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마르크스가 말했던 삶이 이런 것이었을까?

마르크스가 말했던 삶은 좀 정치적인 것이라 피에르 라비가 추구한 것과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드러나는 모습은 비슷해 보였다. 좀 더 인간답게 사는 것.

자신과 가족들을 먹일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곡식과 그 곡식을 위한 일과노동을

끝낸 후,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가를 즐기는 것. 이러한 것들이 딱히 여가가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되는 삶. 이런 맥락에서 마르크스가 살고자 했던 삶과 피에르 라비가

살아가고 있는 삶은 닮은꼴이지 않을까?

 

여기서 희망을 얻었다. 굳이 정치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단지, 신성에, 영성에, 자연의 소리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이 꿈꾸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혁명을 통해 노동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해방 시키고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체제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삶이 아니라, 현 체제 내에서도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삶이라는 것.

 

물론, 이 밑 바탕에 '흙' 이 있었다.

모든 이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자기 가족을 먹일 수 있는 작은 땅 한 뙈기를 가지고서

그 땅을 경작하며 스스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더 가지려고, 더 축적해 두려고 할

필요 없이 먹을 만큼만, 내지는 생활에 필요한 돈을 구할 수 있을 만큼만 경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사고 방식. 서양인들은 도끼의 존재를 더 많은 나무를 베어낼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생산량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 도끼의 존재로 인해 자신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단시간에 끝낼 수 있었고

그 남는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나도 이미 현대 문명에 많이 찌들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낀 대목이었다. 늘 여유롭고 싶다고, 나 쓸 만큼의 돈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내 사고방식은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인해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겠구나,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많이 생산해 낼 수 있겠구나, 인 것이다.

한 사람의 농부가 왜 철학자로 불리는 지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꿈을 그리 거창하게 표현하지도 않았고 가만히 앉아서 그의 사상만을

말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자신은 글만 쓰면서 다른 이에게 이런 식으로 실천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지, 과연 옳은 것인지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움직이고 활동하는, 자신의 신념을 충실히 행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많은 농부들에게 신임을 얻었고,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많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왜 사람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거야,라고만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그는 철학자이지만 이상만을 말하는 철학자가 아닌, 몸소

자신의 사상을 증명해 보이고 실천해 보이는 실천가였다.

 

사실, 그가 말하는 생태 농학은 이미 우리 선조들이 행하던 농법이다.

그래서 그 농법 자체는 그리 새롭게 보이진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을 볼 때 그 당연했던 것들이 우리나라게도 당연해지지

않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땅 또한 화학비료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방법이 아닌, 다시 과거의 농법으로 돌아갈 만한 깨우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모하게 농부들을 착취하는 그런 정책들을 농부들이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는 그런 신념, 그리고 그러한 방법들로 자신들은 자신들의 생계와 여가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 이 책은 이러한 신념과 믿음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번민을.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이 맞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서,

과연 나는 이렇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현 세계속의 소비들을 모두 포기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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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 - 황성혜의 파리, 파리지앵 리포트
황성혜 지음 / 예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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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이쁜 책이다. 기자인 저자가 파리에 유학갔던 기간 동안 쓴 글들과

서울에 돌아온 후 파리에 대한 회상을 묶은 책이다.

이 책에는 파리의 거리, 파리의 카페, 파리의 문화, 파리의 사람, 등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참 파리스럽다-라고 느낀 대목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아저씨가 열차 칸에 오른다. "메담 에 메시에, 저는

직장을 잃은 가장으로, 집에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습니다. 이제는 술도 끊고 새 생활을

시작하고자 하는데 이런 저를 격려해 주세요. 몇 센트도 좋고, 식당 식권도 좋고 다 좋습니다.

아니면 미소라도 제게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아니면 미소라도 제게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사람.

파리니까 가능한 멘트 아니었을까? 일단 기분 좋게 시작한 이 책은 읽기도 좋았다.

일기같이 아니면 블로그의 포스트 같이 그렇게 편하게 다가오고 편하게 읽히는 글이었다.

그러면서 아, 파리에 한번 가보고 싶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파리에 가려다 목적지를 바꿔버린 친구에게 이 책을 권해 줄까 말까 고민도 되고.

그 친구 녀석 다시 파리병 도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다시 한번 그녀석 마음에

불을 질러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파리행을 생각해보라고 하고도 싶고.

 

파리를 애인 삼는다던가. 파리 정도면 너무 매력적인 애인인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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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손수건 - 초판본 출간 30주년, 200쇄 발행 기념 특별 소장본
오천석 엮음 / 샘터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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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꾸준히 계속 나와 주어야 한다.

사실, 이 책은 새로울 건 없다. 이미 나왔던 이야기들을 추렸다는 것도 있겠지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니 하는 류의 책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같은 류의 책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고 해도 이런 책은 계속 나와 주어야 한다.

