 두 동시에서 볼 수 있는, 익살과 아이들의 천진스러움 등이 잘 나타난 기쁘고 즐거운 동시뿐 만 아니라 '내 안엔 내가 없다'와 같이 오늘날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와 삐뚤어진 관심이 빚어낸 마치 붕어빵과 같은 우리아이들의 현주소와 슬픔을 공감하며, 보듬어주고 함께 아파해 주는 동시도 있다.
붕어빵 안엔 붕어가 없다
그 모양만 붕어다
딸기아이스크림 안엔 딸기가 없다
그 향기만 딸기향이다
나, 박종민 안에도 나는 없다
껍데기만 박종민이다
엄마틀에 갇힌 나는
향기마저 잃어버린 딸기아이스크림이 되어간다.
- [내 안엔 내가 없다] 전문-
그렇다. 우리아이들은 어른들의 틀에 갇혀야 하는 붕어빵이 아니다. 비록 수학시간에 트로트를 흥얼거리다가 선생님께 딱 걸리는 한이 있어도 <내 꿈은 트로트 가수>이기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이, 친구와 싸워 친구가 괘씸하고 보기 싫어 <너는> 왕바보라고 놀릴 지언정 그래도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 바닷속으로 풍덩 헤엄쳐 갈 수만 있다면 잠수함처럼 오동통해져서 맛있는 새우를 잡아먹고 상어에게 먹물도 쏘고 싶은 <꿈꾸는 오징어>와 같은 아이, 비록 아빠가 도시 빌딩 벽을 청소하는 분이지만 <거미의 장난>따윈 아빠의 땀방울에 비할 바 없다고 고백하는 아이, 9층 할아버지가 선물한 딱 한송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꽃을 받은 날>그 더덕꽃 한송이가 그저 좋은 아이......
이런 아이들도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그러므로 이 들에게 가르치는 동시또한 어른의 생각의 틀에 갇힌 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시를 쓸 수 있도록 교육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전에 백일장 대회에 아이와 참가하였다가 어른의 흉내를 내거나, 심지어 어른들이 도와준 작품으로 인해 아쉽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들었을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어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시집또한 어른 냄새가 나기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반영된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바른 동시교육을 위한 참 좋은 동시집인 것 같다.
작은 동시책 하나로 좀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 놓은 것 같지만, 비록 어른들이 쓴 동시라고 할지라도 이른 아침 누가 초록 잎에 써놓은 맑은 시 한 줄 처럼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점심시간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