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프로이드, 푸코, 사이드를 처음으로 읽었던 20대 시절에는 매일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푸코를 처음 읽었던 날 느꼈던, 머리를 쾅 내리치는 것 같던 그 충격. 올해 상당히 많은 책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읽었건만 기념할만한 책이 번쩍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보다 최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선 내가 책을 매우 아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도 예전보다 훨씬 쉽게 이해가 되고, 심지어 처음 읽는 책임에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 독서의 한창 시절을 지난 것이 아닌가, 더불어 언제인지도 모르게 인생의 좋은 시절 또한 이미 한풀 꺾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느낀 또다른 변화 중 하나는 어린 시절 박스로 사다놓고 먹어도 늘 부족하다 여기던 귤을 더이상 먹고 싶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하도 심심해서 그 이유를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아보았더니, 나이들면서 신 맛을 거부하게 되는 이유가 신 맛을 제외한 다른 미각의 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60대가 되면 미각세포가 무려 1/3로 줄어든다고 한다. 최근 들어 얻은 가장 언짢은 지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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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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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후, 2010년대를 기억할 한국소설을 딱 한 편만 뽑는다면, 그 작품은 황정은의 “d”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언가 빼앗기고 억울하고 불안한 사람들, 그러니까 대부분의 한국인들 누구나, 황정은의 소설과 함께 잠시나마 자신의 아픔을 천천히 쓰다듬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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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내가 해보지 않은 일 중 경거망동이 있다. 오오 경거망동해 본 적이 없네! 예전에 사람들 앞에서 술먹고 쓰러져서 창피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오늘 끝까지 마시자는 결전의 결론이었지 가벼운 변덕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는 어떻게 하면 깊이 없이 가볍고 뻔뻔하게 날아다니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아침부터 한없이 진지하고 조용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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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진 사실을 이곳에 쓸데없이 기록해두자. 미국 엘에이를 배경으로 한 범죄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온갖 개망나니에 마약중독자 및 연쇄살인범들 모두가 운전을 하는데, 나는 왜 안된다는 말인가!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 (요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매일 한 권씩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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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야행로 창비세계문학 17
시가 나오야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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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봄, 나는 물 속 깊은 곳에서 홀로 헤엄치는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 무거운 시간을 유영하는 동안 이 소설이 잠시나마 동행이 되어주었다. 이 소설과 함께 나는 인생의 쓴 맛이 가진 다양한 질감을 천천히 곱씹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준 힘으로 인해 결국에는 물 바깥을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일도 정도는 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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