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자의 질문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우치다 마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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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중국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문제 등 전후 보상 문제, 야스쿠니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재판에서 피해자의 변론을 담당해왔던 일본인 변호사가 썼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일중 공동성명 등의 내용을 살핌으로써 각각의 조약이 가지는 특징과 역사적 함의,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자국 전쟁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에 대해 일본정부가 보이고 있는 모순적인 태도를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솔직히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서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에 한일 양국이 합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일본정부가 "우린 그때 할 도리를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는 참 나쁘지만, 근거없는 생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우리의 주장을 궁색한 것으로 만드는 약간 고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청구권협정에서 한국 정부가 포기한 것은 국가의 외교보호권이지 개인 청구권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고, 이때의 '외교보호권' 논리가 일본정부가 자국 전쟁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를 면피하기 위해 사용한 논리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자가당착의 모순적 상황에 빠진 것.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한일기본협약과 청구권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합법이었다, 그때 한번 합의했으니까 다 해결된 것이다, 같은 논리는 얼마나 옹졸하고 유치한 것인가.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거 아닐까.

이 책에서 저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의 민간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피해자에게 배상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문제에 오랜 시간 몰두해온 일본인이 쓴 책이라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고,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꼬인 실태래의 절반을 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길어져서 발췌한 내용은 생략..

#북스타그램📚 #강제징용자의질문
#우치다마사토시 #한승동옮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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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
리타 샤론 외 지음,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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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까,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를 읽던 중에 예약 신청했던 김초엽, 김원영 작가님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대출할 수 있게 돼서 두 권을 같이 읽고 있다.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의 부제가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의학’이란 말을 ‘과학’ 혹은 ‘기술’로 바꾸면 <사이보그가 되다>의 부제로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격의료가 만들어내는 거리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임상적 의사결정 시대에, 환자들은 점점 자신을 돌보는 이들로부터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보건의료가 점차 비인격화, 분리, 분열되면서 환자들은 먼저 상실감을 느끼고, 다음에는 버려지며, 마지막으로 의료인이 사라진 것에 분노한다. 우리의 서사적 실천은 이 경향을 거꾸로 돌려, 환자의 말과 느낌을 다시 돌봄의 중심에 위치시킨다.”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13)

#서사의학이란무엇인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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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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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강추👍

꼬꼬무 방송을 제대로 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팬이 됐다. 책 읽던 중에 우연히 삼풍백화점편 본방을 보게 됐는데, 역시나, 앞으로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꼬꼬무 책 1편은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책 서문에서,

"사건의 중심에는 여지없이 ‘사람’이 있다. 그가 어쩌다 그 사건의 복판으로 들어가게 됐는지, 시대적 상황과 어떻게 작용-반작용을 하면서 그러한 결말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래서 어떤 성장을 하게 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객관적인 시점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점을 얻고자 했다. … 사건에 연루된 개인의 주관적 이야기여야 바로소 오늘 다시 그 사건을 반추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는데, 이 말이 너무 좋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여러 주관적인 것이 모였을때 역사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진짜 너무 흥미진진했다. 뒤에 이어지는 얘기가 궁금해서 마음은 자꾸 뒤로 내달리는데, 눈은 지금 읽는 페이지에 붙들어 둬야하는, 그런 상태로 계속 읽었다.



김대중 납치 사건, 휴거 소동, 지강헌 인질극 사건,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등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건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비극적이었다.



진짜 이때의 현대사는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발췌)

강제 철거가 끊임없이 자행됐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갔어. 1987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주거회의에서 한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가장 비인간적인 철거를 자행하는 나라’로 꼽혔어. 우리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숨기고 싶은 과거는 이 사실이 아닐까? 149



오죽하면 이때는 “낮에는 영남이 지배하고 밤은 호남이 지배한다”라는 말도 돌았을 정도야. 낮은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지배하고, 밤이 되면 호남 출신의 조폭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는 의미야. 1980년대 서울의 밤을 지배한 삼대 패밀리가 전부 호남 출신의 조직이었거든. 당시에는 경부선을 중심으로 국토를 개발하면서, 호남이 경제적으로 낙후됐어. 그러다 보니 이권을 찾아 서울로 진출하게 된 호남 조직들이 대한민국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 거지. 한때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폭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썼던 것도 이 고증 때문이야. 169



#북스타그램📚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가장사적인근현대사 #꼬꼬무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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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나는 이기고 싶어 - 과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10대 소녀의 탐구 가이드
기탄잘리 라오 지음, 조영학 옮김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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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오.

