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소설전집 17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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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박완서 읽기' 두번째 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었다. 책을 2/3쯤 읽었을때, <나목>에 대한 언급이 나왔는데 그제서야 이책이 박완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와의 갈등, 가족 내에서의 역할 갈등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축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 자신이 내면에서 자아와 싸우고 아파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정말 솔직하게 나타나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박완서에게 '엄마'는 좀 더 색달랐던 것 같다. 엄마를 이야기하는 다른 책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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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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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간이(김보영, 김재숙) 포함, 미라언니와 만난 자리에서 작가 박완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박완서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지라 낄 수 없었던 게 좀 부끄러워서 다음날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박완서의 책 중 아무거나 꺼내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 <아주 오래된 농담>이다.

 

역사 교사인데도 공부가 짧아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거의 의무적으로 역사 전문서, 역사 교양서, 심지어 역사 소설만 읽었더니 이런류의 책이 조금 낯설다.

 

제목의 '아주 오래된 농담'이란 주인공 영빈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 친구 현금이가 "난 훌륭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하고 결혼한 건데" 라며 장난처럼 던진 말이다. 영빈은 어쩌다보니 의사가 되어 있었고, 현금의 소식은 모른채 영빈은 영빈대로, 현금은 현금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갔다. 시간을 쪼개고 이어붙여 어떤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도록 주어진 시간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살아내는, '사니까 살아지는 삶'을 살았다. 영빈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길때마다 현금을 배신하는 것 같은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런 자신을 어처구니 없어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현금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생기없던 영빈의 삶에 큰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영빈은 몇십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금이 살던 2층집에 피어있던 붉은 능소화, 현금이 농담으로 던진 '말 한마디'를 잊지 못했다. 기억해야지, 다짐에서 기억하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없었는데 생겨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까만 점처럼, 그렇게 영빈의 몸과 정신에 새겨진 존재였다. 어떤 찰나의 이미지, 인상 혹은 한마디의 말이 사람에게 그토록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그런 낡았지만, 강한 이미지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봤다...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크림슨색 니트..?  

 

현금은 등장 인물들 중 유일하게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가장이라는 귀속지위, 의사라는 성취지위를 가진 자로서 자신의 지위에 주어진 의무만을 꾸역꾸역 해나가며 낙없이 살던 영빈에게, 현금은 일탈의 공간을 제공한다. 영빈은 그 일탈의 공간을 찾아갈때마다, '그 곳에 아직 현금이 있을까'라며 손에 닿지 않는 신기루를 쫓듯 불안해한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을 내 것으로 하려 할때 느끼는 불안이라고 해야할까.

 

소설은 제도가 허락한 삶과 허락하지 않은 삶을 영빈과 그의 아내, 그리고 영빈과 현금의 관계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지만 결국 제도가 허락한 범위내에서의 삶만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소설에 다른 또 하나의 대비되는 구조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의 삶과 그렇지 못하는 자의 삶이다. 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치킨 박'이라는 자,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은 영묘의 남편 송경호이다. 영묘의 시댁은 재산이 수 조에 달하는 10대 재벌이다. 폐암에 걸린 아들에게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가문의 명성에 버금가는 장례의식을 치르기 위해 찬찬히 준비해간다. 결국 송경호는 자신이 낫고 있다고 믿다가 죽음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아내, 자식들과 마지막 이별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맞이한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당한 린치 한방에 돌연사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절망이 없기 때문이다."(P186) 라는 말처럼 송경호는 살기 위해 어떤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죽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반면 치킨박은 폐암 초기 선고를 받고, 병원 지하 기관실에서 자살했다.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음에도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진 자가 코앞에 닥친 자신의 죽음 조차 인지하기 못하고 느닷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삶,

평생 치킨집을 운영해 모은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이제 막 삶의 여유를 갖게 된 자가 암 초기 진단을 받고 가족의 남은 인생을 걱정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삶.

 

인간은 타의에 의해 세상에 나지만 세상과 작별할 시점은 선택할 수 있다. 이걸 누릴 수 있는 삶이 행복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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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한 유럽의 속살
원종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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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읽은 책인지 모르겠다. 개학하고 이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학'이 실감난다.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쁘다.

이번주엔 내내 방과후수업, 야자 때문에 매일 열한시에 퇴근.

그런데 야자 감독 틈틈이 읽은 이 책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삐딱한" 이라고 했지만, 별로 신선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내용들이었다. 

