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9/23 14:05

양산 시내에서 신불산이란 생전 처음 보는 산으로 차가 들어간다. 산의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서면 공동묘지가 있고 여기저기 한복입은 여자들이 명절이라고 곱게 단장하고 길 가에 서 있는데 그 모습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짙은 색조화장에 밝은 톤으로 염색한 머리와 뾰족구두..그리고 한복의 매치는 부조화의 경계를 넘어서 조잡하기까지 하다.

신불산 고개를 계속 따라 오르다가 정상에 도달하면 목초지가 넓게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저 푸른 초원위에.. 소들은 그들의 집에 들어가 있는 듯 평온한 광경이다. 길 가에 컨테이너안에서는 조금 늙어 보이는 아저씨와 그보단 아리딴 아줌마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팔고 있는데 칡차,팥빙수,컵라면..등등의 요기꺼리이다. 컨테이너 안에는 나무로 만든 발을 사방으로 붙여 놓아서 천연의 둥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절벽쪽으로는 창까지 틔워서 절벽 아래로 시원스런 광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산등성이와 등성이 사이. 즉 골짜기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살아간다.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있으면 아무리 많이 돌아다녀도 길눈이 밝아지지를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 자리의 특성상 그렇다고도 하는데..암튼 "넌 운전 하면 안돼"라고 항상 듣는 말 때문에 여태 면허증도 따질 못했다. 하지만 난 지금 운전석에 앉더라도 운전할 수 있다.

길을 계속 가다보니 밀양댐이 보인다. 두 갈래로 수문이 틔여 있는데 한 쪽으로는 양산 시내로 또 한 쪽으로는 밀양으로 물이 간다고 한다. 산들에 둘러싸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 속에 예전에는 고례 마을이 있었다. 물 색깔이 영 께름직하다. 산에 물 색깔이 어찌 커피우유색깔인지..ㅜ.ㅜ;
그러나 산의 꼭대기로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면서 내려다 보는 절경은 멋지다. 팔을 차 창 밖으로 내밀어 부딪히는 바람을 느끼는 것은 정말 Cool! ..하다. 차가 없으면 이런 곳을 올 수 없다. 운전하고 싶다.는 한 마디에 다시 한번 비웃음이 되돌아 온다.

밀양 표충사는 한가하다. 명절 첫날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잘왔다 싶다. 표충사에 관한 설명 표지판을 모른체 넘어가려 했는데 니가 사학과면서 이런걸 읽지 않고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를 않는다며 나무란다.. 실은 유래..에 관한 설명 표지판을 읽는 것은 별로 재미 없다.

차를 타고 가지 않음 좋을 곳. 만약 밀양 표충사를 가려면 저 밑에 길가에 차를 대어 놓고 표충사로 가는 숲길을 걸어서 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 숲길이 참 멋지다. 통도사의 숲길과 맞먹는다.

무열왕때 이 절을 지었단다. 인도에서 어떤 승려가 와서.. 왕의 총애를 받고..여기에 절터를 잡고 죽림사라고 첨에 만들었다가 ..원효대사가 등장하고 사명대사..등의 많이 들어본 스님들 이름이 차례로 등장했다가..임진왜란때 이 스님들이 이 절을 근거로 왜적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기 때문에 현종 때 표충사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고 한다. 충의를 표하는데 헌신을 다 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겠거니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표충사라고 쓴 현판의 글씨는 정말 감탄스럽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우리 나라 절은 원효..의상..사명..을 비롯한 소수의 스님들이 대부분의 절을 지었다는 게 좀 이상스럽다. 다녀본 절들에서 그네들의 이름을 보지 않은 절이 어디 있던가.
이 절은 도대체 누가 지었단 말인가.

