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더 좋아지는 책

나는 엄마가 좋아 ㅣ 벨 이마주 24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7월

" 엄마가 밉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의 진심은 무엇인지 아세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예요.

 이 책은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여,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아이들의 애정어린 투정을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라고 쓰인 책 뒷표지 말을 굳이 읽어보지 않더라도 제목만 보아도 우리는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회복에 대한 주제를 다룬 책 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엄마에게 괜히 응석이나 투정을 부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엄마, 미워!" 라고 똑 쏘아 붙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말했던 어린 시절 우리들의 심리내면에는 "엄마, 나 좀 더 사랑해줘요!"  "제발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이런 마음들이 숨어있었음을 부인할 수 있을까?

아기 토끼도 그랬다.

"나는 엄마가......

 미워."

첫 페이지를 넘기면 아기토끼가 이렇게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들은 궁금해진다. 왜 아기토끼는 엄마가 미울까 하고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엄마를 미워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 일까? 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계속 넘기다 보면 아기토끼가 미워하는 엄마의 모습은 바로 지금 엄마가 되어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나자신의 부족한 엄마로서의 모습임을 깨닫게 될 때, 이 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들도 괜히 가슴이 뜨끔해지거나 혹은 어느 새 얼굴이 붉어지고 마는 그런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요일 아침마다 쿨쿨 잠만 자는 엄마, 연속극만 보고 만화는 못보게 하고, 또 금세 화내고, 나한테는 빨리 빨리하라고 서두르면서도, 꾸물거리지를 않나, 유치원에 나를 데리러 올 때도 만날 늦고, 깜박잊고 빨래를 안해서 내 양말은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걸......

이렇게 말하는 아기토끼의 투정을 들으면, 어떻게 엄마들이 하는 짓(?)들을 이렇게 잘 알고 계신지 우리 네 엄마들은 그만 부끄러워지고 만다.  (물론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좋은 엄마, 모범엄마들도 많이 계시지만 말이다.)

아기토끼의 이유는 그 것이었다. 아니 책을 읽어보면 딱 한가지가 더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기토끼는 혼자 멀리멀리 가 버리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가출......

그러나 "안녕, 엄마!"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아이토끼는 이내 다시 문을 빼꼼연다. 무언가를 잊고 갔기에 다시 왔다는 것이다. 물론 변명이다.  이 때 아기토끼의 마음을 상상해보면 아마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엄마, 나는 엄마가 좋아요. 제발 나를 붙잡아주세요. 가지마라 아가야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기란다." 하고 말이에요.

다행히 아기토끼의 엄마는 아기토끼의 숨은 마음을 알았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아기토끼의 엄마처럼 자기 아이들의 마음을 안다.

어쩌면 아기들도 알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 엄마, 나랑 다시 만나서 기뻐?"

"너무 너무 기뻐단다."

아기 토끼는 엄마토끼의 침대로 폴짝 다시 뛰어든다. 갈등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던 어린독자들의 얼굴에는 활짝 웃음 꽃이 필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흐뭇해지는 유아를 위한 동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