왜? 사람들은 늘 잊고 사니까.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 이런 따뜻한 이야기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팍팍한 일상 속에서 인생이 그런거지 뭐-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가슴을 차갑게 만들고 또 차가워진 가슴을 그대로 방치하곤 하니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가슴을 데워줄 수 있고 한번쯤은 눈가를 적셔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나아가 인간성

회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이 책은 그 의미를 지닌다.

 

이런 기획이 아무리 반복이 되도 지나치지 않는 건, 이런 기획들의 반복보다 사람들의 인간성

상실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인다. 그리고 잠깐 따뜻해졌던 가슴 마져도 오랫동안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이 3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왔고

그 기념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사랑해 준 모든 이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고맙고 감사하다.

 

이 책을 읽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오랜동안 따뜻하기를 바란다.

 

 

 

 

오타신고.

p211 재향군인회새회복지국에서 -> 재향군인회 사회복지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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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7-02-0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장송 2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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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2권 겉표지에 보면 '이것은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들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적혀있다. 1권 7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읽어 놓고도 이 구절에 동감하지 못했다.

2권을 다 읽은 후 책을 덮으니 이 구절이 내 눈 앞에 어때? 그렇지? 라고 하는 듯 보여졌다.

그래, 그랬다. 2권을 다 읽은 후 이 구절을 보면서 나는 맞는 말이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으리라.

 

이 책은 딱히 누가 주인공이다, 라고 할 수가 없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서 자신의 눈에 비친 타인에 대한 이야기와 이야기 도중

자신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세세한 감정까지 1인칭으로 표현되어 있다.

 각각의 인물에 따라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들라크루아의 경우, 지나치리만큼 세세한 감정까지 잡아낸다.

상대방과 예술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도 상대방은 내 의도를 이렇게 받아들였군, 그러면

이렇게 이야기 할까 하다가 아니, 그냥 상대방이 받아들인대로 적당히 맞장구나 쳐 주자,

이런 생각에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까지 모조리 다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들라크루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그가 어떤 심경으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받아들인 클라크루아의 모습과 그 사람의

고뇌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아마, 이 들라크루아의 예술론과 그의 고독에 깊히 동화 되었기에 이런 장대한 책을 낼 수

있었겠지.

 

나는 끝내는 이 책의 주인공이 들라크루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팽은, 만인에게 사랑받고 그 사랑으로 자신의 재능과 생활을 유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소설 속에서는 마치 쇼팽이 주인공인 것 같다.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 쇼팽의 지인들, 이 모든 사람들이 쇼팽 주위를 감싸고 있고 이들을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들라크루아 쪽으로 시선이 넘어오면 그의 연인과 몇 장면,

사용인인 제니와 몇 장면, 가까운 친구들과 몇 장면, 하지만 이는 대부분 그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 이야기의 흐름은 쇼팽을 따라가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들라크루아가 쥐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쇼팽의 죽음 부분에선 두 천재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쇼팽의 죽음을 앞에 두고 들라크루아가 보여 준 행동을 통해 이 책의 주인공은

들라크루아라는 나의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쇼팽은 만인에게 사랑 받고 그 만인에 의해

재능을 인정 받고 그 인정으로 그의 예술가적 지위와 생활, 그리고 죽을 때 까지의 안식처,

등을 제공받았으며 모든 이가 그의 천재를 위해 그를 아끼고 배려해 주었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들라크루아는 애초에 화단의 이단자로 분류되어 있어 그의 성장과

지위에는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그때마다 적절한 처세로 자신의 창작

활동 앞에 나타난 난관들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화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오래도록 안전하게

보관 될 수 있는 모든 지혜를 짜 내며 자신의 화가로서의 생명력을 자기 스스로가 키워 나갔다.

이는 나에게 냉혹한 천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들라크루아의 천재는 들라크루아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의 죽음, 가까운 지인의 죽음, 심지어는

쇼팽의 죽음마저 외면하게 만들었다. 쇼팽이 위독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의 곁에 있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 죽을 지를 몰라서. 지금 당장 죽을 지 저 상태로 얼마나 있다 죽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한번 그 곁에 있으면 쇼팽의 임종까지 그 옆을 지켜야만 한다.

그 기간동안 자신은 창작활동을 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는 쇼팽의 죽음을 외면하고 그의

창작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되고 결국 그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그의 부음을 받고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 돌아와서 조차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파리를 떠난다. 그의 죽음, 그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서? 아니, 그 슬픔으로 인해 자신이 창작활동을 하지 못할

까봐. 죽기 직전의 쇼팽을 외면한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로 쇼팽의 죽음이라는 슬픔까지

외면해 버린 채 파리를 떠나 창작활동에 몰두 하게 된다. 들라크루아는 냉혹한 천재이다.

 

아니, 그의 천재가 그에게 너무 냉혹했다. 그를 철저히 사용해서 그 천재를 드러낸다.

이 두 천재, 자신의 천재를 자신의 통제아래 두려고 했던 쇼팽과 그 자신의 천재에 휘둘려버린

들라크루아. 쇼팽은 연주에 있어 모든 걸 그의 통제아래 두기를 원했고 자신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그의 창작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줄 알면서도 거부했다. 자신의 예술적 재능이

정치를 위해 사용되길 바라지 않았고 정치에 부응한 적도 없다. 