절 내부는 안정된 평지이다. 평온하고도 아늑하고 따뜻한 이곳은 넓기도 하다. 여유가 있다. 스님들도 명절 쇠러 갔는지 안보인다. 붉그레한 꽃들이 쫑쫑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웅전이 아주 안정감 있게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깨끗하다. 대웅전에 들르기 전에 보리수 열매로 만든 간주를 샀다. 예전부터 사고 싶은 것이었는데 그때는 귀신을 쫓는다는 대추나무 간주로 부적으로 삼았다가 이번에는 깨달음을 상징으로 삼고 있는 보리수 나무의 열매로 바꾸고자 한다. 어쨌거나 동글동글한 알갱이들에게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의 망탈리테..내가 과거로 부터 연결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간혹의 순간은 지금처럼 간주 하나를 사고 희색이 만연하는 상황이다. 나는 곧 나의 어머니이며 나의 할머니이며 그들과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보리수 열매는 겨울쯤에 사려할 때 흰색이었는데 지금 사려니 니 노랗게 익은 색깔이다. 찌는 여름의 시련을 견뎌서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부여 해본다. 깨달음의 진수는 너와 같이 고비를 넘겼을 때 그 결정체가 더 고귀하다는 것을.
그런데..
깨달음은 무엇인가..무엇을 깨닫는단 말인가... 깨달음과 믿음은 같은 것인가? 해명되지 못한 믿음은..도피가 아닌가..나약함이 아닌가.(이런 식의 글을 쓰게 되면 꼭 이후에 삭제하게 되던데..걱정이다.--)

날짜:2002/09/23 14:05

표충사의 대웅전에 앉아서 스님의 독경소리를 듣는다. 들어본 염불 중에서 꽤나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런 생각도 든다. 스님 랩 참 잘 하시는군요.. 이런 철딱서니 없는 젊은 사람에게 스님은 그러겠지.."니들이 염불을 알어?" 아무튼..그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p 대웅전 뒷편에 보리수 나무가 있다. 처음 보는 나무는 아니건만 그것이 보리수 나무라고 하니깐 새롭게 보인다.

가장 좋았던 것은..남쪽으로 산들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누각이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법당이라고 하는데 올라가면 안될 듯한 표지판이 하나 있지만 그냥 신발 벗고 올라섰다. 법당이라서 그런지 바닥이 깨끗하다. 예전에 병산서원에 갔을 때처럼 남쪽으로 보고 앉아서 우두커니 앉아 자연을 응시한다. 정말 멋진 순간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 신발벗고 들어와 같은 포즈를 취한다. 멀찍이 떨어져 앉은 연인들이 눈을 거슬리게 한다..신성한 법당인데..--;;

4시가 넘으니 산에 그늘이 진다. 산의 검은 그림자가 압도적이라 더 이상 머물 마음이 들지 않는다.

훌훌 털어버리고..다시 산을 내려온다. 내일은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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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 긴급분석> 이라크 아닌 미국이 '체제전환' 당할 것
등록일자 : 13 : 39

다음은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라크전쟁에 관한 분석 글이다. 월러스틴은 이 글에서 부시가 이번 전쟁에서 신속한 승리를 거둔다 하더라도 미국의 세계적 위상에 별다른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며, 승리가 늦어질 경우에는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결국 부시는 질 수밖에 없는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부시는 모든 것을 걸었다(Bush Bets IT All)

