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타자의 은폐 - ‘근대성 신화’의 기원을 찾아서 트랜스라틴 총서 5
엔리케 두셀 지음, 박병규 옮김 / 그린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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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셀의 <<1492년, 타자의 은폐>>는 이른바 1492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서구 역사학 및 이를 자기동일화한 라틴 아메리카의 서구지향적 역사학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을 라틴 아메리카 역사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그의 강연록을 묶은 것으로 그 강연이 전개된 시기가 1992년을 전후한 콜롬버스 아메리카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각종 행사에 자극받아 행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논의의 핵심은 1492년이라는 시간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두어져 있다. 기존의 역사가 1492년을 아메리카 역사의 시작이라고 했다면 듀셀은 오히려 1492년을 아메리카 역사의 은폐(종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히려 유럽중심주의적인 '근대성 신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근대성의 신화는 '희생 신화'라는 것이다. 즉, 문명과 문화로 대표되는 자본의 승리(여섯번째 태양)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며 아메리카 타자들의 수많은 학살은 그 희생에 다름 아니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점을 폭로한다. 따라서 듀셀은 글의 모두에 밝힌 근대성의 두 가지 측면인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중 부정적 측면의 역사를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내었다. 즉, 그 과정은 서구가 타자를 어떻게 발명하고 발견하며 은폐하는가의 역사적 과정이었다. 결국, 듀셀이 주장하는 것은 이 타자의 은폐(희생)의 고리를 해체하고 근대성 신화의 폭로해야지만이 근대성의 긍정적인 측면인 해방의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듀셀이 강조하는 근대성의 긍정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즉, 해방인 것이다. 

다만 듀셀의 논의에는 여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서구의 라틴 아메리카 식민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희생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이야기하면서도 정리하는 글에서 타자의 범주에 여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쩌면 그의 학문적 스승인 레비나스와도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한계는 있으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통해 서구중심주의와 근대성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한국의 근대성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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