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개봉했을 때 정말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며칠 전 ocn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재미있었다.

여성 내면의 모습을 한 남자가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로 일어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그야말로 로맨틱한 코미디다.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는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생각나게 한다.

 적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한 화합도 이루어 지지 않는 관계.. 男과女의 공존은 영원한 인류의 미스테리 인지도 모른다.

달시가 술병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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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를 봤다.

틈 없이 바쁜 나날들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할 일은 하고 산다.

남자들만이 나오는 영화, 애정행각이 전혀 없음에도 그 진지함은 사람들의 머리 속을 송두리째 파헤쳐 놓는다. 그리고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솔직히 대부분의 우리들은 지금 사는 것에만 먹고 살기도 바쁘므로 지나간 과거사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듯 해결되지 못한 과거는 반드시 현재에 다른 형상을 띄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러한 모순을 본능적으로 직감하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몸서리 칠 수 밖에 없다. 

사회에서 범죄자가 되거나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여건의 사람들은 사방에 잠재되어 있다.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논리에서 어느 특정 대상을 배제하는 작업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워 질수록 더 촘촘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학벌의 선을 넘지 못하는 대부분이 사람들, 그리고 신체적 조건에서 타자화 된 사람들, 그리고 돈의 소유에 있어서 일정량을 채우지 못해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들. 우리는 탈락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악독하게 견뎌내야 했던가... 시대의 이데올로기 논리에서 추방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강인찬" 의 존재는 32년 전의 인물이 아니라 곧 지금도 누군가가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만들어 놓은지도 알려고 하지 않은채 , 정체 불명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 국민의 규격에 맞추어지기 위해 실미도의 684 부대 못지 않는 곡예의 인생을 넘나들고 있다.   

누군가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영화 "실미도"는 범죄자들의 범죄행위를 미화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영화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이들에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응하는 설명의 논리가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근저의 사고방식이 되어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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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3/25 20:47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
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은 한알 한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
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 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
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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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죠?
전 끌리오에 이런 따뜻함이 넘쳤음 좋겠네요

그냥 눈에 띄더라구요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행복할꺼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첨 읽고 나니..그 느낌은
시는 좋은데 좀 느끼한 것도 같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스쳐가듯 한번쯤 눈에 익혀두면 나쁘지 않은 시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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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흔 2004-04-0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래 전에 황지우 시인의 시집을 구해 여러 번 읽기도 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나 보네요. ^^

김여흔 2004-04-0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드려야 할 일이 생겼네요. 코멘트를 쓰고 나니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메시지가 ...

OhY 2004-04-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그런 경험 있답니다. 조만간 님 서재도 들려볼께요..방문해 주셔서 감사..^^
 

날짜:2002/04/01 09:51



- 경주 남산

정 일 근

부처골 빈 절터에 앉아 찾물을 끓이며

찾잔 속의 달이 익길 기다리는 저녁

산은 광배 같은 둥근 경주 남산

달은 유월 보름달 두둥실 떠올라 기다리고

어두워 질수록 노랗게 익는 달 보라

찾잔 가득 고소하게 익는 달 보라.

================================================================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어느 날
고요한 산사에서 한 밤중에
대나무 숲의 사아...거리는 소리 들으면서
평상에 마주 앉아
녹차를 다려 올려 놓고.
녹차가 우려짐에 따라 그 연둣빛의 물 색에 비친
달은 점점 노랗게 익는 것처럼 보인다..
풍경소리도 들리고..
캬~
저렇게 함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소하게 익는다는 표현.. 참 멋지다는 생각듭니다.

경주 남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도 한 두 군데가 아니고
가보고 싶은 곳도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렇게 항상 갈 곳이 많기 때문에
삶은 지겹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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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1/03 22:11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직도 이 영화를 하는 극장을 발견했다. 이름하야 스카라(간판 너무 허름하다 솔직히).. 그리고
종로3가에서 단숨에 충무로로 갔을 때는 영화 10분전이었다.

표를 끊고 잔돈이 넘 많다 싶어 보니 조조할인까지해서 4000원 부담..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하며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11시 타임의 첫 관객이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정말 썰렁했다.

설마 혼자서 보는 건 아니겠쥐?--;;
휴.. 다행스럽게도 30명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을 때 영화는 시작되었고 첫 장면부터가 예사스럽지가 않음을 느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강 꿈과 현실이 멀어지는 속에서 느끼는 인생에 대한 허무감.. 등등의 복합적인 여러 가지가 있었다.

솔직히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직접적으로 공감되어 아! 그렇구나 라는 것은 그렇게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나의 삶이 치열하지 못했던 원인도 있었겠지만.. 그냥 부분적인 점에서 이해하는 수준에 미치는 정도였다.

나에게 가장 다가왔던 부분은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이 힘들어 한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 때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당당히 음악가라고 적어냈던 학창시절..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막연히 꿈을 가졌던 시절..

내가 정말 꿈꾸었던 그 길로 가는 사람들은 행복할 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가졌던 꿈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나를 너무 리얼하게 간접체험하게 되었을 때의 그 실망감과 슬픔을..

세상은 그런 것...
정말 그런것..이라고 확인시켜 주는 영화였다.

우리들의 길은 알게 모르게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
자유로운 선택이 불행을 걷게 하는 이 잘못된 사회구조
그리고 소신있는 선택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자꾸 생각하면 머리아프다.. 그 방대히 뻗쳐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주체하지 못할 거 같다.
그냥 이쯤에서 끝낼란다.

암튼..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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