미국의 주간지 <타임>이 최초로 선정한 '올해의 어린이'이자, '최고의 청소년 혁신가' 수상자. 11세의 나이에 식수에서 납 성분을 조기에 검출하는 장치를 개발해 미국의 젊은 과학자상, 환경보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기아 문제, 사이버폭력 문제 등 이 혁신가의 연구대상에는 경계가 없다.



자료조사를 위해 하버드 대학 논문을 찾아 읽고, 전문가를 찾아나서고,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초등학생 나이에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거라면

이건 개인 자질의 문제인가, 교육 환경(교육자를 포함)의 문제인가. 둘 다이겠지.



팩트체크 전국대회 준비하면서 4주째 애들이 헤매는 걸 보고, 수업시간에 전혀 진지하지 않고 무기력한 걸 보면서, 안 그래도 절망감이 느껴지는 와중에 이 책을 읽으려니.. 더욱 더 절망스럽다.



이 책에는 혁신 단계별 활동에 대한 안내와 작업일지 양식이 실려 있어서 제대로 활용하고자 했을 때 유용한 안내서 될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날이다.



#북스타그램📚 #기탄잘리나는이기고싶어

#기탄잘리라오 #동아시아 #동아시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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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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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에 이어 두번째 읽는 이길보라 작가님의 책이다. 전작의 경우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여정, 유학했던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한 번 해봐, 경험!”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고, 나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작인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사회비평집인 만큼 남성과 비장애인에게 유리하도록 구조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각자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발화’함으로써 불평등한 구조에 균열을 내자고 말하는 책이다.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자신만이 느끼는 고유의 감정,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그 모두의 목소리가 동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님은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타인을 상상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나’가 ‘너’가 되는 일은 불가능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타인의 위치에 서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라고.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 등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장애인증을 제시하고 매순간 장애인을 입증해야 하는 대신 일본처럼 장애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왜곡 문제로 인해 감정이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 같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열심히 호응하고, 때로 목소리를 보태고,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는데, 이 얘기는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직업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삶의 질문을 품으라고. 자기 안에 있는 질문을 끄집어내보라고.


(발췌)
부모의 장애를 긍정하고, 수어와 농문화를 받아들이고, ‘장애극복’ 라벨을 떼고, 장애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몇십 년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장애해방 서적을, 장애해방 서사를 일찍 접했더라면 다른 사유와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빨리 해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25

<리슨>은 일본에서 극장 개봉을 하여 관객을 만났다. 하위 장르로 구분될 수 있는 이 영화가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영화를 만든 제작진, 영화를 배급하기로 결정한 배급사,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극장,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상상한다. 30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나도 그랬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응답이 하나둘 모이면 물결이 되고 공동의 경험이 된다. 행진과 퍼레이드가 되어 강력한 힘을 지닌 메시지가 된다. 96

도움을 주지 말자, 권리를 주자. 183

지난 10년간 영화학과의 여학생이 50퍼센트를 꾸준히 넘었고, 여성 관객도 50퍼센트 이상이었음을 고려해볼 때 10퍼센트를 겨우 넘는 여성 감독 비율은 매우 문제적이다. 224

생각해보면 나의 작업에는 늘 질문이 존재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영화를 만들자’가 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 수 있을까?’ ‘청인에게 어떻게 반짝이는 세상을 소개하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환영하고 환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기획의도이자 연구 질문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 245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생애주기에 따라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을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장 경쟁의 가치에 입각해 ‘성공’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정한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250

#당신을이어말한다 #이길보라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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