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 책이 있다. 이 작품이 그랬다. 읽는 내내 무척 쓸쓸한 기분이었다. 대단히 건조하고 무덤덤한 어투로
서술하고 있는데 감정 이입은 상당하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좀 멍했다. 주인공인 프랭크는 날건달 떠돌이며 그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자기 남편을 배신하는 코라는 분명 도덕적으로 ‘나쁜’사람인데도 자꾸만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이들의 불륜이, 사랑이
끝나지 않게 되기를 바라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이 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단순한 대중소설, 통속소설인데 왜? 하고 반문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서 그 어떤 고전에서도 느끼지 못한 강렬함을
느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쓸쓸하지?’ ‘삶이 뜻대로 되기란 참 어렵구나.’ 뭐 그런 느낌.
부랑자 프랭크는 여기
저기 떠돌다 고속도로변의 간이식당에 들른다. 음식 값을 치를 돈도 없다. 식당 주인 닉이 가게에서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프랭크는 할 일도, 갈 곳도 없는 주제에 튕긴다. 그러던 중 닉의 아내 코라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그곳에 머물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닉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하던 코라는 프랭크의 끈적끈적한 시선이 그다지 싫지는 않은 듯하고 결국 둘은 닉을 속여
가며 밀회를 즐기게 된다.
떠도는 삶을 좋아하는 프랭크는 코라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코라는 결국 닉이 주는
안락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이 두 남녀는 그래서 결국 그들의 삶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닉’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사랑한다면 그냥 함께 떠나지 꼭 누군가를 제거하면서까지 그곳에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결국 이 때문에 그들의 사랑이
온전하게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기분.
프랭크와 코라는
불륜을 저지르고 살인을 모의하고 실제로 살인을 하는 ‘인간쓰레기들’인데 왜 자꾸 동정을 하게 되는지, 특히 바보 같이 어눌한
프랭크가 왜 그토록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인데,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이
불쌍한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제임스 M. 케인이 이 작품을 출판했을 당시 폭력적이며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보스턴에서는 판매 금지를 당하기도 했단다. 살짝
폭력적이기는 한데, 대체 어디가 선정적이라는 건지? 분위기는 끈적끈적한데 정작 중요한 장면에서는 ‘나는 그녀를 가졌다.’ ‘그날 밤
악마는 제 값어치를 했다.’ ‘우리는 맘껏 즐겼다.’ ‘나는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등등 이런 식이어서 무척 아쉬웠다. ㅋㅋㅋㅋㅋ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두 번 영화화 되었다. 원작이 워낙 인상 깊어서 1981년 작품으로 영화까지 찾아보았다.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이 각각 프랭크와 코라 역을 맡았다. 젊은 시절의 잭 니콜슨을 보는 재미와 함께 그의 연기는 강렬했는데 영화는 원작처럼 좋지는
않더라. 원작에서는 코라가 상당히 팜므파탈적인데 영화에서는 너무 평면적인 인물로 그린 것 같고. 원작 특유의 쓸쓸하고 황량한
분위기도 영화에서는 좀 부족했고. 원작과 살짝 다른 영화 엔딩의 각색은 좀 어이없는 느낌까지….
영화의 한 장면

문학적 표현 : "우리는 맘껏 즐겼다."

문학적 표현 : "그날 밤 악마는 제 값어치를 했다."

문학적 표현 : "나는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