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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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는 걸 알게 될테지만,

지금은 날 피곤하고 짜증나게 하는 걱정거리들을 아주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끔 만들어주는 책.

 

나보다 더 날 걱정해주고, 내 문제를 자기 문제처럼 여겨서 같이 고민해주는 것보다

"신경 쓸 일 아냐, 생명엔 아무 지장도 없는데, 뭐!"라고 누군가 얘기해준다면

정말 그런가보다... 하고 짓누르는 무거운 어떤 것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원인만 알아내면 그 다음은 간단해. 원인을 없애버리면 되니까."

이렇게 모든 문제가 쉬워질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이 좋아서 조금 옮겨적어야 겠다.

 

"인간의 삶에는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이 서로 경계를 알 수 없게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정도는 다르다. 한마디로 상대적이다. 인간의 삶은 또한 겉과 속이 다르게 되어 있다. 완벽주의자는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겉으로는 그렇게 보여도 속까지 그런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역시 상대적이다.

... 오쿠다 히데오의 이 소설들을 읽다 보면 가면 뒤에 있는 자신의 참모습을 들킨 것처럼 뜨끔한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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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
주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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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다가 두세시간 정도 있을 생각으로 역사 코너에서 두껍지 않은 책을 골라 들었다. 나의 짧은 생각일줄은 알지만, 어쨌든 유홍준씨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원래 유명하셨나;;) 그리고 최근 문화재 환수 움직임도 활발해지면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물은 말할 것도 없고, 화인열전이라든가 국보순례 등의 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사가 안 보면 하나도 모르고, 읽어서 알게 된 것 같으면 또 금방 까먹는.. 그런 특징이 있어서 많이 접하는 것이 일단 중요한 것 같다;;ㅋ 암튼 그래서 집어 들게 된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1>.  

중딩들 몇몇이 기말고사 공부하고 있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서 읽기 시작했다.  

1권은 총 1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두번째 주제가 '성적 제의와 반란의 굿', '남근과 여근의 풍속사'다. 중딩들 틈에서 남근과 여근을 상징하는 자연석, 조각품, 토우들이 마치 그림책 처럼 크게 등장하는 책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눈치보이고, 밝히는 사람 취급 받을 것 같아서 신경쓰였다;;ㅋ 월경서답을 장대에 걸어 놓고 재해를 막는 제의를 올렸다는 건 여성만의 성적 특징이 이런식으로도 이용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성황당', '서낭당' 구분 없이 썼던 용어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성황은 두가지 기능을 지닌다. 하나는 국가적인 성황을 의미하며, 다른 하나는 민간적인 음사를 의미한다. 둘은 이름은 같고 의미는 다른다. 민간에서 음사는 두가지 이름을 지닌다. 하나는 성황이요 다른 하나는 서낭이다. 둘은 이름은 다르고 의미는 같다."는데 이게 무슨 말장난 같은 소린지..;; 기원에 있어 다르긴 하나 서낭이든 성황이든 그 이름과 관계없이 내용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데... 

서낭당의 돌무더기는 마을을 지켜주는 결정적인 무기였을 거라는 주장이 기억에 남는다. 돌을 쌓아 두는 풍습은 보편적인 민간 신앙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청룡사'를 저자는, '광대들의 메카'라고 했다. 장동건, 원빈, 이효리 등 연예인들에게 순례 메카로 권하고 싶다고..ㅋ  

저자는 조선후기의 유랑 예인이 현대에 계승되지 못했음을 한탄했다.19세기 이들이 사라지자 일본에서 들어온 대중 오락물이 그자리를 차지했는데, 일제시대를 풍미했던 곡마단, 신파극단, 여성가극단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새로운 집단들이다.   

그 중 남사당패는 남색사회였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중국 패왕별희에서도 드러나듯이 경극패에게도 있었던 남성 예인집단만의 특이한 성문화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자리잡게 된 이유중 하나는 그들이 억눌린 성적 배출구가 없는 하층민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영화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기억에 남는 또다른 주제는 '배꼽문화와 혁명, 혹은 구멍'이라는 주제이다. 옛날부터 엄마와 아기를 연결해주는 '태'를 신성시여겼었는데, 민간은 주로 태를 강에 버렸다고 한다. 저자가 어렸을 때 개울가에서 놀고 있으면 태가 떠내려와 기겁하기도 했다고 한다.  

왕실은 그것을 태항아리에 담아 태실에 보관했다. 금줄까지 쳐서 신성하게 보관했다. 안태사라는 관리를 두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일제시대때 일제는 모든 태실을 모아들여 고양시 서삼릉에 집결시켰다. 여기 저기 말뚝을 박았던 것 처럼 민족정기를 진압하려 했던 것이다.  

가슴은 드러내도 배꼽은 드러낼 수 없는 신성한 신체 부위였고, 그런 인식은 선운사 석불 비결의 위치가 배꼽이었다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실제 석불에는 배꼽이 없다는데..  그 비결이 정약용의 경세유포나 목민심서라는 설도 있다는 데 몰랐던 사실이다. 
 

