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양장) 푸른도서관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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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푸른책들에서 역사동화를 많이 쓰시기로 유명한 강숙인 선생님을 무척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신라 마의태자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왕자'를 읽게되었다.
 책의 인물이나 내용에 대해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에 그림없는 책이 더 좋다던 강숙인 작가님의 고백대로 이 책은 본문가운데 그림이 없는 깔끔한 구성에 표지에는 고전적인 문양을 넣어 세련된 감을 주어 무척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마의태자.......

 신라의 마지막 왕자로 화랑 기파랑을 꿈꾸다가 마침내 신라의 마지막 화랑이 되어 나라 잃은 백성들을 이끌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는 마의태자의 이야기를 역사동화로 쓰면서 내내 작가 강숙인 선생님께서는 행복했다고 하셨다. 어떻게 역사적 기록(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단 몇 줄 나와있는 그 의 이야기를 이렇게 감동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정말 그 일을 행복으로 여기신 강숙인 선생님이시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1999년 봄에 책으로 나온 이 마지막 왕자의 집필을 위해 강숙인 선생님께선 옛 신라의 수도 서라벌인 경주로 가셨다고 한다. 그 곳에서 터만 남은 반월성에 앉아, 달빛조차 스산한 밤에 폐허가 된 궁궐터에 와서 잃어버린 옛 나라를 생각하며 눈물짓던 사람, 마의태자를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런 애정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아주 감성적으로 쓰신 것 같고,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마의태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감성적인 것을 싫어하는 분이거나 오직 흥미를 위해 이 책을 읽는 어린독자들이라면 그다지 재미있다고 펄펄 뛰지는(?) 않을 것이나 어찌 책을 흥미하나로만 읽으리.... 그러므로 이 책은 초등 고학년 부터 중학생 시기의 청소년이 읽기에 적절하며 역사적 인물인 마의태자의 사상과 생각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임을 밝혀두고 싶다.

 전반 스토리 전개는 마의태자가 거처하던 월지궁을 주 무대로  큰 형인 마의태자를 마음으로 부터 따르는 아우 '선'왕자가 큰 형을 그림자처럼 따르면서 전개되고 있다. 월지궁의 달못 연못 정원을 유난히 좋아하던 형, 선은 형과 함께 산책을 하며, 언제나 자신에게 역사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다정하게 놀아주던 형의 달라진 모습과 쓸쓸해 보이는 마음의 그늘을 읽게 된다. 형과 함께 서쪽으로 가는 반달을 보면서 형의 말을 되살려본다. " 역사는 거울과 같다. 잘못된 역사일수록 더 밝게 비추어 보아야 한다. 그 잘못을 교훈 삼아 두 번 다시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도 형도 아직 어리게만 보는 '선'은 형의 어두운 모습에서 기울어져 가는 신라를 어렴풋이 느낀다.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꽃 무궁화의 자존심과 강인함, 꼿꼿함을 사랑하던 형, 꺼져가는 신라의 정신을 다시 잇는 '기파랑'과 같은 화랑이 되고 싶어 '찬기파랑가'를 좋아하던 형.......

 마침내 형은  거세고 찬 바람 앞에 불꽃처럼 살고자 남산성으로 들어간다. '선'은 마침내 수수께끼같은 형의 실체를 본다. 신라의 백성들과 함께 신라의 옛 영화와 기상을 꿈꾸며 마지막 화랑이 되고자 하던 형은 뜨거운 가슴으로 병사들에게 말한다. "신라를 사랑하는 그대들의 뜨거운 마음이 있는 한 신라는 결코 망하지 않으리라. 설령 천명이 다해 신라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신라의 얼은 죽지 않으리. 그대들이 신라와 명운을 함께 하기 위해 이 산성으로 왔듯이, 태자인 나 또한 그대들과 명운을 함께 하리라."

 그러나 아버지 경순왕이 나라를 고스란히 왕건에 바치기 위하여 태자의 마지막 희망인 남산성의 백성들을 해산시키자 마의태자는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해 마지막 화랑으로 남기위해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와 함께 고려 왕건의 부하가 된 '선' 왕자는 형이 자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심어두고 간 '신라'라는 두 글자가 내내 마음에 걸려 끝내 스님이 되고 마는데... 천년이 흐르고 범공 스님은 형을 그리며 다시  월지궁 달못 앞에 서는데....

아~ 화랑 기파랑을 꿈꾸던 마의태자여!

그대가 남기고 간 신라의 정신은 오늘 날 이 독자의 가슴 속에도 살아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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