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국어교과서수록)순박한 시골 소년의 정겨운 이야기

송아지 내기 ㅣ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소먹이고, 토끼풀 뜯어주고, 논에가서 개구리잡고, 미꾸라지잡고, 개울에서 송사리잡고....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농촌의 어린시절이다.

이야기 보물창고시리즈 <송아지 내기>는 이금이 작가님의 '맨발의 아이들'에서 보여주셨던 농촌아이들의 이야기를 또 한 편 읽게 되어 참으로 반갑고, 농촌에서 태어난 나 이기에 작가님과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 어릴 때도 그랬다. 잘못한 일이 있었는데, 엄마한태 혼날까봐 가슴조마조마했던 어느 날... 어린마음에 커다란 걱정 한보따리 짐어지고는 이 책의 동해처럼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고, 슬그머니 뒷간같다면서 나와 어두운 마당에 혼자 섰을 때.... 그 날 따라 가족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언니와 동생들이 얄밉기도 하고 마냥 부럽기도 하고... 아무걱정 없이 웃는 다른 식구들이 있는 안방이 따스해보이는 만큼이나 내가 섰던 마당의 어둠은 더욱 짙게 느껴졌던 순간들.... 호랑이처럼 무서운 아버지얼굴, 잔소리하실 어머니얼굴이 차례로 지나가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나의 그 커다란 걱정이 실은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의 그 안도감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기도 하고, 가족들이 더 소중해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주인공 동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송아지내기>에서 동해는 영도할머니와 송아지를 걸고 윷놀이를 한다. 자기가 지면 장차 태어날 자기집 송아지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영도할머니네 송아지가 곧 자기 것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더 부풀어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영도할머니의 승리로 끝나자 그 때 부터 동해의 걱정이 시작되고, 동해는 영도할머니를 실실 피하게 된다. 자기 집 송아지가 태어날 것을 생각만 해도 영 불안하기만 하다. 드디어 송아지가 태어나고, 영도할머니는 동해네 집을 찾아오게 되는데.....

김재홍화가님의 아름다운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동해의 심리를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표지그림은 송아지를 주게 될까봐 안타까워하는 동해의 마음이  아주 잘 드러난 것 같다. 다만 한가지 욕심을 낸다면 마지막에서 하나 앞 장면에 있는 그림이 좀 더 밝았으면 하는 느낌이다. 책 내용은 '송아지가 다가와 동해의 허리께를 쿡쿡 받는다'는 것이지만 그 장면을 그리는 것 보담 동해와 송아지가 함께 안고있는 모습을 그렸더라면 아이들이 읽을 때 더 좋아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마지막 페이지에 송아지 혼자 외롭게 있는 것 보다는 동해와 송아지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지나친 욕심인가?

어쨌든 순박한 농촌아이 동해의 마음을 잘 드러낸 <송아지내기>는 농촌에서 자란 마흔의 아줌마인 나에겐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동화책이고, 아이들에게는 약속을 하거나 내기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며, 송아지를 아끼는 동해의 고운마음을 느끼게 해 줄 정겨운 동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