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28번째 책, E.M.포스터의 소설 <전망 좋은 방>을 읽었다.

사촌지간인 루시와 샬럿은 이탈리아 여행 중, 예약 당시 약속받았던 것과는 달리 배정받은 숙소의 전망이 좋지 않자 숙소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이를 지켜보던 에머슨 부자가 전망이 비교적 좋은 자신들의 방을 루시와 샬럿에게 양보하고 첫만남에 이은 몇차례의 마주침으로 루시와 조지 에머슨은 운명적 끌림을 경험한다. 혼란스런 감정에 휩싸인 루시는 샬롯을 설득해 피렌체에서의 여행을 정리하고 로마로 떠난다.

조지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란걸 깨닫지 못한.. 어쩌면 진작에 깨달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던 루시는 로마에서 만난, 조지보다 부유하고 학식과 사회적 지위도 높은 세실과 약혼까지 한다.

'아주 사소한 일'들이 만들어낸 운명의 결과물들로 인해 엔더슨 부자가 루시의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고, 루시와 조지는 재회한다. 결국 루시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조지와 결혼에 골인하는 이야기.

드라마에서 많이 본 것 같은, 너무 흔해서 요즘은 잘 쓰이지 조차 않는 통속적이고, 식상한 구조와 설정이지만.. 여전히 사랑은 아주 사소한 우연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 또는 의도된 우연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그것을 얻기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겁쟁이 루시가 대범한 루시로 거듭났듯 나도 그렇게 용감해질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오마이뉴스 인턴 시절 좋은 선배였던 기자분의 블로그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간단히 정리하여 소개한 글을 읽었다. 그 중 흥미롭게 읽었다던, 내가 읽어보지 못한 몇 권을 꼽아 수첩에 적어 두었었는데, <검은꽃>은 바로 그 책들 중 하나이다. 이것 말고도 임철우의 <봄날>, 김지우의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 <차마고도>, <남부군>, <실크로드, 움직이는 과거> 등의 책과 성석제, 공선옥 등의 작가 이름을 적어두었다.

 

<검은꽃>은 인터넷으로 구매하지 않고, 얼마 전 영호오빠가 커피 잘 마셨다는 인사와 함께 주고 간 춘천문고 도서할인권(2500원 상당)을 보태 서점에서 직접 샀다. 인터넷으로 구매했을땐, 택배 상자를 열어볼때의 두근 반, 세근 반 하는 묘한 떨림이 좋지만, 보통 두 권 이상을 함께 주문하기 마련이기에 책 한권, 한권에 대한 애착감 같은 건 덜하다. 하지만 서점에선 사고 싶은 이것 저것들 중 당장 보고싶은 딱! 한권을 꼽아서 구매하기 때문에 결제 후 점원으로부터 건내받는 '내 책'이 그렇게 애지중지 소중할 수가 없다.

 

김영하의 <검은꽃>은 1905년 4월, 영국의 대륙식민회사를 통해 멕시코로 떠나는 가난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민의 역사는 1902년에 시작되어 을사조약이 체결되는 1905년에 중단되니 지옥에서 또 다른 지옥으로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대한제국의 군인 출신 조장윤, 부모를 잃고 보부상단을 따라 떠돌던 아이 김이정, 제물포 도둑 최선길, 황족 이종도와 그의 딸 이연수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고종의 육촌인 이종도에서부터 이름조차 없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1033명이 탄 배에서 유일한 권력자로 통하는 권용준이라는 자까지.

 

배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시체 처리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무당이었던 자가 등떠밀려 나와 굿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식민지배 과정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간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유린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넘어갈 아리랑 고개가 없는 끝없는 평원은 그야말로 낯선 풍경이어서 사람들은 딱히 바닥이 딱딱해서라기보다 지평선이 주는 막막함과 공허로 뒤척였다."(105)

 

이 부분을 읽은 뒤 지척에 있는 산과 들, 강을 허투루 보지 않게 되었다. 익숙한 것이 부재하게 되었을때, 그러니까 정말 산이 눈 앞에서 사라졌을 때 얼마나 막막할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극심한 노동자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주들은, 스페인어를 못해 도주의 우려도 없고 외교관이 주재하지 않아 간섭의 여지도 없는 조선인들에 비교적 후한 값을 쳐주었다."(111) '애니깽'이란 영화 제목이 '에네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스물다섯개의 농장에 분산 수용된 조선의 이민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당한 시스템 속에 들어와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존마이어스와 대륙식민회사에 철저히 속은 것이었다. 자유롭게 일하며 많은 돈을 벌어 금의환향 할 수 있다는 말은 사탕발림이었다. 원주민들을 농노화하여 몇백년간 공고해진 이 대농장 시스템하에서, 동아시아의 어수룩한 이민자들에겐 어떤 희망도 없었다. 이것은 멕시코의 모든 약자들이 공히 겪고 있는 현실이었다. 조선인들은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른 채 통신과 교통이 거의 두절된 유카탄의 시골 농장에 처박혀 겁먹은 쥐처럼 눈동자를 굴리며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계약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귀국하지 못하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불행과 절망이 잘 느껴졌다. 삶을 지탱하는 건 이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아이들에게도 일제강점기 이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애니깽>의 파일을 찾고 있는데, 어디에도 없다.