■ 성적 제의와 반란의 굿
■ 남근과 여근의 풍속사
■ 금줄과 왼새끼의 비밀
■ 미륵의 손가락에 숨은 뜻은?
■ 우리 민족은 왜 흰옷을 입었을까
■ 브리지드 바르도와 황구의 비밀
■ 숫자 3의 비밀
■ 돌하르방은 어디서 왔을까
■ 솟대, 하늘로 비상하는 마을지킴이
■ 서낭당이냐 성황당이냐
■ 그 광대들은 어디로 갔을까
■ 배꼽문화와 혁명, 혹은 구멍
■ 동성동본, 혼인과 불혼의 수수께끼
■ 똥돼지의 내력을 묻는다
■ 매향의 비밀문서를 찾아라
■ 장례, 놀이와 의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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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청목 스테디북스 9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안영신 옮김 / 청목(청목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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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담담하다. 십년 가까이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혀 지내는 수감자의 하루를 제3자적 입장에서 아주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갔다. 배경이나 시대상황이 자세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수감자들의 일상을 통해 당시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엄혹했던 시절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곡괭이질을 하고 빵 300g으로 하루를 버티며 그나마 건더기가 좀 더 많은 스프를 차지하기위해 줄을 서야하는 위치, 자리배치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하지만 따뜻한 국물 한입에 "지금의 슈호프는 모든 것에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도, 고달픈 하루에 대해서도, 또 다시 일요일을 쉴 수 없다는 불길한 소식에 대해서도. 지금 그의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는 오직 한가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보자, 라는 생각뿐이다." 하고 설명될 정도로 소박하다.

슈호프의 죄목은 ''조국에 대한 반역''이다. 독소전에 투입되었다가 자진하여 독일군 포로가 되었고 독일군 첩보부대의 임무를 수행한 뒤 소련군으로 귀환했던 것이다. 이때 자진하여 포로가 된 것은, 단지 그래야만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간첩 혐의로 강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체자르는 영화감독이었으나 촬영이 끝나기전에 사상에 문제가 있다하여 투옥됐고, 부농의 아들이라는 사유로 투옥된 자도 있었다.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슈호프)가 기상하는 새벽 5시부터 점호를 끝내고 자리에 눕는 밤 10시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슈호프는 특별한 일이라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강제수용소에서 이곳이 '사회주의 단지'(아마 그곳은 훨씬 더 통제되고 모진 노동이 행해지는 곳이었나보다)가 아닌 것에, 빵 300g과 스프가 제공되는 것에, 그나마 일몰 후 노동이 멈춰지는 곳이라는 것에 자족한다.  

 "하느님, 덕분에 또 하루를 무사히 보냈습니다! 영창에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여기서라면 어떻게든지 견디어낼 수 있겠습니다." 

"슈호프는 묵묵히 천장을 응시했다. 이제는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명치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었다. 저녁마다 앞으로 남은 형기를 손꼽아 세어보곤 했다. 그러나 얼마 후엔 그것도 지쳐서 포기했다. 그리도 또 얼마 후엔 형기가 끝나더라도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지(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 등의 변방)로 쫓겨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여기보다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슈호프가 현재 생활에 자족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오늘보다 못한 내일이 예정되어 있는 자에게 현재가 가지는 의미는.. 체념적이긴 하지만 간절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하루가, 우울하고 불괘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지나갔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을, 그러니까 3,653일이나 계속되었다. 사훌이 더 많은 것은 사이에 윤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 소설을 끝이 난다. 윤년으로 인해 사흘이 더 늘어났다는 설명은, 정말이지 뭐랄까.. 에누리 하나 없는, 조금의 여유로움도 용납되지 않는 통제된 수용소의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숨 막히게 했다.  

실제로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을 비판한 글귀를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체포당한 뒤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8년, 추방 3년형을 언도받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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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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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추리소설'로 읽기에는 아까운, 아쉬운 책인 것 같다.

그치만 두껍고 어려워서 소설로 읽는 것도, 역사서로 읽는 것도 다 실패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 갖고 강독까지 했다는데..

"각 교단 간의 이단 논쟁과 종교 재판의 와중에서, 흑백 논리의 칼질이 난무하던 중세 기독교사를 정확하게 그려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생활상, 종교관,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데 지금 이 시대에 그 시대의 경직된 교조주의와 병적인 흑백논리를 되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개역판 <장미의 이름>에 부치는 말 중)

'웃음'이 필요한 거냐, 불필요한 거냐에 대한 논쟁이 결국 사건 발생의 원인이었다니. 그치만 난 진짜로 상권에서 헤르헤와 월리엄 수도사가 논쟁할때부터 '이거 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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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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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은 아비뇽유수 때로 교황과 교회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종교개혁 이전까지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수도원운동이 본격화 되었던 10세기 무렵 부터의 상황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너무 자세해서 상권 중간 부분까지는 집중이 잘 안됐다;; 

지루해서 책을 접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폰으로 책을 검색해봤더니, 상을 많이 받은 책이기도 하고, 줄거리를 읽어보니 곧 재밌어 질 것 같기도해서, 붙잡고 읽었다. 

상권에서 3명의 수도사가 의문사했다. 하권에서 죽음의 원인이 밝혀질테지. 

아, 이 책은 서유럽 중세 역사서 같은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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