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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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제주 4.3에서 시작해 발칸에 이르기까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어온 국가폭력'이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충분히 예상가능한 그런 이야기를 하겠구나 싶었다. 제주 4.3과 발칸의 역사는 각각에 대해서만 할 이야기가 넘칠텐데, 이걸 같이 다룬다니.. 노파심에 기대감이 살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프롤로그 읽자마자 확 빠져들었다. 읽는내내 주인공을 따라 낯설고 서늘한 발칸 지역의 어떤 도시들을 정처없이 부유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발칸 지역의 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1도 없다는 사실에 통탄하면서..ㅠㅠ

책을 읽기도 전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뻔한 이야기일 거라고, 식상한 내용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걸 반성한다. 계속 보고 듣는 일, 증언하고 기억하는 일이 살아남은 자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 해야할 일임을 일깨우는 책.

이성아 작가님 맨부커상 받았으면 좋겠다☺
(맨부커상 뭔지 잘 모르지만..🙈)

#북스타그램📚 #밤이여오라 #이성아 #은행나무
#제주43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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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의 딜레마 -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30
임서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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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으로 6개의 SF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표제작은 <항체의 딜레마>인데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소향 작가님의 <달 아래 세 사람>!! 

2020년 여름, 우연히 오래된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천문학자 이태형씨가 신윤복의 ‘월하정인’ 속 달 모양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작 시기와 시간까지 정확히 알아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림은 1793년 7월 15일(음력) 밤 11시 50분께 그려졌고, 승정원일기에 그날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쳤고 밤 2경에서 4경까지 월식이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는데요. 그동안 초승달을 잘못 그렸다고 여겨진 ‘월하정인’은 월식 중인 달을 그린 거였어요. 그 후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시간, 그림 속 주인공들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던 저는 두 월식이 일어나는 1793년과 2045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어요. <달 아래 세 사람>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달 아래 세 사람>, 127) 

이거 읽고 너무 신기하고 소름 돋았다. 월식 현상을 기록했을 조선 시대 관상감 관리, 신비로운 현상이 펼쳐지는 야심한 밤 정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신윤복, 신윤복 그림 속 달이 월식 중의 모습을 담은 것임을 밝혀낸 21세기의 천문학자, 그리고 이 모든 걸 조합해 소설을 탄생시킨 21세기의 작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멋짐ㅋㅋㅋ

작품 읽고 들떠서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검색하다가 핸드폰 케이스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1초의 고민도 없이 내 기종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 주문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ㅠㅠ 카메라 때문에 하필 달이 있어야 할 곳이 뻥 뚫려 있고.. 심지어 사이즈도 잘못 주문… 달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ㅠㅠ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 뭐.. 완전 좌절ㅠㅠ  
 
‘월하정인’이 담긴 다른 굿즈를 찾아내고야 말겠다.🧐😿

#북스타그램📚
#항체의딜레마 #소향 #사계절
#신윤복 #월하정인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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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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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임을 확실히 알게 해준 책.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 의학적, 역사적 맥락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저자와 많은 인터뷰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터뷰이들이 하나같이 저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아지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걸 보면서 항우울제 처방이 최선의 치료인듯 접근하는 방식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에 언급한 문제가 너무 와닿았는데. 우리의 일상은 주변 사람은 커녕 자기 자신을 돌보기에도 너무 바쁘다!!! 지쳐있다!!! 항우울제 처방 말고도 사회가, 공동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인 거 같다. 우울증이 개인적 질병이라니, 여성 호르몬 때문이라니. 말도 안 된다!!!🤬👿

(발췌)
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23

세상은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어떤 것만을 선별적으로 인식하고 아파해 왔다. 역사적으로 늘 조롱거리가 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한 고통이 있다. 유독 엄살로 여겨지는 고통이 있다. 우리는 어떤 고통에 더 아파하는가? 어떤 고통을 더 의심하는가? 자신의 고통을 포함해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41

진료실 안에서는 고통의 맥락이 삭제됐다. 그곳에서 중요한 건 우울의 원인이 아니라 우울의 증상이었다.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였다. 그러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우울은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 46

당사자에게 진단이란 나의 우울이 병이냐, 병이 아니냐 하는 문제라기보다 누군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는가, 알아주지 않는가의 문제이다. 고통을 계속해서 호소하는데도 반응하지 않는 사회에서 오래 홀로 버티던 사람에게 누군가의 ‘알아줌’은, 그것이 설령 신자유주의 시대 감정 관리의 결과이며 다국적 제약 회사의 자본주의적 책략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것이다. 78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 주변인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묻자, 두 가지가 실은 같은 질문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감정을 수용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140

나의 감정이 인정받는가, 인정받지 못하는가. 이것은 사람을 죽고 살게 만드는 문제이다. 141

주 양육자를 킥아웃하고 빈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149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과 같다. 돌봄에 가장 방해가 되는 건 바로 바쁜 삶이다. 일에 치인 사람은 자기 돌봄을 비롯한 모든 돌봄에 소홀해진다. 한국은 효율과 쓸모를 중심으로 발전해 오면서 이에 방해가 되는 모든 일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며 그들도 언젠가 늙고 병든다. … 고통을 잊으라 하지 말고 고통에서 시작해야 한다. 251

#북스타그램📚
#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
#하미나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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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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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가 치매에 걸린 80대 엄마와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림에도 불구하고 지극정성으로 엄마를 보살피는 90대의 아버지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일본에서는 다큐멘터리로 방송되고,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영상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에 옮겼다고 했는데,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싶다.