미국은 심각한 곤경에 빠져 있다. 미 합중국 대통령은 엄청난 도박을 감행하고 있으며, 그것도 근본적으로 취약한 입장에서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고 결정한 것은 대략 1년 전이다. 이는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과 함께 다음 2가지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첫째 모든 잠재적 핵개발 국가들에게 겁을 주어 핵개발을 포기토록 하며, 둘째 세계시스템에서 독립적인 정치적 역할을 맡겠다는 유럽 측의 꿈을 분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시는 엄청난 실패를 맛보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어쩌면 아직 발각되지 않은 다른 핵개발 국가들도) 그들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독립적이 되겠다는 자신들의 꿈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 문제에 관한 2차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득표전에서 제3세계 소속의 안보리 이사국 6개국 중 단 한 나라로부터도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부시는, 마치 무모한 도박꾼처럼, 가망없는 패에 모든 것을 걸려 하고 있다. 그는 압도적이고 신속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승패는 간단하다. 만일 미국이 압도적이고 신속한 승리를 거둔다면 핵개발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 모두 자신들의 소행을 후회하고 다시는 미국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라고 부시는 믿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는 두 가지 군사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나는 부시가 원하며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와는 다른 것이다. 부시가 이라크의 빠른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펜타곤은 그럴 만한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수많은 예비역 장군들은 회의를 표명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도 신속하고 완벽한 승리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라크 지도부의 필사적인 항전의지, 이라크 민족주의의 분출, 그리고 사담에 맞서 싸우기를 별로 원치 않는 쿠르드족의 입장(후세인을 미워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의도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등이 어우러져 미국이 수 주일 내에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수 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수 개월을 끌 경우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지, 특히 미국과 영국의 여론동향과 관련하여,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p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미국이 신속한 승리를 거둔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경우 부시에게는 무승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승자도 패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왜냐하면 승리한다 해도 지정학적 상황은 오늘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승리 직후 이라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일단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가장 정확한 대답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자체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는지도 전혀 분명치 않다. 확실한 것은 이라크 문제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다중적이고, 다양하며,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무정부주의적 혼란상태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 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으려면 군대를 장기 주둔시켜야 하며, 엄청난 규모의(진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상황과 내부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미군을 이라크에 매우 오랫동안 주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 이를 위한 돈을 얻어내기 위한 정치게임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다른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진척될 가능성은 지금보다도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승리로 자신들의 강경노선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며, 따라서 더욱 강경해질 것이다. 아랍세계는, 만일 그럴 여력이 있다면, 더욱 분노할 것이다. 이란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오히려, 중동지역에서 사담 후세인이 사라짐으로써, 이란은 기운을 얻게 될 것이다. 북한은 도발을 강화할 것이며, 남한은 동맹국 미국의 군사행동 중독증에 더욱 불편해 할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오랫동안 미국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미국이 신속한 군사적 승리를 거둔다 해도 그 결과는 지정학적 현상유지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부시행정부의 매파들이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속한 군사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경우 이 모든 작전들은 미국에 지정학적 재앙이 될 것이다. 복마전(Pandemonium)이 열려 온갖 악귀들이 뛰쳐나올 것이며 미국은 세계의 미래에 이렇다 할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탈리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인데, 이는 다시 말해 별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예측을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우선 이라크의 경우 이라크인들이 저항운동에 나서면서 후세인은 (독재자에서 민족의) 영웅으로 부상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같은 국민들의 감정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이란과 터키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각각 군대를 보낼 것이며, 그 결과는 아마도 양국 군대의 군사충돌로 끝날 것이다. 쿠르드족은 당분간 이란 편에 설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회교도는 미 군정과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아마도 사우디가 중재역을 자청하고 나서겠지만 양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중동의 다른 지역의 경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의 설욕을 하고 남부 레바논을 점령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과연 시리아는 전쟁에 뛰어들어 헤즈볼라를 구출하고, 더 나아가 레바논에서의 과거 지위를 회복하려 들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스라엘은 다마스쿠스를 폭격할(아마도 핵무기로) 것이다. 그렇다면 이집트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 그렇지,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사나이를 까먹고 있었구만. 그는 분명히 평소 그가 하고자 했던 일을 실천에 옮길 것이 분명하다.

자, 유럽은 어찌될 것인가? 아마도 영국 노동당에서는 대규모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 결과 노동당은 두 쪽으로 갈라질 것이다. 블레어는 자기 파벌을 이끌고 나와 보수당과 함께 비상연립내각을 구성할 것이다. 그는 총리직을 유지하기는 하겠지만 총선을 실시하라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며 블레어는 패배할 것이다. 아주 참패할 것이다. 또 하나, 블레어는 자신의 법률고문으로부터 만일 영국이 유엔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이라크전쟁에 뛰어들 경우 그는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 자신의 당내에서조차 전쟁 참여에 대한 반대가 드높은 스페인 아즈나르 총리의 총선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와 동유럽 및 중부유럽 국가의 지도자들도 걱정이 늘어만 갈 것이다.

한편 중남미의 경우, 이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끝장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대신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무역 및 통화공동체로 메르코수르의 재활성화를 주창할 것이며, 심지어 칠레까지도 메르코수르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의 빈센테 폭스 대통령은 깊은 곤경에 빠질 것이다. 동남아시아로 가 보자. 세계 최대의 회교국,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지금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이지만 아마도 유럽을 따라 이 지역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적 행동의 지역으로 변모시키려 할지 모른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며 중국은 일본에 대해 이 지역에서 경제적 미래를 보장받기 원한다면 미국과의 정치적 유대를 약화시키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넌지시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초, 이 모든 상황들은 부시 정권(regime)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미국에서 반전운동은 급속한 속도로 확대되면서 민주당을 부시의 세계정책에 대한 진정한 반대파로 끌어올릴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은 2004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부시는 그야말로 '체제전환(regime change)'을 달성하는 셈이다. (이라크가 아닌) 영국과 스페인과 미국에서 말이다. 나아가 미국은 더 이상의 무적의 군사 초강대국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자, 결론을 맺어보자. 만일 부시가 이긴다 해도 이는 지정학적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부시가 원했던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만일 그가 진다면 그는 정말로 지는 것이다. 부시가 이번 도박에서 이길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훗날의 역사가들은 9.11 이후 미국이 그토록 불가능한 입장에 스스로를 몰아넣을 필요는 없었다고 기록할 것이다.

