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개정증보판 달인 시리즈 1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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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봤을 때는 공부 방법에 대한 학습지침서인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가 고미숙! <수유+너머> 활동가였다는 사실을 어려풋하게 알고 있었고,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던 기억이 나서(2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아직 읽지 않았다;;) 적어도 세속적(?)인 학습지침서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부에 대한 거짓말들, 예를 들어 공부에는 때가 있다, 독서와 공부는 별개다 등의 인식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요즘 나이가 나이인지라, 문득문득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할때가 있는데, 현재까지 유일하게 마음 먹은 한 가지는,

 

공부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것, 단 함께 책을 읽을 것.

 

다만 이 책에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거의 선언과 호소에 가까워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마음이 순간 막 급해지는 건 사실인데, 정말 고전을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과 같은 지혜와 에너지가 생겨 날까,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같이 읽을 학습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번 만들어봐..?

 

여튼 많은 독려가 됐다. 책 열심히 읽어야지.

 

 

멕시코 신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멕시코 원주민들의 조상은 옥수수신이란다. 옥수수신들이 처음 지상에 내려왔을 때, 신들은 질문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질문을 하면서 걷고, 걸으면서 질문하기로 결정했다. 걸으면서 질문하기! 요컨대, 신들이 지상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질문의 힘이었던 것.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영, <권학문>

부모가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

이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가르친다 하더라도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

이 또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가르치는데 자식이 배우려 하지 않는 것

이는 자식이 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배우기는 하되 힘써 노력하지 않는 것

이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더 기다리라고, 노인에게 이미 지나갔다고, 노예나 매춘부에게 포기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 누구나 지금, 그 자리에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 공부 또한 그러하다. 공부하면 이 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고, 뭔가를 얻게 될 거라고 말해선 안 된다. 공부하는 그 순간, 공부와 공부 사이에 있다는 바로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자 이유여야 한다. 고로 공부는 존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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