파스텔 톤의 표지와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실제로 저자의 어머니가 새해 인사로 했다는 말)라는 왠지 미소짓게 만드는 제목이 풍기는 귀엽고 발랄한 느낌과 달리 책의 내용은 굉장히 뭉클하고 묵직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는 치매 환자를 둔 가족에 대해 희망 또는 절망 어느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치매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려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할 수밖에 없는 괴롭고 절망적인 순간들에 대해서도 아주 진솔하게 들려준다.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저자의 어머니는 복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헌신적으로 보살펴주는 남편, 치매 환자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간병 서비스 기관의 직원들 그리고 저자와 같은 딸이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남편이, 아니면 내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읽었더니 의외로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오히려 슬펐을 거 같은데, 담담하고 냉철해져야 한다는 어떤 결기 같은 게 계속 생겨나서 울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일본같은 간병시스템이 작은 규모의 마을 단위로 잘 이뤄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췌)
사실은 팬티 기저귀 따위 입고 싶지 않다는 엄마의 자존심. 하지만 옷에 실례를 해서 딸을 괴롭히는 건 더더욱 싫은 부모의 마음. 그러나 아버지 앞에서라면 조금 실례를 하고 응석을 부려도 괜찮다는 신뢰감. 그리고 그에 응해 바닥을 닦고 엄마의 속옷을 빨아주는 아버지의 애정. 어떤 상황이건 모두 받아들이는 아버지와 엄마의 유대. 딸인 나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강하고 깊은 유대다. 195

도쿄에 있어도 간병 전문가들이 아버지와 엄마를 정기적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안도감. 그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정신적으로 이토록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가족 셋이서 틀어박혀 있을 때에는 나도 상당히 우울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조금씩 기분이 우울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가기 때문에 그 한가운데 있을 때에는 의외로 깨닫지 못한다. 214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나는 지금의 엄마를 더는,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못돼먹은 딸이다 싶겠지만 지금의 엄마를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했던 과거의 엄마에 대한 기억이 고장 나버린 지금의 엄마로 덧입혀지는 것이 싫어서 나는 엄마와 진지하게 마주하기를 피하며 적당히 받아넘기고 있는 것 같다. 231

아버지가 엄마에게 고함치는 장면을 돌려볼 때마다 과연 나는 이런 식으로 엄마를 대할 수 있을까 싶어 숙연한 마음이 든다. 나는 이렇게 전력을 다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참 치사하다고 여기는 부분인데, 꼭 에너지 절약을 생각하게 된다. 엄마는 이미 치매 환자니까 그렇게까지 화를 내봤자 나만 지칠 뿐이라며 체념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상처 주지 않고 나 자신도 가능한 한 상처 받지 않으려 ‘치매 환자를 대하는’ 매뉴얼대로 ‘착한 딸’을 연기하며 얼버무리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매뉴얼과는 관계없니 자신의 신념으로 엄마와 정면 승부를 보았다. 그리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엄마라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엄마를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247

“간병은 부모가 목숨 걸고 해주는 마지막 육아다.” 이보다 정확한 말이 있을까. 부모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 자식이 인간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지막 육아. 269 

#북스타그램📚
#치매니까잘부탁합니다 #노부토모나오코
#최윤영옮김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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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자의 질문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우치다 마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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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중국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문제 등 전후 보상 문제, 야스쿠니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재판에서 피해자의 변론을 담당해왔던 일본인 변호사가 썼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일중 공동성명 등의 내용을 살핌으로써 각각의 조약이 가지는 특징과 역사적 함의,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자국 전쟁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에 대해 일본정부가 보이고 있는 모순적인 태도를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솔직히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서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에 한일 양국이 합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일본정부가 "우린 그때 할 도리를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는 참 나쁘지만, 근거없는 생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우리의 주장을 궁색한 것으로 만드는 약간 고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청구권협정에서 한국 정부가 포기한 것은 국가의 외교보호권이지 개인 청구권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고, 이때의 '외교보호권' 논리가 일본정부가 자국 전쟁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를 면피하기 위해 사용한 논리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자가당착의 모순적 상황에 빠진 것.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한일기본협약과 청구권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합법이었다, 그때 한번 합의했으니까 다 해결된 것이다, 같은 논리는 얼마나 옹졸하고 유치한 것인가.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거 아닐까.

이 책에서 저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의 민간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피해자에게 배상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문제에 오랜 시간 몰두해온 일본인이 쓴 책이라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고,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꼬인 실태래의 절반을 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길어져서 발췌한 내용은 생략..

#북스타그램📚 #강제징용자의질문
#우치다마사토시 #한승동옮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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