그는 그의 천재를 지극히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천재를 끝내 모두다 사용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창작활동을 위해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정권교체에 유연하게 대응해 모든 정권에서 그의 창작활동을 보장받았다.

쇼팽은 모든 이가 그의 재능을 조심스레 다루어 쇼팽이 원하는 상황에 맞춰 주었지만

들라크루아는 본인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갔다. 쇼팽은 쇼팽 스스로 그의 천재를 사용하고

통제했지만, 들라크루아는 그의 천재가 그를 사용했기에 쇼팽은 끝내 그의 천재를 모두 다

사용하지 못했고 들라크루아는 창작의 고뇌와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는 창작을 해 내야만 했다.

 

아, 말이 무지 길었다. 어쨌든 이건, 냉혹한 천재 들라크루아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은 들라크루아라는 냉혹한 천재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천재로 인해 그의 지인들의 죽음과 죽음 후의 슬픔까지 외면해야만 했던,

그렇게 자신의 천재 앞에 자기 자신을 모조리 바쳐야만 했던 한 천재의 이야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히라노 게이치로는 진정한 천재가 되고 싶어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천재적인 재능만 갖춘 그런 천재 말고, 그 재능을 세련된 기술로 펼쳐내 보일 수 있는 그런 천재

말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성실성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히라노 게이치로. 요, 이쁜 녀석. 일본에 가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테야! 

 

 

 

오타 신고. 2권 p45 고뇌하는 그녀 -> 고뇌하는 그 (문맥상 그녀가 아니라 그,일걸요.) 2권 p300 거슬리는 부분이 겁니다. ->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있는,이 빠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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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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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표지를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올 게다.

대충 그런 내용이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책.

재미? 글쎄, 두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겠는데, 북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나마 흥미롭게 풀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만화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좀 재미없는 만화라고나 할까.

 

이 책의 장점이라면 북한 이야기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곳곳에 북한에 대한 이해가 녹아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만화이기에 비판을 하고 있어도 만화의 유머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과

대화 속의 말들을 북한말로 표기했다는 점. 그리고 괄호해서 한국어로 무엇인지 적어 놓아

재밌게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아, 북한에서는 이 말을 이렇게 쓰는 구나~하는 것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말을 줄여서 사용하는 것. 예를 들면 사오정 같은것?

내용은 다르지만 북한에서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자를 가르켜 어떻게 칭하는지에 대한

줄임말이나 지역에 따라서 함경도를 뭐라고 하고, 황해도를 뭐라고 하는지 등,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그들끼리 통하는 줄임말에 대한 이야기들도 곁들여져 있어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재밌게 알아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북한의 고학년들은 논리학과 심리학을 정규과정으로 배운다는 것.

이들은 제1중학이라고 해서 애초부터 대학에 갈 엘리트들을 미리 뽑아놓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10%안에 드는 엘리트들은 자기가 지원한 대학에

갈 수 있단다. 군대도 면제. 엄청난 혜택이다.

 

일전에 북한 인권에 대한 강연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새터민 중 한 명이 나와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질문이 북한에서 학교를 다녔던 것이

실제로 한국에 와서 도움이 됐었냐는 질문이었는데 답변이 학교 교육에 대한 내용 보다는

자기는 배가 너무 고파서 학교에 앉아 있으면서도 선생님이 밥으로 보이고 빵으로 보이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그런가보다..했었다.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사는 것조차

해결되지 않아서 교육기관이 있어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거구나, 라고.

 

그리고 뒤이어 교수님 중 한분이 북한의 좋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고 했는데

그 때 답변이 경치가 좋다는 둥, 지하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둥, 했었다.

이를 두고 정외과 교수님 한분은 한국에 넘어와서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보다,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난 의구심이 생겼다. 저 사람은 지금 왜 저 자리에서 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가.

자신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이렇게라고 답하고자 저 자리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어떠한 물질적 보상이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너무 몰라서 본인이 답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해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등등..

개인적으로 그동안 받은 고마움이 많아서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고자 함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했었는데 딱히 솔직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내가 직접 새터민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과

북한 인권 강연회에서 보고 들었던 강연 내용, 자료와 이 책은 너무나도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새터민으로 나왔던 사람은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그야말로 사람이 죽어 나오는 곳에서

온 사람이었고 이 책은 북한 하고도 평양의 한 복판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일까?

 

북한의 식량난은 곳곳에서 보고 되고 있는 것인데, 우리에게 알려진 바로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선 그 어떠한 설명도 해명도 없다. 그냥, 평양의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북한의 유행어와 북한에서 유행하는 한국 문물.

그간의 교류를 통해 북한이 이렇게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화로 그려가면서 이런 책을 내 놓은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 통일, 이런 무겁고 어려운 측면에서 이 책을 대해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수많은 의문을 남겼다.

 

이 책의 저자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북한은 둘째치고 평양은

있는 그대로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점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 그리고 안타깝게도 난 이 책이 북한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대로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만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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