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희진 선생님 글쓰기 강의 개강일이었다. 이 강의는 8월 말이었나? 9월초에 수강 신청했는데 신청하면서도 10월 말 개강이라니 언제 기다려! 했던 것이 어느덧 벌써.... 강의 소식은 <정희진의 공부> 8월호였나 9월호 댓글 중에 선생님이 직접 올리신 것을 보고 알았다(여러분 희진쌤의 이런저런 강의 소식은 <정희진의 공부> 댓글에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올라옵니다!!! 선생님이 직접 올리시는 댓글 주목!). 글쓰기 강좌라니 와우!!! 서른 초반에 희진쌤 강의 처음 듣고 그때부터 이런저런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개벽하는 기분을 여러 번 느끼면서 대학생 때 희진쌤 강의를 들었다면(교양이든 전공이든) 내 인생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짙었다. 언제고 기회가 닿는다면 1회성 강의가 아닌 한 한기, 또는 한해를 쭉 연결하는 그런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이번에 연 강의는 한 달은 아니지만 2주 동안 쌤과 함께 읽고 쓰기에 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고 하여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그런데도 에? 이럴 수가 이런 발 빠른 인간들. 10명 모집하는 합평반(선생님에게 직접 쓴 글을 제출하고 첨삭 지도까지 받는 이 엄청난 기회!)은 이미 마감이었다. 오호통재라.... 그래도 다행스럽게 이론반은 마감이 아니어서 재빨리 신청.
이론반과 합평반의 수업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10월 31일(화)
1. [공통] 작가 이전에 안목 있는 독자가 먼저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본인의 주된 관심사 + 다방면의 읽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 읽어 올 교재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11월 2일 (목)
2. [공통] 글은 사유의 표현, 어떻게 생각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방식 : 탈식민주의, 통섭(通攝), 횡단의 정치의 이해
* 읽어 올 교재
- 아쉬스 난디, <친밀한 적> (도서)
- 미카엘 하네케, <히든> (영화)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엠.버터플라이> (영화)
11월 4일 (토)
3 이론+합평반 수강생이 제출한 글과 토론
* 생각할 거리
고치면서 내용이 바뀐다. 아는 것을 버린다.
윤문과 첨삭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가 (자료 제공)
11월 7일 (화)
4. [공통] 좋은 글의 가장 중요한/절대적 판단 기준 : 창의적 시각, 당파성, 포지셔닝
* 읽어 올 교재
- 정찬, <완전한 영혼> 중 중편 소설 “얼음의 집”
- 정희진, <낯선 시선>
11월 9일 (목)
5. [공통] 왜 쓰는가, 왜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가 : 글쓰기의 정치와 윤리
* 읽어 올 교재
- 백낙청, <창작과 비평 창간호> “창간사”
- 김은실 편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 도미야마 이치로 <시작의 앎>
11월 11일 (토)
6. 이론+합평반 수강생이 제출한 글과 토론
* 생각할 거리
몸으로 글쓰기, 자기만의 문체, 어휘 향상법 (자료 제공)
초/중딩 때는 예복습은 물론 숙제부터 하고 노는 범생이었던 나는 어쩌다 보니 고딩 때 일탈로 오히려 이런 생활을 가장 중요할 때 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것이 습관이 되어 대학생 때도 예복습이 무엇인가요. 수업이라도 들어가면 아이구 장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희진쌤 강의를 준비하면서 예습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읽은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나 최근에 읽은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아시스 난디 <친밀한 적>은 예습으로 읽었다. 심지어 일요일 밤에 오래전에 본 영화 <히든>과 <엠.버터플라이>까지 다시 봤다. 와... 나 진짜 너무 칭찬해. <정희진처럼 읽기>와 <낯선 시선>은 전에 읽은 거라 이번에는 훑어보기로. 그리고 이제 내 앞에는 정찬의 <완전한 영혼>, 도미야마 이치로 <시작의 앎>이 놓여있다. 이건 이번 주말에 읽기로. 아무튼 나를 이렇게 성실하게 만들고, 퇴근 후 피곤하여 집에 가서 빨리 눕고만 싶은 몸을 이끌고 평일 저녁 강의까지 듣게 하는 유일한 사람은 (아직까지는) 정희진!
7시 15분쯤에 강의실에 도착했는데 오잉? 쌤은 이미 와 계셨다. 그리고 이미 와 있는 사람들도 있고 오는 사람도 있고.... 스무 명 조금 넘는 인원 중 희진 쌤 강의가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고, 생각보다 남자 수강생도 많아서 좀 놀랐다. 어제 강의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 걸음은 “제대로 읽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쌤은 읽는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수업 전에 종이 2장을 나눠주시면서 한 장에는 수강자의 개인정보와 함께 수강 신청을 하게 된 동기, 수강자의 관심사, 글쓰기에서 얻고자하는 것 등을 질문하셨다. 여기에 최대한 성실히 답하려고 했는데 글쓰기에서 얻고자 하는 것에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 수강자 중에는 논문 준비에 도움을 얻으려고 온 사람도 있는 것 같았는데 난 그것도 아니고. 작가가 되려고? 그것도 아닌데(작가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요즘 회의가 들어서). 출판? 이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글에 욕심이 있는가? 궁극적으로 내 글쓰기에 스스로 못마땅하고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건 이 수업으로 해결이 가능할지 공부해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나중에 쌤에게 메일로 여쭤보기로 했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대체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좋은 글을 보는 안목을 갖고 싶다고만 짧게 답했다(직업적으로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 취향/기호에 맞는 글만 좋은 글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은).
