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족보 책읽는 가족 57
송재찬 지음, 임연기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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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러운 푸른 빛의 바탕위에 날개달린 사람이 하늘로 날아가는 표지그림이 주는 조금은 판타지한 분위기에서 혹 추리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 단숨에 읽고 말았다.

거실에 놓여있던 책을 나보다 먼저 읽어버린 둘째 딸(초5학년)과 책에 대한 대화를 한 번 나누어 보고자 "진아, 너는 이 책이 어땠니?"하고 물어보았다. 속으론 나처럼 재미있었을거란 반응이 나오리라 당연히 예상하면서... 그런데, 딸은 "좀 재미없었어. 아기장수 설화는 다 아는 거라서... 하지만 앞부분이야기하고 요즘아이가 나오는 장면은 아주 재미있었어."하고 잘라말한다.  (아이도 내 맘 같은 줄 알았는데... 같이 맞장구치면서 이야기나누려다 흥이 깨지면서도 한 편으론 평소 책을 많이 읽더니 나보다 아는 옛이야기가 많구나 싶어서 대견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지. 이번엔 남편에게 대충 줄거리를 들려주며
"여보, 재미있겠죠? 진짜..." 했더니 "그래 꽤 재미있겠는걸?"한다. 그리고 이런 동화를 읽는 내가 부러워 죽겠단다. 그 때부터 난 신이나서 남편을 붙잡고 이러쿵, 저러쿵 줄거리를 다 얘기해 주었다. 나는 정말이지 이 런 책이 재미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동화읽을 맛이 절로 난다.

하지만 [비밀족보]에는 신비스러움과 재미외에 배봉기 동화작가님께서 비평에서도 밝혔듯이 독자들에게 비밀족보에 얽힌 '날개달린 사람'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한 굳이 지나간 옛 설화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하는 것을 우리에게 생각해보게 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희망과 소망'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처럼 옛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나만해도 <아기장수 설화>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기장수 설화는 그 옛날.. 나쁜 왕의 욕심으로 인해 백성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아기장수가 태어나서, 하늘에서 내려온 말을 타고 고통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해 준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현대시대를 살고 있는 '은익'이라는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여자아이가 날개가문의 후손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은익'이는 학교에서나 지하철에서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나쁜 행동이나 나쁜 생각을 할 때 마다 겨드랑이를 송곳으로 쑤시는 것처럼 무서운 통증이 몰려오는 데 본인은 이 통증의 비밀을 알지못한다. 하지만 딸의 고통을 눈치채고 파리에 유학갔던 아빠가 돌아와서 누구에게도 보여주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은익이에게 건네 준 <우리 가문의 비밀 족보>라는 아빠의 노트를 보면서 드디어 가문의 비밀족보를 알게 되는데....

  은익이가 펼친 그 비밀족보에는 엄청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비밀 족보에 의하면 은익이의 선조인 익모할아버지는 돌챙이(석수)로서 제주도에서 살았는데, 태어날 때부터 날개 달린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깜짝놀라 시부모님께 사실을 말하고 의논을 한다. 전설을 두려워하여 호시탐탐 날개달린 사람이 나타나면 죽이려고 하던 나쁜 왕이 있었기에, 만약 '날개 달린 사람'이 발각되면 그 사람은 물론 가족, 친척, 마을사람들까지 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익모가 알지 못하게 음식에 약을 넣고, 침을 놓아 그 날개를 없애버린다. 하지만 익모 자신은 죽어가는 순간까지 폭포속의 바위를 깎고 다듬어 '날개달린 사람'을 조각하면서 그 날개를 살려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위해 염라대왕의 노여움을 받고 영혼이 찢기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해 사랑을 실천하고, 결국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주인공, 자랑스런 날개가문의 후손인 은익이는 이 비밀족보 노트를 읽고 부터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아이로 거듭태어난다. 자기 반에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왕따시키던 '장미'라는 아이에 대해서도 날개가문의 후손 답게 당당하게 용기를 갖고 맞서서 충고하고, 옳은 행동으로 나아갈 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겨드랑이의 고통은 사라진다. 하지만 은익은 날개가문을 자신의 자랑으로만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날개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함께 하는 날개'로 말이다.

나는 이 동화에서 주는 위의 메시지가 참 마음에 든다.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학교에서 조차 시험을 칠 때 아이들은 친구에게 노트도 잘 안보여준다고 한다. 이 책의 장미엄마처럼 자신의 아이의 성공을 위해 많은 아이들을 무시하는 삐뚤어진 자녀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서로돕기가 힘이드는 사회일 뿐더러, 자기 기업의 기밀을 팔아먹는 등 양심을 버리고 사는 직장인들도 있다. 개인이 개인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는 시대에 나누고 베풂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날개를 우리모두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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