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중 후천적 장애의 비율이 약 90%라고 하지요.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사람보다 비장애인으로 태어나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이 책 뒷표지에 적힌 말을 보지 않았다면, 후천적 장애인이 이렇게 많은줄은 몰랐을 것 같다. 아무리 장애인과 스스럼없이 친구로 대하라고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다. 특히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의 경우는... 우리 집 주변에도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이웃이 있는데, 그 아들을 수발하는 연로하신 어르신께서 때때로 힘듦을 호소하시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고 하실 때는 오죽하면 저러실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최소리네 집>에 나오는 주인공 '소리'는 비록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에서 참 꿋꿋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각장애인인 엄마에게 있어 소리는 집의 가장과 같은 존재이다. 이사를 할 때도 이것저것 때로는 잔소리를 해가면서 챙기기도 하고, 불편하신 엄마를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보기드문 아이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소리 뒤에는 비록 장애인이지만 소리엄마의 가정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소리엄마는 소리를 가졌을 때 태교를 위해서 빨간 녹음기를 구입하셨다. 말못하는 엄마대신 소리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엄마는 흔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만약 비뚤어진 자아상을 가진 엄마였다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이나 하면서 '나같은 장애인이 무슨 태교를 할 수 있을까?"하고 자녀교육을 포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리엄마의 훌륭한 점은 소리네 집이 이사를 갈 때도 볼 수 있다. 비록 장애인의 딸이지만 성장해가는 소리에게 좋은 환경을 주기위해 아담한 18평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부족한 자금을 위해 '비밀통장'을 꺼내는데, 그것은 소리의 첫번째 생일날부터 십 년을 푼푼이 모든 돈이라고 한다. 비록 처음 계획했던 컴퓨터랑 소리책상, 침대를 사주진 못했지만 장애인으로 남편도 없는 여자 혼자서 얼마나 번다고 아이를 위해 저렇게 야무지게 저축까지 했을까 생각하니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짠하면서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되어졌다. 아이의 통장에 돈을 조금 모으다가도 집안에 큰 일이 생기면 그 것빼서 써 버렸던 내 자신을 생각하며....ㅠㅠ 그런 소리의 엄마였기에 <가족음악회>에서도 당당하게 소리와 엄마의 아름다운 무대로 이웃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소리는 피아노를 치고 엄마는 하얀장갑을 끼고 노래에 맞춰 수화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어려운 가정의 친구를 놀리기나 하는 혜경이가족에게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혜경이 엄마가 비록 멋지고 화려한 분홍드레스로 혜경이의 아이의 기를 살려줄 수는 있었을지 모르나 바른 가치관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애부모를 가진 소리가 그렇게 야무지고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소리엄마의 바른자녀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아마도 소리엄마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또한 여느엄마와는 달랐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내 자녀가 소리같은 바른 자녀로 자라기 위해서는 지금 내 이웃에 있는 장애인을 대하는 엄마인 나의 태도부터 아이들 앞에서 장애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과 친구가 될 때, 아이들이 보고 배워서 바른 자녀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