이매뉴얼 월러스틴/미 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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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3/05/26 16:19

수업 시간에 비디오를 봤습니다.
제목이 알려지지 않은 전쟁 한국전쟁..뭐 이런 제목이었구요
브루스 커밍스가 제작을 했는지 참여했는지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영국에서 3부작으로 방영되었다고 하더군요
시간상 다 보지는 못했구 2부 앞부분 까지 정도만 봤습니다.
가장 객관적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수작이라고 하시더군요.. 암튼 희귀한 자료라고 해서 열심히 보기는 했는데
한글 자막이 없어서 완전 이해는 못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가 종종인터뷰를 많이 하는 장면 나오구..
얼피설피 여러 장면들을 보고 있음 그냥 한국전쟁의 기원 책과 맥락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한국 전쟁 당시 사람들의 모습, 군인들, 피난가는 모습..그 때는 소 달구지에 짐 항그 싣고 가더라구요.. 여자들의 모습.. 간난 애기가 길거리에서 버려진 채 우는 장면.. 이 땅에서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충격으로 다가오더군요.. 이미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으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때 저러셨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외국인이 만든 다큐로 한국을 보니깐 새로웠습니다. 한국이 미개인 같은 느낌을 주더라구요. 첫 장면에 한국의 절이 나오는데 사천왕상, 단청 등을 카메라로 비추는데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인도의 사원을 가끔 티비에서 볼 때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평상시 보던 것도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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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3/07/07 01:57

"냉정과 열정사이"는 원래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일본 소설이다. 그리고 각각 남자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여자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썼다.

Blue는 남자 주인공인 아가타 준세이를 1인칭의 시점에서 히토나리가 쓴 것이고 Rosso는 여작가가 여자 주인공인 아오이를 역시 1인칭으로 가오리가 쓴 것이다. 동일한 시기, 두 주인공이 과거의 회한과 현재의 그물망 속에서 겪는 얘기들을 1장에서 13장까지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은 연재소설을 두 권으로 만든 것인데 rosso 1장이 먼저 쓰여지면 다음으로 blue 1장 이런 식으로 연재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rosso 1장 blue 1장 rosso 2장 blue 2장 이렇게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나는 blue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었는데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일본인이지만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다가 대학을 일본에서 다니게 되고 19살에 서로 만나서 3년간을 미치도록..사랑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아오이는 준세와 약속을 한다. 서른 살 되는 아오이의 생일 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함께 하자는 약속. 둘은 그러나 헤어지게 되고 그 어설펐던 헤어짐과 과거는 그들의 주변을 계속 맴돌게 되는데...

23살 되던 해 준세는 훼손된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복원하는 복원사 공부를 하기 위해 피렌체로 떠난다. 그리고 같은 시점 아오이 또한 밀라노에서 앙티크 보석을 전문으로 파는 보석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 과거의 약속은 자꾸만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준세가 복원일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잃어버린 과거.. 죽어가는 과거의 화려함을 다시 복원할 수 있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작업에 몰두하면서 준세는 그의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과거, 아오이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한다.

아오이가 앙티크 보석일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앙티크 보석에는 그 보석을 걸치던 여자들의 사연과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석에 담긴 과거의 흔적은 사랑받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상징적으로 직업을 통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고 또한 서른 살의 약속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곧 서른 살은 멀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의 약속에 대한 희망을 막연히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치열한 현재를 꿋꿋히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들이다.

p 그러므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일어나는 그들의 말과 행동은 방향성이 있으나 또한 방향성이 없어 보이는 현재를 매꾸어 나가고 있다.

그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끊임없는 반복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이며 또 두오모에서의 약속은 그 교차되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간극에서 그들을 다시 결합하는 현실로 이루어 질 것인가..

