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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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그녀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이혼은 하지 않은 채 브론스키와 패테르부르크를 떠났다. 안나가 브론스키와의 사이에서 갖게 된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 그녀가 참회하는 모습을 본 알렉세이는 아내를 용서하게 된다. 하지만 용서 뒤에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려 사람들에게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점점 변해 갔다. 책임과 의무를 져버린 사랑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행복의 만능 열쇠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그는 그녀가 가여웠으나, 그럼에도 그녀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맹세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것만이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로 그녀를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에 담기 부끄러울 만큼 저속하게 느끼는 그 사랑의 맹세를 들이마시고, 안나는 점차 침착해졌다. 이튿날 그들은 완전히 화해를 하고 시골로 떠났다."

 

사랑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어쩌면 이미 끝났음을 암시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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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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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최근작인가. 도서관에서 야자 감독하며 읽을 책을 고르다가 가볍게 읽을 수 있을줄 알고 집어든 책이다. 그런데 역시나,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가볍게 읽히지가 않는다. 그의 책 어디서나 등장하는 공통의 요소, 예를 들어 산티아고 순례길, 마리아 같은 것들이 이 책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책 역시 종교적이다. 인간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얘기하는 부분에서 특히나 종교적이라고 느꼈다. (성경 공부의 필요성을 또 한번 느낌;; 아는 만큼만 읽히는 것 같다ㅜ)

 

브라질 여자 마리아는 배우를 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제네바에 가게 되고, 고위직 남성을 상대하는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한다. 그곳에서 섹스에 대해 다양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여러 남성을 만나게 된다.

 

흑사병 창궐 당시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내린 벌이라고 생각한 중세인들이 자기 몸에 채찍찔을 가해가며 신에 복종하고자 했던 것과 마친가지로 섹스 역시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고통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 인간들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남성. 마리아는 그를 통해 섹스는 고통이며 그 고통이 인간을 쾌락으로 이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은 마리아가 어느날 그녀에게서 '순수한 빛'을 발견했다고 한 어느 화가를 만나고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육체적 행위가 아니고서도 인간은 오르가즘을 느끼며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즉 섹스의 전제는 상대를 욕망하는 마음이라는 것... 아 제대로 읽은 건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는 내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마지막에 마리아와 남자 주인공이 재회하는 부분에서 감동이 확 사라져버렸다. 그런 드라마틱한 요소가 꼭 필요했을까. 에잇..

 

 

- 발췌 -

 

- 우린 삶의 매순간 한 발은 동화 속에, 또 한 발은 나락 속에 담근채 살아가고 있다.

 

- 많은 것을 경헌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웄다. 뭔가에 대해 확실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물질적인 부나 정신적인 부나 마찬가지다. 내가 종종 겪었던 것처럼, 확실히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뭔가를 잃은 사람은 결국 깨닫게 된다. 진실로 자신에게 속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에게 속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구태여 걱정할 필요가 뭐 있는가. 오늘이 내 존재의 첫날이거나 마지막 날인냥 사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은,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

 

-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제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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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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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책 첫 문장)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들의 조합인데, 이 문장에서 왜자꾸 눈이 떨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부부로 만나 자기들을 닮은 건강한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아간다는 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살고 있어서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나이를 먹고보니, 그것 만큼 대단한 일이 없고,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드려야 할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안나가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브론스키와 미묘한 감정을 확인한 후, 배웅을 나온 남편을 처음 보자 "저 사람의 귀는 왜 저 모양으로 생긴 거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톨스토이의 위대함을 느꼈다. 사람을 좋하는데 딱히 이유가 없고, 사람을 미워하는데 아주 하찮은 사소한 것들이 이유가 되는.. 그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해내다니. 나한테도 귀가 못생겼다, 발가락이 못생겼다 등 이유가 같지 않은 이유로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날이 올까.

민음사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총 3권으로 구성했는데, 1권에서 벌써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에 적색신호가 켜졌다. 나머지 2, 3권에서 어쩌려는 거지?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가 애처롭게 느껴졌던 부분을 발췌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의원일지 모르나,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는데 너무나도 미숙한 알렉세이. 그가 앞으로 안나를 어떻게 대하게 될지, 그게 가장 궁금하다.

