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피릿 베어 ㅣ 양철북 청소년문학 14
벤 마이켈슨 지음, 정미영 옮김 / 양철북 / 2008년 10월
평점 :
반복되는 비행으로 소년원을 오가던 주인공은폭력사건으로 감옥에 가는 대신 '원형평결심사'라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소년은 외딴 섬에서 1년 동안 홀로 살아가며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소년은 여전히 분노를 안은 채 섬에 도착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화가 나고 울화가 치민다. 소년은 보호감찰관이 돌아가자 숙소인 오두막을 불태우고 헤엄을 쳐서 도망가려고 한다..
스스로 분노를 이기지 못해 일상의 모든 사물에 공격성을 표출하는, 하지만 세상을 향한 분노만큼이나 내면의 상처가 큰 아이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자연 속에서 그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분노와 고통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알려준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쾌감을 느끼지만 사실 그 폭력만큼 더 큰 고통이 내면에 쌓이게 된다. 분노하고 힘을 표출하는 이면에는 가장 나약한 자아가 자리하고 있다. 약한 자아는 쌓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하고 만신창이가 된다. 아이가 가지는 극단적인 공격성과 그 아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인디언식 치유방법은 징계와 처벌 중심의 청소년 지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진심이 없으면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다는... 콜의 변화를 위해 가비와 에드윈이 보이는 끝없는 신뢰와 지지를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격하게 표출하는 아이에게. (중2~3수준)
"이 삭정이의 오른쪽 끝은 네 행복이란다, 왼쪽 끝은 네 분노고."
에드윈은 콜에게 그 삭정이를 주며 말했다.
"왼쪽 끝을 분질러 네 분노를 날려 버리렴."
삭정이를 거머쥔 콜이 부들부들 떨면서 한쪽 끝을 뚝 분질렀다.
에드윈은 고개를 내저었다.
"왼쪽 끝을 분질렀는데 아직도 남아 있구나. 어서, 거기를 다시 분질러라."
코링 삭정이를 또 분질렀지만 에드윈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분지르라고 말하는데 왜 자꾸 끄트머리를 남겨두는 거냐?"
콜이 투덜댔다.
"바보같은 짓이에요. 아무리 분질러도 왼쪽 끝은 언제나 남아 있게 마련이란 말이에요."
에드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람들은 분노를 없앤답시고 삭정이를 분지르느라 일생을 허비한단다. 그렇지만 분노가 늘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고는, 자기들의 노력이 말짱 수포로 돌아갔다고 좌절하지."
.....
"하늘, 이 삭정이, 소시지, 인생, 이 모든 게 다 똑같은 거란다. 네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대로 이루어지는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분노를 담고 있단다. 하지만 동시에 행복도 담고 있지.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늘 화를 내게 마련이야.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