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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음매를 훔쳐갔어? ㅣ 그림책 보물창고 37
데니스 플레밍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다만 별을 바라보는 일이 나를 꿈꾸게 한다. - 빈센트 반 고흐 "
보물창고의 신간인 <누가 내 음매를 훔쳐갔어?>란 그림책을 한 장넘기면 속표지에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비슷한 환상적인 그림이 펼쳐지고,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유아 그림책에서는 보기 힘든 위에 있는 철학적인 문장 하나가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멋진 말이다.그렇다면 이 그림책과 고흐와의 관계는?.......
책 맨 뒷표지에 보면 이 그림책을 쓰신 '데니스 플레밍'을 가리켜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 영감을 받은 그림으로 세련도가 돋보이면서, 대담하고 간결한 형태와 동물들의 생생한 표정이 아이다운 순수함을 느끼게 할 뿐더러 여러 동물들의 재미있는 소리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평가하는 글이 나온다.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가인 데니스 플레밍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종이 만들기에 큰 매력을 느껴 펄프에 염료를 섞어 병에 담아 놓았다가 그림을 그릴 때 짜서 쓰는 펄프 페인팅 기법을 고안했다고 했다. 이 그림책 역시 그 기법을 사용했으며, 내가 전에 읽은 적이 있는 보물창고의 그림책 '우리 아기는 척척박사'라는 책 역시 이런 기법의 그림을 사용한 그의 작품이다. 그러하기에 독특한 기법의 아름다운 이 책은 옮긴이 신형건 작가님의 말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언가 서둘러 얻으려는 어른의 욕심을 비우고 그저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의 눈으로 보는 그 순간, 무지무지 새롭고 재미있는 책으로 우리앞에 다시 펼쳐질 것 같다.
그런 호기심과 기대로 이 책을 넘겼다. 내용은 어느 날 자고 나니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가 '음매'라는 자기 목소리를 찾아 길을 떠나고,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그 때마다 그 동물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만 자기 목소리를 훔쳐간 것이 아니었는데, 다시 외양간으로 돌아왔을 때 암탉을 보니까 '음매'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길래 야단을 치고 다시 자기 목소리를 찾는 다는 이야기이다.
7살 짜리 막내 딸에게 읽어주었더니, 제일 처음 아침을 여는 닭이 '꼬끼오 꼬끼오'하고 울는 장면을 보고 그 다음 장에서 소가 음매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바로 닭이 훔쳐갔다는 것을 알아맞혔다. 아이들이 의외로 이런 눈치가 빠르다. 그리고 다 읽어준 후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물어보니 동물들의 목소리가 재미있었단다.
이 책은 일단 고급스런 재질과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이 유아용 도서로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추천할 만하며, 속에 있는 그림들도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만한 좋은 그림책인 것 같다. 나의 경우, 첫 속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진아, 이 그림은 무엇같니?" 했더니 "해오리 바람같아요."하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밤하늘의 불꽃놀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그림 중간중간에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지 않는 동화이기에 더 창의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끝부분에서도 꼬꼬닭에게서 음매가 자기 목소리를 다시 찾는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기에 오히려 더 아이와 대화하기에 좋은 생각이 있는 수준 높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시 수상작가의 그림책은 특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