 

<애니깽> 파일을 갖고 계신 분, 공유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여행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
최순욱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북유럽 신화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을 알기쉽게 설명해줘서 정말 재밌고 유익한 책.

 

북유럽 지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춥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거인'들과 대결하는 오딘, 토르, 프레이야, 로키 등의 신들. 신이기 때문에 백전백승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골탕도 먹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기도 하며, 죽기도 한다는 점에서 북유럽 신들의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2011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토르>를 같이 보려고 하는데,

영화가 왠지 별로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미제라블 1 - 종달새 꼬제뜨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알라딘 서점에서 레미제라블 6권 세트를 24000원에 구입했다. 최근 1권을 읽었는데, 주말에 우연히 본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12월에 휴잭맨과 앤 해서웨이 주연의 '레미제라블'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는 걸 알게됐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ㅋㅋㅋ 영화 꼭 봐야겠다. 소설도 빨리 읽어야겠다! (수능 이후 미친듯이 영화를 보고 있다. 최근에 늑대소년, 내가살인범이다, 내가 고백을 하면, 남영동1985를 봤다;;)

 

처음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5년 징역을 언도받았다. 여러 차례 탈옥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형량이 늘어나 결국 19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편하게 잠을 잘 수도, 배불리 먹을 수도 없는 불행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대체 인간 사회는 때로는 부조리한 부주의를, 때로는 무자비한 경계를 그 구성원에게 다 함께 받게 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불쌍한 한 인간을 결핍과 힘겨움 사이에 영원에 처박아 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우연으로 이루어진 재산 분배에서 가장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 따라서 가장 동정받아야 할 사람들을, 사회가 그렇듯 가혹하게 다룬다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158)

 

다시 보니까, 어제 본 영화, '남영동1985'와 그저께 본 다큐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떠오르면서,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등의 의문이 좀 생겼다.

 

장발장은 곳곳을 부유하다가 다뉴 주교를 찾아가게 되는데, 자신에 대해 어떤 경계도 하지 않는 주교의 행동에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그날 새벽 성당에서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게 잡혀 돌아오게 되는데 주교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준 것이라고, 거기에 은촛대까지 보태어 주면서 장발장을 체포 위기에서 구해준다. 거기에 더해, 장발장에게 내가 당신의 영혼을 산 것이니, 부디 바르게 살라며 당부를 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등 갖가지 자선 사업을 하여 명성을 얻게 된 마들렌느란 자가 장발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이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좀 스릴있었다! 그리고 마들렌느의 정체를 의심하는 자베르란 인물의 등장이 긴장을 더 고조시켰다! 극 속에서 선량한 주인공의 과거 잘못을 끝까지 파헤쳐 결국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직업정신 지나치게 투철한 인물이 꼭 있기 마련인데, 자베르가 그러하지 않나 싶다. 이 자베르에 의해 결국 마들렌느의 정체가 밝혀지고 말겠지ㅠ 장발장의 전체 이야기를 잘 모르니, 이어지는 얘기가 궁금할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읽는 터키사 -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터키-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비단길을 통해 동양과 서양을 이어 주는 길목,

비잔티움 제국 오스만 제국의 1500년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 

여행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나라라고 얘기되는 곳.

이곳에 언제쯤 갈 수 있을까ㅠ

 

터키는 기독교가 가장 먼저 뿌리내린 곳이기도 하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바울이 선교활동을 펼치던 중 세계 최초로 만든 교회가 안티오크에 있으며, 안티오크 신자들은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렸다고 한다. 국민의 95%가 무슬림인 터키에서 기독교가 가장 먼저 뿌리내렸다니.. 기독교의 초대 교회 7곳도 모두 터키에 있다고 한다.

 

터키가 돌궐과 한 계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터키가 실제로 돌궐이 나라를 세운 552년을 건국 기원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좀 신기했다. 또 탄지마트 칙령이 발표됨과 동시에 미드하트 헌법이 제정되어 입헌군주제가 실시된 줄 알았는데, 40년 정도 뒤에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책에서 특히 예니체리의 외모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예니체리는 술탄의 친위 부대로서, 신과 술탄 외에는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았다. ... 이들은 다른 이슬람교도와 달리 콧수염 외에 수염을 기르는 것도 금지되었다. 그래서 턱 부분은 전부 면도하고 콧수염만 옆으로 길게 길러 감아올렸다. 머리는 정수리 한 움큼만 남기고 박박 민 뒤, 뵈르크라는 흰색 보호대를 썼다. 전투에 져서 포로가 되었을 때, 적이 머리털 뭉치를 잡고 목을 쉽게 자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 예니체리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력을 이용해 재산을 쌓고 이익을 얻는 일에 끼어들었으며, 17세기부터는 반란을 일으켜 술탄을 죽이거나 폐위시키기도 했다."

 

이슬람 세밀화에 대한 언급도.

"세밀화가들은 신의 시선으로 높은 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듯이 화폭을 구성했다. 말, 나무, 꽃, 사람을 그릴 때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기보다는 신의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이를 위해 이미 대가들이 앞서 그렸던 그림을 베끼고 또 베꼈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그림의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천박한 행동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