인간의 합리성은 또한 인간의 감정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개봉된다면 "러브레터" 정도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다는 예감.

책에서 표현된 그림들, 복원하는 작업, 보석상, 거리, 피렌체의 정경들 그들의 색깔이 상징하는 것들이 도처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들을 준다. 두 책의 스토리를 구성해 놓아 만든 영화이지만 분명 차이점 또한 있는데 소설에서의 감각을 능가하는 영상 예술미가 탁월한 점이 있다.

여주인공이 미인이지는 않지만 아오이의 본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려 한 흔적이 보인다. 준세이는 미남이다. 그림을 다루는 사람 같고 맑은 눈동자는 순수한 열정을 가득 담은 이미지를 잘 대변한다. 그는 blue를 상징하듯 푸른색 셔츠, 블루그레이톤의 브이넥 스웨터를 거무스른 피부에 걸치고 다닌다. 하늘을 무척 좋아해 하늘만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설에서 말한다.

아오이는 잘은 모르지만 오렌지 색 쯤을 나타내는 것 같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내려다 본 정경은 놀랍게도 오렌지 색 지붕으로 가득 찬 시내의 정경이다.

이탈리아는 가 본 적이 없지만.. 혹은 다른 곳이라도..전혀.
영화에서 그 멋진 풍경들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배경이 피렌체인 이유는.. 도시 전체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화려한 건축, 거리등을 복원하는데 온 정열을 쏟아붇는 도시민들의 삶은 역시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나 관광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게 한다. 피렌체는 미래가 없는 도시이다. 그러나 과거가 또한 그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치들이 다채롭게 엮어져 있는 소설이며 영화로서 아주 오래간만에 접한 문학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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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1/12 19:55

조선의 서원건축과 성리학적 개념..이런 비슷한 제목으로 한국 관광공사 지하 오라트리움에서 하는 강연에 참석했다. 다음 카페에서 주최하는 건데 서울 온 김에 이런 거 한번 보고나 가자란 맘으로 왔다.

p 한국예술종합학교..비스무리한 이름의 학교의 건축학과 김봉열 교수의 강연이었는데 일반인이 듣기에 부담이 없는 교양 수준의 강연이었다.

종각역 5번 출구를 나와서 길을 건너면 아주 찾기 쉬운 곳에 한국관광공사라는 커다라 건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은 건물이다. 한국에 관련된 팜플렛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고 특히 무료 인터넷이 무제한이란 점에서는 지방민인 필자에게는 거의 감동 수준으로 다가오는 점이었다.
참고로 지금 3시간 째 붙들고 서핑하고 있다 ^^;;
집만 나와서 생활하면 왜이렇게 공짜와 싼 것에 쉽게 맘이 동하게 되는지.. 점점 비굴해 지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사람이 좀 거칠어 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강연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사학과 다니면서 답사 한 두번쯤 다니면서 들었던 종류의 얘기들..
나름대로 보람있게 캐치한 내용은 대구에 있는 '도동서원'에 관한 것이었다.
이름 한 번 들어 본 적 없는 서원이었는데 그렇게 유명한지 첨 알았다.

동방의 5현 중의 한명인 김굉필을 모신 서원인데 그의 유일한 제자가 조광조라고 했다. 원리주자의 스승과 그의 제자는 둘 다 사약을 받고 찍혀나갔다(?)는 점이 공통된 점이었는데 현실에 적절히 타협하지 못하고 너무 원리원칙만 고수하고 살았던 그들은 후세에 이름은 얻었으되 모함을 받아 짧은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다.

김굉필의 스승은 김종직이며 그의 가장 친한 벗은 정여창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쟁쟁한 사람들인가..
실로 김굉필은 21살까지는 공부와는 전혀 거리가 먼 거친 인생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인을 잘 만남으로서 학문의 길을 걷게 되고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양처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라이드로 서원과 주변 풍경을 담은 모습들을 보게 되었는데 한 번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낙동강이 멀찍이 내다 보이는 사진으로의 느낌만으로는 고적하다..란 인상을 주고 있었는데 강당의 중앙에 앉았을 때 원하는 모습의 풍경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북향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필자는 서원에만 가게 되면 일체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느끼는 구원받는다는 심정이 그럴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러한 종류의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절 보는 것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서원들을 가게 되면 확실히 구별되는 뭔가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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