"지금도 질투란 수치스러운 감정이고 아내를 믿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비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에 직면했음을 느끼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인생과 대면한 것이다. 그의 아내가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에겐 이런 것이 무의미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이것이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삶의 반영을 다루는 공무 분야에서 전 생애를 보냈다. 그래서 그는 삶 자체와 부딪칠 때마다 매번 그것을 회피했다. 이제 그는 낭떠러지 위에 놓인 다리를 침착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문득 그 다리는 허물어졌고 그 아래에 깊은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음 직한 그런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이 심해는 삶 자체였으며 다리를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살아온 인공적인 삶이었다. 그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러한 의혹 앞에서 전율했다." (311)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많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모습, 안나를 너무나도 자극하는 그 모습이 그저 그의 내면에 깃든 불안과 초조함의 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심하게 다친 어린아이가 아픔을 참으려고 펄쩍펄쩍 뛰며 근육을 움직이듯,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도 아내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 운동이 필요했다. 아내와 브론스키가 눈앞에 있고 브론스키의 이름이 끊임없이 들리는 이러한 상황에 내몰리자 그의 신경이 온통 아내에 대한 생각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펄쩍펄쩍 뛰는 것이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듯, 그에겐 훌륭하고 지적인 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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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개정증보판 달인 시리즈 1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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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봤을 때는 공부 방법에 대한 학습지침서인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가 고미숙! <수유+너머> 활동가였다는 사실을 어려풋하게 알고 있었고,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던 기억이 나서(2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아직 읽지 않았다;;) 적어도 세속적(?)인 학습지침서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부에 대한 거짓말들, 예를 들어 공부에는 때가 있다, 독서와 공부는 별개다 등의 인식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요즘 나이가 나이인지라, 문득문득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할때가 있는데, 현재까지 유일하게 마음 먹은 한 가지는,

 

공부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것, 단 함께 책을 읽을 것.

 

다만 이 책에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거의 선언과 호소에 가까워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마음이 순간 막 급해지는 건 사실인데, 정말 고전을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과 같은 지혜와 에너지가 생겨 날까,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같이 읽을 학습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번 만들어봐..?

 

여튼 많은 독려가 됐다. 책 열심히 읽어야지.

 

 

멕시코 신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멕시코 원주민들의 조상은 옥수수신이란다. 옥수수신들이 처음 지상에 내려왔을 때, 신들은 질문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질문을 하면서 걷고, 걸으면서 질문하기로 결정했다. 걸으면서 질문하기! 요컨대, 신들이 지상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질문의 힘이었던 것.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영, <권학문>

부모가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

이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가르친다 하더라도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

이 또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가르치는데 자식이 배우려 하지 않는 것

이는 자식이 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배우기는 하되 힘써 노력하지 않는 것

이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더 기다리라고, 노인에게 이미 지나갔다고, 노예나 매춘부에게 포기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 누구나 지금, 그 자리에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 공부 또한 그러하다. 공부하면 이 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고, 뭔가를 얻게 될 거라고 말해선 안 된다. 공부하는 그 순간, 공부와 공부 사이에 있다는 바로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자 이유여야 한다. 고로 공부는 존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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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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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유배 시절, 정약용은 실학을 집대성한 위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수많은 역작을 남겼다. 그리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열다섯살의 황상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대부분의 제자들이 입신양명과 출세에 목적을 두고 다산의 곁에 머물고자 했지만, 황상은 과거에 뜻을 두지 않았다. 그저 다산의 제자로 남기를 원했고 죽을 때까지 그 뜻을 지켰다.

 

이 책은 다산과 치원(황상의 호)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지낸 시간들을 그들이 남기거나 주고받은 서신과 시를 통해 복원해냈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되어 18년을 보내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했는데, 해배되어 한양으로 돌어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한양에는 살고 있는 스승과 강진에 남은 제자가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면서도 자주 연락하거나 볼 수 없어 안타까워 하는 모습, 서로를 염려하는 모습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이런 사랑도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산이 죽은 뒤, 다산과 황상의 연은 다산의 큰 아들 정학연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황상이 괴로워하며 다산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부분과, 다산이 가을을 노래한 시(물론 한시)의 일부를 옮겨 적는다.

먼동이 저만친 터오고 있었다. 황상은 정학연 형제의 배웅을 받고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소내의 안개가 금세 물가에 서서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웠다. 배 위에서 황상은 스승이 주신 보퉁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삼근계를 받던 1802년 10월 17일의 풍경이 떠올라서 울고, 학질에 걸려 덜덜 떨며 공부할 때 '학질 끊는 노래'를 지어주며 힘을 실어주던 그 정다운 목소리가 생각나서 울었다. 신혼의 단꿈에 빠졌을 때 혼이 다 나갈 만큼 야단치시던 그 편지가 생각나서 울고, 아버지의 장례 때 다시는 안 보겠다며 서슬 파랗게 진노하던 그 사랑이 그리워서 울었다. 살아서는 네 편지를 다시는 받아보지 못하겠구나 하는 스승의 편지를 진작 받고도 7년 넘게 미적거린 자신의 미욱함이 미워서 울고, 그 아픈 중에 제자를 위해 삐뚤빼뚤하게 규장전운이란 글자를 쓰던 그 마음이 고마워서 또 울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처음에 종을 쳐서 시작하고, 끝에는 경(磬)을 울려 마친다.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1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 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색과 노랜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차례 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떨쳐 펴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으로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산에 산 지 여러 해가 되었다. 매번 단풍철을 만나면 문득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진실로 또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에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정약용, 백련사에서 노닐면서 단풍잎을 구경하고 지은 시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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