쌤은 먼저 “작가는 많으나 독자는 없는” 현재 한국의 글쓰기/읽기 문화를 통탄해하시면서 강의의 운을 떼셨다(지난번 <여전히 미쳐있는> 북토크에서도 하셨던 말씀). 현재의 한국 상황을 새로운 중세에 비유하기도. 책을 읽지 않아도 자비출판&SNS 홍보로 스타가 되는 시대. 그리고 단 한 권의 책으로 강연을 다니면서 더는 책을 읽지도 쓰지도 않는, 그런 누구나 작가인 시대(작가 아닌 이름을 얻는 시대/온라인 자본주의 욕망만 최고조에 달한 시대/스마트폰 등으로 읽는다는 착각에 빠진 시대). 이런 시대의 대세에 거스르자(반자본주의). 현재의 출판과 글쓰기 시장에 반하는 글쓰기를 지향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솔직히 99% 가까이 동의한다. 그러니까 이 강의의 목적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작가作家” 말 그대로 집을 짓는 사람의 글쓰기를 하자는 것이다.
“글은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책들은 원고지 천매짜리가 나와도 작가가 도대체 누구인지/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글은 결국 나의 생각을 재현해야 한다. 양과 질이 있는 글쓰기-즉 깊이와 생각할거리가 있는 글, 생각이 많아야 좋은 글이 나오는데 이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곧 “사람됨”이기도 하다. 물론 표현도 중요하다. 표현은 집짓기. 홍수와 같은 사유가 잘 형상화된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 현재는 그런 사람이 드러나지 않는 시대이다. 사연팔이나 남의 녹취록을 풀어서 책이 되는 시대.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가? 글을 잘 쓰려면 그 사람이 훌륭하고 잘나야 한다. 훌륭한 사람은 더듬이(통찰력/관찰력)이가 발달한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 자기의 고민과 위치성(포지션)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콤플렉스는? 나의 위치성은 유동적이고 복합적이다(젠더, 계급, 인종, 나이- 역지사지가 불가능한 부분/상상할 수 없는 세계).
개인적 절실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자. 내가 가진 취약성은 무엇인가? 절절하게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그저 즐거운 독자로 살아도 나쁘지 않다. wound 평생 말할 수 있는 상처(고통)가 있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한다(내가 요즘 그래서 그런가? 이 말에도 크게 공감한다. 행복할 때보다 불행할 때 글이 더 잘 써지지 않는가?). 내가 세계와 갈등이 없을 때는 언어가(할 말이) 없다. “예술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재현”이다. 소재는 똑같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재해석하라. 흔한 이야기로 새로운 발상(마약과 이선균-내일(11월 1일자) 경향신문에서 이 글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링크 클릭)을 하는 연습. 그러나 아주 특이한 것을 보편적으로 쓰는 것도 좋다. 누구나 아는 손흥민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 자기만의 시각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개가식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 읽을 것(큰 대학 도서관/국회/국립중앙도서관 등)- 이런 도서관 이용이 어렵다면 교보라도 가라. 가서 베스트셀러코너가 아닌 서가에서 책을 찾아서 읽어라. 검색해서 찾는 책은 이미 아는 책이다. 평소에 작가로서 모델로 삼는 작가(닮고 싶은 사람/사상가가 좋다)의 전작 읽기. 관심사부터 시작해서 년 단위 계획 독서-1년에 최소한 50권쯤 집의 토대를 다지는 책을 읽자. 방사적으로 읽으면 연결하는 능력이 생긴다. 자기만의 사유방식이 있으면 모든 글을 쓸 수 있다.
"way of thinking"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텍스트에서 누구와 동일시하는가. 이름을 가려도 글 쓴 이를 알 수 있는 글, 또는 그런 영화(ex 장정일/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쓰고 만들어야 한다. 모든 언어는 발신지가 있다. 특정 시대 로컬의 산물이기도 하다. 거시는 미시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고 할 때 미시만 쓰는 것도 페미니즘이 아니며 거시만 쓰는 것은 그저 지당한 말씀의 나열에 그칠 뿐이다. 구체적인 것과 구조가 담긴 글에서 세계가 온전하게 드러난다.
쌤은 어제도 정찬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정찬 작가의 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는 아무도 읽지 않아도 계속 쓴다. 삶의 성실성과 치열함이 담보된 글쓰기. 또한 어떤 대상을 동원하지 않는 글이며 타자화하지 않는 글이다. 오로지 자기 것으로만 쓴다고. “타인의 것을 훔치지 않는” 글쓰기. 윤리성이 담긴 글이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나의 글쓰기에 관한 고민과 연결된 지점이라 정찬의 글을, 그리고 정찬에 대한 쌤의 생각을 좀 더 면밀히 마주해봐야겠다....

수강생들에게만 준 희진쌤 읽기쓰기 비법이 담긴 자료....(이건 수강생들도 수업 끝나면 반환해야 해서 앞면도 비공개) 궁금하죠? 다음 강의 들으세요.

어제의 강의 1장짜리 요약본
그나저나 밖에 오래 있는 거 참 피곤합니다만..........

천국? ㅋㅋㅋㅋㅋㅋㅋ 다음 강의 때 은오도 오고 쟝도 와서 잠자냥을 가운데 두고 앉아요.
세 사람씩 앉을 수 있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는 희진쌤. 캬........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