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프로이드, 푸코, 사이드를 처음으로 읽었던 20대 시절에는 매일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푸코를 처음 읽었던 날 느꼈던, 머리를 쾅 내리치는 것 같던 그 충격. 올해 상당히 많은 책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읽었건만 기념할만한 책이 번쩍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보다 최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선 내가 책을 매우 아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도 예전보다 훨씬 쉽게 이해가 되고, 심지어 처음 읽는 책임에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 독서의 한창 시절을 지난 것이 아닌가, 더불어 언제인지도 모르게 인생의 좋은 시절 또한 이미 한풀 꺾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느낀 또다른 변화 중 하나는 어린 시절 박스로 사다놓고 먹어도 늘 부족하다 여기던 귤을 더이상 먹고 싶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하도 심심해서 그 이유를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아보았더니, 나이들면서 신 맛을 거부하게 되는 이유가 신 맛을 제외한 다른 미각의 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60대가 되면 미각세포가 무려 1/3로 줄어든다고 한다. 최근 들어 얻은 가장 언짢은 지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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