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분석 -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 카이로스총서 25
앙리 르페브르 지음, 정기헌 옮김 / 갈무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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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는 주인공 오스카어의 북소리가 나치의 군대행진곡을 왈츠로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오스카어의 개인적이며 타자화된 리듬이 획일적이고 동일한 국가적 리듬(나치즘)을 변주하는 리듬의 다리듬성과 또 다른 의미에서 조화리듬성을 보여준 기가막힌 예라고 할 수 있다. 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장면이었다. 당연히 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은 이러한 제한된 예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이 책은 시론적 분석이기에 수많은 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도 향후 그러한 작업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 시도의 예가 이 책의 후반부에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다.

 

앙리 르페브르는 국가권력과 자본에 의해 식민화된 근대의 몸과 공간을 일상이라는 시간을 통해 분석하며 그 해방의 중요한 요소로 리듬에 주목한다. 일상이 국가권력과 미디어의 '현재'라는 이미지에 식민화되어 진부한 것으로 무화되었다면, 르페브르는 일상을 리듬으로 '현존'시킨다. 따라서 리듬분석은 몸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몸안과 몸밖의 상호관계를 사유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리듬의 속성을 다리듬성과 조화리듬성으로 정의하며 식민화된 근대의 리듬 자체를 동일리듬성과 부정리듬성으로 비판한다. 근대의 몸과 공간이 식민화된 이유는 국가권력과 미디어가 발산하는 진부한 반복의 '현재(표상)'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성 개념이 진부한 것으로 오염되었다. 그렇기에 앙리 르페브르는 국가권력과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발산하여 현실을 오염시키는 진부한 '현재'의 이미지가 아니라. 체험과 감각적인 것을 통해 현실을 '현전'시키는 리듬에 주목한다. 일상성을 반복과 차이의 변증법적인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저항과 사건은 중요한 개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리듬은 기계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 발견과 창조, 순환적인 것과 선형적인 것, 영속적인 것과 불연속적인 것,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등을 이분법적으로 분리,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인 과정으로 본다. 이처럼 리듬분석은 헤겔의 '정-반-합', 맑스의 '경제-사회-정치'와 같이 '시간-공간-에너지', 즉 '멜로디-하모니-리듬'의 변증법적인 방법론에 기반한다. 결국 리듬분석은 식민화되어 있는 시공간의 동일리듬성과 부정리듬성을 다리듬성과 조화리듬성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리듬에 의한 몸의 회복과 식민화된 공간의 해방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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