 

읽으면서 메모해두었던 몇 가지만 적어두어야지.

 

1. 로마의 노예들은 비교적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고 의사나 교사도 많았다.

2. 이슬람은 복종이라는 뜻. 하나뿐인 신에게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3. 알라는 특정한 신의 이름이 아니라 단지 신이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일 뿐이다. 즉 영어로는 God로 번역된다.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와 <구약성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알라는 여호와, 야훼 등과 전적으로 같은 존재다.

4. 마녀사냥으로 희생된 인명은 50만명. 이 중 1/4는 남자이다.

5. 2003년 3월 바티칸은 마녀사냥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6. 루터는 고해성사를 들은 사제가 신을 대리해 인간의 죄를 용서하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죄나 벌은 <성서>를 매개로 하여 개인과 신 양자 사이의 문제가 되며 고해성사나 면죄부는 아무 의미나 역할을 갖지 못한다.

7.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생전 약 7만 5천통의 편지를 썼다. 조세핀은 외도를 했고 나폴레옹도 재혼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녀를 잊지 못해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죽어갈때 "프랑스, 군대, 선봉대, 조세핀.."이라는 말을 남겼다.

8. 나폴레옹은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병사의 얼굴을 보고 어디서 전투를 벌인 사람인지 기억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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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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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쌤이 추천해준 두번째 여행기.

비교하려니까 왠지 저자분께 미안해지지만,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한 300일간의 세계여행을 기록한 책이라 감동과 스펙타클한 재미가 엄청나게 컸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는 스물아홉살의 직장 여성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런던에서 머물려 느꼈던 소회들을

정리한 글이라 크게 와닿는 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는 제목 만큼은 깊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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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1
태원준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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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아들과 예순의 엄마가 함께 한 300일간의 세계여행기.

여행기를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여행기 중 최고인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예약 방법, 비용, 소요시간, 저렴한 숙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등의 소위 '친절한' 여행책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웃긴 에피소드와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모자지간의 애틋한 마음이 큰 감동으로 전해지는 책이다. 다 읽었을 때쯤, 여행이란 이런 거구나... 그치만 결코 정의내리기엔 아직 막막하고 막연한,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엄마가 더 나이들기 전에 함께 이런 여행 한 번 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왠지 너무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을 하며 블로그에 남긴 매일의 기록(여행중에 포스팅한 글만 300개가 넘는다고)이 큰 반응을 얻게 되면서 올해 7월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출간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둘이 합쳐 계란 세 판'을 핸드폰 메인화면에 바로가기 등록해 놓고 틈틈이 보고 있다. 책에 실리지 않은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책 중간 중간 엄마 동익씨의 일기도 짧게 실려 있는데 마치 요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꽃보다 할배'에서 감회에 젖은 신구 할배가 남기는 촉촉한 멘트 같은 느낌을 준다. 요즘 노년의(예순은 결코 노년이라 할 수 없지만) 여행이 유행인 것 같다. 주인공은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지만 오히려 새파랗게 젊은 내가 용기를 얻고 에너지를 얻는다. 그게 인기비결이 아닌가 싶다.

 

여행 중에 엄마 동익씨가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라는 말을 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누나가 방콕으로 날아와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는데 엄마가 눈앞에 있는 딸을 보고도 믿지 못하다가 결국엔 얼싸안고 뛸듯이 기뻐했다는 부분을 읽을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 나라의 명소를 많이 보고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모자의 여행을 결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엄마가 돌아가자고 하는 순간이 여행이 종료되는 시점이라는 애초의 계획에 맞게 그날의 컨디션, 여행지에서 받은 감동의 크기에 따라 예정보다 오래 머물기도 하고, '여기 다신 안 온다!'하며 들르자마자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거기에 대처하는 저자 태원준씨와 엄마 동익씨의 임기응변을 읽는 것이 이 책의 재미이다.

 

10월 달에 출간될 예정이라는 유럽 여행기가 담긴 2권 역시 정말 기대된다.  

 

"첫발만 내딛으면 될 것을, 그동안 왜 그리 고민했을까. 세상은 누구의 발길도 거부하지 않는다. 지금 나보다 훨씬 더 나이 든 길들이 나를 안내하고 있다."(엄마의 여행노트 1)

 

"세계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업신여기거나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의 존엄함에 경의를 표할 것이고,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을 것이다. 최대한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를 하고, 현지의 문화와 환경을 평가하거나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각 여행지의 언어와 문화를 아주 얄팍하게나마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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